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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03:42

루에르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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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영원의 신념 - 

2 - 2



  「 드르륵 」

  " . "

  아무도 없었다. 행여나 누구에게 들킬까싶어, 여기까지 오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바닥을 짚고 지나가는 발이 공기의 흐름을 어지르게 할까 정말로 조용히 걸어왔다. 그러나 나의 수고와는 달리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로라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곳은 잠시나마 로라가 있었다는 증거로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나도 어질러져 있는 방 안, 그리고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선혈, 대체 내가 없는 동안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걸까.

  " …. "

  느낌이…별로 안 좋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로라를 만나기 전, 꼭 당부해야하는 사실 한 가지, 현재 로라는 그들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난게 아니다. 그저 로라가 가지고 있던 촌장의 자리를 뺏음으로써 신경을 안 쓰는 것 뿐이지, 로라를 방치해놓은건 아니라고, 웬만한 일은 참견하지 않지만, 자신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로라를 이용해 먹는다는, 아주 거지 근성을 가진 그 녀석의 습성을 아직 나는 방관하고 있었다.

  " …. "

  이게 바로 내가 명심해야했던 것들 중 하나였는데 말이다.

  " 레안을 떠받들고 있는 4명의 사나이들, 그의 정체는 레안이 이끌고 있던 마키 족의 동료들이다. 그 중에서도 자신과 함께 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 녀석들을 모아서 집합시킨 무리지. 그들이 있었기에 레안은 촌장이 될 수 있었고, 그들의 앞뒤 가리지않는 성격 탓에 지금까지도 레안은 우리가 모르는 속셈을 꾸미고 있어. 그 때문에 우리들은 이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밝혀진 사실은 딱 한 가지 뿐이야. 그건 바로 ' 쿠피디타스 ' 에 관한 사실이였지. "

  쿠피디타스…역시나 그들의 최종 목표는 쿠피디타스였단 말인가….
  왜일까, 왜 언제부터 우리 인류는 그런 물건 하나 때문에 이런 짓까지 꾸미면서까지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고 하는걸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걸맞춰 하루의 충족함을 메꿔갈 때, 우리는 아무런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내일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 미처 해내지 못할 일들을 내일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온 우리들에겐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 일은 과거에 일어난 일들, 우리들은 알지 못했고, 그들만이 알고 있던 비밀이였다. 

  " 그날, 레안의 꾀임에 속아 리오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남자, 사우 역시 그 4명의 남자들 중 한 명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진 우리 수색꾼들조차 알고 있지 못하지만, 그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도 다 레안에 인해 벌어진 비극이라고 생각해,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레안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그의 정보를 파헤치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야. 그러나 그들의 입을 여는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지, 그렇기때문에 이런 일일수록 로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자, 로라, 그녀는 이 모든 비밀의 해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는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녀에 관한 비밀과 지금껏 나는 모르고 있던 이 세상의 진실,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흑막의 세력. 이 모든 악순환을 깨트리기 위한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 쿠피디타스를 파괴한다. "



  밖으로 나온 나, 하지만 아까와는 정반대인 바깥 공기가 나의 시야를 희미하게 물들였다. 가볍게 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던 바람의 영역이 조금씩 거칠게 증폭되더니 이내 나의 몸을 한순간에 감싸며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나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발걸음을 돌렸다.

  「 끼 이 이 익 」

  문을 열며 재빨리 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이렇게 내가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할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로라가 이곳에 없다는건, 분명 그들에게 끌려 갔다는 것, 더군다나 그 4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긴박한 대화 속, 조금씩 정체를 나타내는 작은 그림자, 그것을 증명하는건, 방금 전까지 밝게 빛나던 건물이 달빛에 가려 사라졌다.
  그들이 어디로 향한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자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나는 황급히 머릿속을 굴렸다. 그들이 향할만한 곳, 그곳은 바로 사당이였다. 그들이 스스로 출입을 금한 금단의 영역, 그 누구도 함부로 발을 디뎠다간 가차 없이 목숨을 잃는 말 그대로 죽음의 터, 만약 그들이 정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면 제일 먼저 그들이 향할 곳은 그곳 뿐이다.


 
  사당 앞까지 쉴 세 없이 달려갔다. 조금이나마 뒤쳐졌다간 그 녀석들의 뒤를 쫓아가지 못할거다. 그 녀석들이 마을 밖으로 나간 뒤, 내가 로라를 찾으러 건물 안으로 들어간 시간 약 10분, 아마 그 10분동안 그들과의 거리가 꽤나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놈들이 사당에서의 할 일을 맞췄다면 더욱 그 거리는 늘어 났겠지. 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을 믿고 지금 나는 사당 앞에 다달았다.
  사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말은 곧 내 짐작이 옳았다는게 된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채 성급히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사방에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는 모습만이 내 눈에 들어 올 뿐이였다. 전에 들어 왔을 때는 그나마 정리된 모습으로 보였지만, 그들이 뭔가를 긴박하게 찾았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사당은 너무나도 지저분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서둘러 사당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없다는건 한 마디로 로라도 없다는 것, 그들은 사당을 뒤로 하고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나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 사당 말고는 그들이 향할 곳은 모를 뿐더러, 이곳은 너무나도 변한 시대, 란이 있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곳은 나에겐 혼란을 줄 뿐이였다. 

  " …. "

  그렇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법, 나는 다시 마을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며 행여나 그들이 남겼을 자취를 찾아 눈에 불을 키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나 발견되지않는 단서, 그리고 조금씩 옅어지는 달, 내가 이렇게 그들의 행보를 찾는 동안에도 시간을 계속해서 흐를 뿐이였다.

  “ 그들은 쿠피디타스를 노린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을 손에 넣으려고 해. 우린 이것을 막아야해. ”

  라셀이 한 말이 내 머릿속에 자꾸만 울려된다. 가뜩이나 아까부터 이상한 일들 때문에 속이 너무나도 거북하다. 그렇지만 절대로 이 다리를 멈출 순 없다. 라셀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그곳으로 로라를 데리고 복귀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그들과의 대응으로 인한 최후의 결전, 이 모든게 나의 손에 달려 있다.

  “ 잊지마라, 너가 실패하면 모든게 끝난다. 그러니 절대 너는 포기해선 안돼, ”

  포기 따위 안한다. 단지 잠시 혼란이 왔을 뿐이야. 조금만, 조금만 내게 시간을 준다면 이깟 일, 아무렇지않게 해결해줄게.

  “ 루에르, 그들이 찾는건 하나다. 쿠피디타스, 그걸 찾기 위해 그들은 움직인다. 며칠 뒤 하늘에 뜰 보름달을 기다리며 말이야. 아마 그날이 된다면 그들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세력으로 이곳 저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거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마 그때가 되면 로라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테지. 최악의 경우엔 로라 역시 그들의 손에 죽을지도 몰라. 우린 막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

  알고 있다, 라셀. 그러니까 더더욱 이렇게 힘들어하는거잖아. 나도 막고 싶다. 그 비참한 결과를 낳기 싫어서 이렇게 달리고 있는거잖아.

  “ 이미 그들은 한계점까지 다다랐다. 오늘 그들이 쿠피디타스를 찾기 위해 움직인다면, 아마 로라 또한 그들과 함께 움직이겠지, 그들이 찾는 쿠피디타스를 찾기 위해, 만약 로라가 쿠피디타스를 찾지 못할 시엔 아주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거다. 그 끔찍한 상황을 막아라, 그리고 그녀를 그들의 손에서 구해내. ”

  나도 그러고 싶다. 나도 그러고 싶다고! 하지만 안되는걸 어떻게 하냔 말이냐, 말은 나도 쉽게 할 수 있어, 너처럼 그렇게 지시만 내린다면 나는 무언들 못하겠냔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그녀를 찾는 것보다 그들이 어디에 갔을까하는 생각만 하는게 낫다고, 그런데 겨우 떠올려낸 사당 안엔 아무도 없다. 이미 그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게 분명해. 그들이 갈만한 곳, 그들이 갈만한 곳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냐는 말이야!

  " …!! "

  설마…그곳에 있는건가?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어, 그들이 여기 말고는 절대로 갈만한 곳이 없다. 더군다나 마을 안은 더욱 그렇지, 그들이 움직인다면 최소한 마을 밖, 그리고 그듦이 갈곳은 딱 한 곳 밖에 없어.

  ' 마우리스 산. '

  역시, 거기 뿐인가.



  " 너무 빠르게 얘기를 하다보니 한 가지 잊은게 있어, 내가 전에 말하다가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게 있는데 말야, 그때 너가 다시 현대로 돌아가기 전, 네 손으로 부순 쿠피디타스에 대해 말이야. "

  라셀이 뭔가를 깜빡하고 말 안 했다며 전에 내가 하려던 부서진 쿠피디타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 놓는다. 

  " 그때 쿠피디타스는 네가 본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더 이상 다른 돌멩이들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이 되었지.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 몰라서 부서진 잔해를 가지고 본부로 돌아갔다는 것까지는 들었을거야, 하지만 그 이후의 얘기는 다른 얘기로 인해 묻혔고, 그래서 지금에서야 말을 해줄 수 있게 됬어, 왜 산산조각이 난 쿠피디타스가 다시금 모습을 되찾았는지. 사실 쿠피디타스는 제 스스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게 아니야. 네가 모르는 비밀에 가려져 있었지. "

  " 그게 무슨…. "

  " 부서진 쿠피디타스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킨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로라. 그녀가 부서진 쿠피디타스를 원래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 후에 마우리스 산 정상에 쿠피디타스를 갖다 놓았어. "

  …!!
  로, 로라가 부서진 쿠피디타스를 다시 복원시켰다고? 더군다나 복원시킨 쿠피디타스를 마우리스 산에 올려 놓았다고?

  " 이, 이게…. "

  나는 할 말을 잃고 라셀을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나의 뒷통수를 세게 때린 것 같은 충격과 더불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멍청히 라셀을 쳐다볼 뿐이였다.

  " 왜 로라가 그런 짓을 한거지? "

  " 그녀에게 물었을 땐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 갖다 놓는 것인데, 굳이 이유가 있을까요? ' 라고 말야, 나를 포함한 나머지 수색꾼들도 당황하기 그지 없었지만, 우리들은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녀의 말대로 처음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거라 생각했던거지. 하지만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 때문에 또 한 번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

  " …레안, 말인가. "

  " 그래, 쿠피디타스가 다시금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쿠피디타스를 손에 넣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 마우린들을 모았다. 그리고 쿠피디타스를 손에 넣기 위해 리오크를 죽임으로써 로라에게 촌장의 자리를 빼았을 수 있었지. 아마 그 당시 로라도 큰 충격에 빠졌을거야,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던 리오크가 죽다니, 더군다나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 비극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란의 바람을 산산조각을 내버린거지. 로라는 크게 상심했다.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의욕을 잃은거였어, 하지만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다른 마을을 절대로 건들이지않겠다는 약속이 철회가 될 뿐만 아니라, 리오크가 로라에게 남긴 아이마저 죽게 만드는게 될테니까. 때문에 로라는 지금껏 자신을 억압해오는 그들의 눈을 피해 우리에게 도움을 주며 쿠피디타스를 그들의 손에 넘어가지않도록 최선을 다했지.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들은 나머지 쿠피디타스를 찾고 있지만 결국엔 찾아낼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야. "

  라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나는 라셀의 말 중 나의 이목을 끄는 한 문장에 대해 물었다.

  " 리오크의 아이…? 그게 무슨 말이지? "

  " 너도 알고 있는 사항일텐데…리오크와 로라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다. 원래라면 그 아이가 태어나고 며칠이 되지 않아 마우 마을에는 불길한 징조가 일었고, 그 결과 로라와 아이는 불구덩이에 몸을 실고 죽고 만다. 그 때문에 리오크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로라와 아이의 복수를 하기 위해 마우 마을로 내려갔고, 그곳에 있는 모든 마을사람들을 멸하고 자신 또한 목숨을 끓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시대는 그런 사실들이 모두 왜곡되었다. 그것을 증명하는건 레안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리고 리오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 모든 것은 조금씩 달라져 있던거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추측으론, 쿠피디타스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는 걸지도 몰라, 그렇다는건 쿠피디타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건 딱 한 번 뿐, 말 그대로 우리는 마지막 한 번의 기회로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면 모든 것 끝, 너와 나, 그 누구도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


P.s : 원래는 내용이 조금 부실하고 문장간에 부자연스러운 감이 있어서 수정하려고 했으나, 그럴 엄두도 못내고 그냥 올립니다. 소설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데, 그 마음가짐이 가끔가다 나타나는게 조금은 아쉬울 뿐이네요, [저번 주 수요일처럼 Feel을 받아서 빨리 연재하는게 독자님한테나 저한테나 나은데 말이죠.] 아무쪼록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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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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