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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8 04:29

Noble Princess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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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 - 7]

 

  레인은 정말 자신이 미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오전에 나눴던 크론과의 대화. 그 후 바로 이어진 루미너스와의 대화. 그리고 계속되는 풍경들. 레인은 숲 속에서 갑자기 고블린이라도 튀어나와 자신들을 막아주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그는 고삐를 힘겹게 잡으며 하품을 했다.

 

  "흐암. 크론.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공주님이 그렇게 좋아요?"

 

  "좋아. 아주…… 가 아니란 말이다!"

 

  "푸핫. 그럼 뭣 때문이십니까?"

 

  "내가 정말 미친 것 같아. 미친 사람은 미친 생각을 하지. 내가 고블린이 나와서 이 앞 길을 막아 주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그 모습에 공주님이 반하길 바라고요?"

 

  "응. 그렇지."

 

  레인은 문득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곧 옆에서 낄낄거리는 크론의 모습을 보고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검이라도 뺄 듯이 크론을 노려보았고 크론은 그런 것 가지고 남자가 쪼잔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더 그렇게 달려가다가 신이 그의 말을 듣고 들어주기라도 하듯이 앞 쪽에 검은 물체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레인은 깜짝 놀라며 후발대에게 멈출 것을 명령했다. 후발대는 말을 멈춰세우려고 했고 몇번의 투레질 끝에 간신히 멈춰섰다. 레인은 찌푸린 얼굴로 소리쳤다.

 

  "우리 앞을 막는 당신들은 누구시오?"

 

  "우리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어린 아이들과 키가 비슷했고 더욱 자세히보니 몸 전체가 녹색빛이였다. 처음엔 오크인가라고 생각하다가 오크가 저렇게 작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크가 나타날리도 없다. 그는 고개를 가로젔고는 설마하는 생각으로 말했다.

 

  "설마 고블린?"

 

  "그렇다. 우리들은 고블린들이다."

 

  이 황당한 일에 레인은 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굳이 그런 것까지는 안 들어주셔도 됩니다만? 그러나 이미 나타난 것은 나타난 것이고 그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 외쳤다.

 

  "이 곳에서 비켜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가야하는 길이 있습니다. 길을 비켜주시오."

 

  "이 길을 지나고 싶다면 마차 안에 탄 계집을 넘겨라."

 

  레인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차에 탄 계집이라고? 설마?

 

  "무례하다! 감히 베리타스 왕국의 공주님을 계집이라고 하다니. 아무리 예의를 갖춰도 그에 응당하는 대접을 하지 않는다면 나도 예의를 갖출 의무가 없다!"

 

  "너희 인간 놈들은 저 계집에 대한 가치를 모르는가?"

 

  "이런 하찮은 고블린 같으니라고! 베리타스 공주님을 모욕하는 것이냐!"

 

  후발대의 병사들은 모두 말 고삐를 한 손으로 단단히 쥐고는 검을 빼어 들었다. 선두에 있던 레인과 크론, 그리고 제이크도 검을 단단히 쥐고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당당하게 공주를 넘길 것을 요구했다.

 

  "길을 비키지 않는다면 난 너희들을 벨 것이다."

 

  "우리 또한 계집을 넘기지 않는다면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

 

  "모두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

 

  곳곳에 고블린의 장창과 병사들의 검이 붙이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곧에 선혈이 흩어졌고 그 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레인은 당황하다가 아까 깨닫지 못한 이상한 점을 찾았다. 얼굴에 피를 묻힌 체 고블린을 베고 있던 크론과 제이크에게 그가 외쳤다.

 

  "이상한 점이 있어."

 

  "하앗! 공주님 생각할 시간에 한 녀석이라도 더 베세요!"

 

  "무엇이오. 레인 경?"

 

  "젠장. 공주님 생각 안하고 있다고! 아, 그러니까. 고블린들이 왜 인간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이지? 어째서 인간의 여자를 내놓길 원하는 거냐고!"

 

  "생각해보니 이상하네요. 이얏!"

 

  "그렇습니다. 원래 이종족들은 인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의 일에 개입하는 것입니까?"

 

  "젠장. 일단 그 생각은 나중에 해보자고요. 레인 경!"

 

  "알겠소. 모두 힘내시오!"

 

  그렇게 그들이 고블린들을 반 이상 베었을 때 고블린들은 기겁하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을 추적하지는 않았다. 이쪽의 사정도 별로 나아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레인은 빠르게 전두지휘를 했고 병사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찰과상 정도의 상처를 입거나 멀쩡한 이들은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아라. 갑작스러운 습격 때문에 오늘은 여기서 쉬어야겠다. 모두 진정하고 빠르게 움직여라."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던 병사들은 레인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는 부상병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론과 제이크는 그에게 다가와서 아까 하다만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검을 한 손에 꼭 쥐고는 자리에 앉았다.

 

  "제이크.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종족들이 인간의 일에 개입을 하는 일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크론. 자네는?"

 

  "아마도 고블린들이 공주님의 외모에 반해서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서…… 라면 아무래도 말은 안되겠죠. 우리에게는 레인 경이 있으니까요."

 

  "끝까지 장난할껀가?"

 

  "아뇨. 이제 장난은 그만두죠.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까 고블린들의 말을 들으셨습니까?"

 

  "그렇네. 들었네."

 

  "'너희 인간 놈들은 저 계집에 대한 가치를 모르는가'라고 했습니다."

 

  "가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제이크와 레인은 크론의 말을 골똘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가치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결국 셋은 서로를 쳐다본 체 한숨을 흐렸다.
  레인은 일어나서는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서는 허옇게 질린 체 어깨를 떨고 있는 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녀가 너무 안스러워보였다. 그러나 문뜩 자신의 얼굴에 튀어 있는 피를 생각하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루미너스 공주님. 저들의 목적은 저희들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싸워 물려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서 정말 죄송합니다."

 

  레인은 자신의 한심스러움에 넌 죽어도 싸다라는 식의 자기비하를 했지만 뒤에서 들려온 공주의 젖은 목소리에 움찔했다.

 

  "그렇지 않아요. 레인 경.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다른 병사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전 괜찮아요. 저도 이런 상황을 겪어봤어요. 아바마마가 돌아가셨을 때."

 

  순간 그는 모멸감을 느꼈다. 그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그녀의 앞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것. 그리고 울며불며 소리를 지르던 그녀를 바로 자신이 대피시킨 것.
  죽어버리고 싶었다. 왜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 누구보다 이 사황을 아파해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공주님일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는 저벅저벅 걸어가 인적이 드문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크론과 제이크가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
  레인은 아무도 없는 숲 속으로 걸어가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그는 자신의 허리에 있는 단검을 꺼내어 거꾸로 쥐었다. 그러다가 위로 힘차게 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를 마구 찔러대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른다. 아프다. 아니, 단검에 찔리는 고통 때문 만이 아니였다. 자신의 공주님이 너무 불쌍해서. 이런 하찮은 자신은 그녀를 위로하여 그녀의 마음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에 오열하며.

 

  "으아아아아아! 제에에에에엔장-!"


 

 
  투닥투닥. 다급한 발소리에 레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후 오른쪽 허벅지의 통증을 느끼고는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걸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가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힘겹게 일어나서 오른쪽 허벅지를 가리면서 말했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는 숨을 힘겹게 몰아쉬면서 말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후에야 호흡이 겨우 진정된 그녀에게 가까스로 말했다.

 

  "레인 경이 돌아오지 않아서. 아까 들어간 숲으로 들어왔더니 레인 경이 누워있어서 달려왔어요."

 

  "전 괜찮습니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윽."

 

  그녀는 깜짝 놀라며 그가 움켜쥔 오른쪽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은 피가 묻어 있었고 허벅지는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당황한 체 말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 상처는 대체 뭐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 상처도 아니예요."

 

  "당신 지금 장난해요? 이게 아무 상처도 아니라고요? 당신 미쳤어요!?"

 

  "죄송합니다. 공주님."

 

  "죄송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좀 해요!"

 

  루미너스는 소리를 꽥 지르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자신의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 밑부분을 입으로 물고는 양손으로 째기 시작했다. 레인은 자신의 앞에서 값비싼 드레스를 째고 있는 루미너스를 바라보고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허벅지에서 떼고는 자신이 짼 드레스의 일부분을 그의 허벅지에 붕대처럼 묶기 시작했다. 다 묶고 나자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놀라움에 일어서려다 자신의 허벅지가 상처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하아. 정말 너무 합니다. 레인 경."

 

  "죄송합니다."

 

  "그만! 그 소리는 그만 하라고 했죠?"

 

  "죄송…… 합니다."

 

  "아! 정말!"

 

  "……."

 

  "도대체 왜 그런거예요? 왜 그렇게 사람을 걱정시키는 건데요?"

 

  "걱정시켜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하면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려쳐버리겠어요."

 

  레인은 난감한 미소를 그녀에게 지어보였다. 그녀는 이마의 땀을 닦고는 한 손을 가슴에 얹고는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러다 마치 철없는 자식에게 어머니가 하는 소리인 냥 말했다.

 

  "한번만 더 걱정시키면 사랑해버리겠어요."

 

  움찔. 하지만 그녀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미너스는 자신의 찢어진 드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드레스 이제 못 쓰겠네요. 레인 경. 당신이 다시 사주셔야 겠어요."

 

  "예. 정말 죄송…… 아니, 알겠습니다."

 

  빙긋. 마치 훈계를 하고 아이의 버릇을 고친 어머니의 그것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루미너스는 레인의 팔을 잡고는 낑낑거리면서 일어났다. 레인은 당황하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호, 혼자 걸을 수 있습니다. 공주님."

 

  "아니! 안 돼요. 절대로 안 돼요. 제가 데리고 가 드릴께요."

 

  그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는 힘들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말했다.

 

  "금련화의 꽃말을 아세요?"

 

  "금련화?"

 

  "당신은 매우 이기적입니다. 크론 경에게 들었어요."

 

  "크론……에게?"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어깨를 기대도 좋아요. 지금처럼요. 저에게도 좋고 다른 분들에게도 좋아요. 그러니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저에게 어깨를 맡기세요. 가끔이라도."

 

  레인은 피식 웃었다. 역시 정말 못말리는 공주님이다. 그는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기쁜 마음으로 생각했다.

 

  '역시 당신은 정말로 제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세그레토 베리타스 - 루미너스의 오빠.

1. 나이 : 21살.

2. 키 : 180cm

3. 몸무게 : 75kg.

4. 설정 : 루미너스의 오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의 자리를 얻게 됨. 처음은 당황스럽게 받아들였으나 그 무예와 지력이 뛰어나 왕으로서의 면모가 뛰어남. '사건'을 겪었던 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 아무도 것도 모르는 자.

 

p.s 부럽노.

 

과거편은 언제쯤 만들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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