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루에르- 영원의 신념 -2 - 7" 손에 들려 있는, 그걸 제게 보여주지 않을래요? "
" …. "
제 손에 들려 있는 무언가를 건네달라는 내 말에 로라는 잠시 꺼려하는 눈치를 보였다. 하지만 곧 다짐을 한 듯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내게 건넨 물체는 작은 돌멩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찾고 있는 물건이자, 장차 쿠피디타스를 자신의 뜻이 닿는 곳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악마의 물건. 이걸 로라가 가지고 있었다니 불행 중 다행일까, 아님….
" 고마워요. "
나는 로라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로라 또한 나의 웃음에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들이 찾고 있는게 내가 모르는게 아니라서, 내가 알고 있고, 이 돌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지녔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이것을 그렇게 눈 빠지게 찾아다니는지도 쉽게 수긍할 수 있으니까.
" 그런데…이걸 어떻게 가지고 계신거죠? 본인이 갖고 있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일텐데. "
나의 말에 로라가 잠시 놀란 듯 몸을 움찔거린다. 역시나인건가. 조금은 머뭇거리는 로라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째서 그녀가 이것을 갖고 있는지, 또한 이것을 누가 줬는지도.
" …그건 란이 남긴 유품이에요. "
….
에?
" 란이 저와 혼인을 치루기 전, 제게 주었던 돌이에요. 그 돌이 절 지켜준다고 했었거든요. "
로라가 한 말은 뜻 밖이였다. 난 당연히 라셀이 건네줬을거라 장담했는데, 그 돌을 준게 란이라고? 그것도 란이 살아 생전에 남긴 유품이라니…란이 이 돌에 대한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럴 일은 없을텐데…. 이 돌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고, 또한 이 돌을 알고 있다는건 쿠피디타스에 대해 안다는 것, 란은 쿠피디타스를 알고는 있었지만 사용하는 방법은….
" . "
서, 설마…란은 그럴 작정으로?
" 로라, 내게 알려줘요. 대체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당신이 쿠피디타스에 관해 연구한 시간이 언제부터인지! "
나를 로라의 어깨를 붙들며 물었다. 로라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덜컥 겁을 먹었는지,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아프다며 나의 손을 가볍게 쓸어 내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 행동에 깜짝 놀라 로라에게서 떨어졌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 또한 란과 관련된 일에 대해 알게 되면 흥분을 가라 앉힐 수가 없었다. 이 점을 보아하면 로라와 나, 공통된 점이 있다는거다. 다만, 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는야에 따른 결말이 다를 뿐이였다.
나는 흥분을 가라 앉히며 다시 한 번 로라에게 지난 일에 대한 정보를 알려 달라며 부탁했다. 그 일을 알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말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모두 옳다고만 생각했다. 조금은 부당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정의라면 그 일 또한 부당하지 않다고. 하지만 방금 전 로라가 한 말 때문에 알았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릇된 일일 수도 있다는걸 말이다.
" …좋아요, 별로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약간의 조언으로 삼는다면 얘기해줄게요. "
" 로라…. "
"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해줘요. 절대 란은 악한 짓을 한 자는 아니라는걸. "
…?
" 그게 무슨…. "
" …. "
로라가 말을 멈췄다. 의아스러운 내 눈을 봐서 그럴까? 조금은 적극적이던 로라의 모습이 다시 위축되는 것처럼 보였다. 순전히 로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행동에서 나온 모습일텐데, 로라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창문 쪽을 바라봤다. 절대 란은 악한 짓을 한 자가 아니라니…대체 그 말의 뜻은.
" 약속할게요. 란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
" …. "
창문 쪽을 바라보던 로라의 시선이 다시금 내 쪽으로 머물렀다. 그녀가 한 말의 속 뜻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약속한다.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란은 절대로 자신을 위해서 욕망을 채우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걸, 그렇지만 다른 이들의 행복이 무참히 무너진다면 그런 짓을 할 남자라는걸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악행을 저지른게 아니다. 그는 이 세상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 뿐, 그가 한 행동이 악을 위한 짓이였다면, 지금껏 내가 저지른 행위는 무엇이란 말인가? 순전히 쿠피디타스를 찾기 위해 동료의 건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 미련한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지었냐는 말이다. 그러니, 그러니까, 란은 아무 죄 없어, 그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 녀석들이 악(惡)이다.
"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꼭 명심해두세요. 절대 이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되요.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상대라도 말이에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말할게요. 아, 말하기 전 묻고 싶은게 있는데…. "
" 그게…뭐죠? "
" 당신은 얼마나 저를 알고 있는거죠? 비록 저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건 아무 것도 없지만, 당신은 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거 같아서요. 그러니 제가 말하는 내용 중에서도 당신이 알고 있는 얘기를 중복해 말할 수도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우리에겐 그렇게 많은 시간은 없는 것 같으니…. "
로라는 우리에게 남긴 시간까지 염려해두고 있었다. 누구처럼 시간이 모자르다면서 할 말, 안할 말 다 하던 누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하나도 흘려 보낼 말은 없었다. 나에 살이 되고 뼈가 되는 단계를 형성시키는 말들 뿐. 버릴건 그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 점도 좋겠지.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정말 시간이 촉박하니, 얘기를 하던 도중에도 그들이 닥칠지 모르니까.
나는 길지만, 그나마 짧게 요약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로라에게 알려줬다. 내 얘기를 들으면서도 로라는 놀라워하거나하는 모습은 없었다. 이미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미동도 없이 그녀는 하나도 빠짐없이 나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짧지만 길었던 얘기를 끝마치자, 그녀는 기나긴 침묵을 깨트리며 입을 열었다.
"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요. 뭐, 다행이에요. 그렇다면 제가 할 얘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니까요. 그럼 충분히 모든걸 말해도 늦지는 않을거 같네요. "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여기에 쓰는건가? 라셀의 말과는 달리 로라는 내게 한 말이 별로 없다며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그녀과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극심하게 날거라는걸 미리 예측하고 있던 내게는 조금은 긴장되는 일이였다. 과연 그녀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를 충격에 빠트릴까하는 두려움 때문일까, 지금까지만해도 별 탈 없던 두 팔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조금은 소란스럽지만, 서서히 그녀의 목소리 밖에 들려오지 않는다. 장내에 오직 그녀 혼자 뿐인 것처럼….
“ 어느 날이였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로라가 향한 곳은, 마을 근처에 위치한 한 작은 민가 안. 그 민가 안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녀의 모습에선 뭔가를 분주히 찾는 손길이 빠르게 닿고 있었다.
" 찾았다. "
그녀가 땅 속을 파헤치면서까지 찾아 헤메던건 다름 아닌 돌멩이 하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멩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돌이였지만, 그걸 찾은 로라의 얼굴에선 기쁨의 희열이 느껴졌다. 아마 그 돌을 준 상대가 다름 아닌 자신에 사랑하는 남자, 란이 주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녀와 란이 사랑을 키운건 한달 전, 우연히 이 마을에 볼일이 있어 찾아온 로라의 눈 앞에 나타난 란.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진부하고 짜증나는 스토리겠지만,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곤 첫눈에 반해버리고 만다. 그 이후로 로라는 이곳에 자주 왕래하면서, 자신이 연구하는 쿠피디타스의 정보를 얻었고, 그 덕분에 란과의 친밀도도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그 때문인지 어느 날 로라를 찾아간 란이 로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 나와 혼인해주겠습니까? "
쑥쓰러워하는 란의 모습에 그녀는 베시시 웃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해보겠다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내심 그의 고백에 크게 감동을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란이 건네준 돌 한 개, 이 돌이 자신을 지켜줄거라는 란의 말이 로라에게 어떤 큰 영향을 미쳤는지 모를거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그의 고백을 단숨에 승낙한 그들의 혼인식이 곧 있으면 열린다는걸,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로라는 이 돌멩이를 아주 신격으로 모시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으면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로라는 하루에 몇 번씩, 이 돌을 땅 속에 묻고, 기억이 날 때마다 찾아와 돌을 어루만지고 사라진다. 그 모습을 늘 보고 있는 마을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자와, 헛구역질이 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로라를 노려본다. 하지만 이런 그녀가 있기에, 그 마을 역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유지될 것만 같았던 행복, 하지만 곧 들이 닥친 불행에 로라는 웃음을 잃고 만다.
행복한 나날을 고대하던 혼인식 전날, 란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하고 만다. ”
…!!
란이…살해 당했다고?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아니, 그럴리 없어. 분명 라셀은 로라가 죽었다는 말을 했지, 란이 죽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 하지만 로라가 내게 거짓말을 할리는 없어. 그런데 어찌 이런…아니, 만약 정말 로라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 로라 또한 쿠피디타스의 능력을 사용했단.
" …맞아요. 저 또한 란을 살리기 위해 쿠피디타스를 사용했어요. "
" 그렇다는건…서로를 살리기 위해, 둘 다 쿠피디타스를…. "
로라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잠시동안 벽에 머리를 쿵하고 부딪힌듯한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이게 무슨 전개인지 모르겠다. 별안간 갑자기 죽지 않은 란이 죽었고, 그 죽은 란을 살리기 위해 로라가 쿠피디타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란을 살린 로라가 죽으니, 란이 다시 한 번 쿠피디타스를 사용해 죽은 로라를 살렸다고? 이 말은 라셀에게 전혀 들은 기억이 없어. 그저 라셀은 로라를 살리기 위해 란이 저지른 행동이라고 했어. 자신의 아내를 두 번씩이나 잃은 란이 통제력을 잃고 저지른 일이라고 라셀이 말했다고…. 그런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 어째서 라셀은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거야…. 나에게 모든걸 알려준다고 했던 라셀의 말이, 이런 뜻이였단 말이야? 대체 그 녀석은…나를 어떻게 보고 있던거야?
" 이 사실은…모르고 계셨던건가요? 저는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
나의 흐트러진 모습에 되려 놀란건 로라였다. 쿠피디타스로 인해 살아난 자신의 이야기까지 알고 있는 내가 그 말 또한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었는지, 내 모습에 로라는 더욱 더 당황한 모습으로 말을 멈췄다. 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5분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가까스로 마음을 연 로라 역시도 다시금 문이 닫힌 듯,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 …하아. "
간신히 마음을 추스린 나는 탄식을 내뱉으며 온 몸에 힘을 빼 벽에 기대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간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이후로 들려질 로라의 이야기는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버틸 수 없는 이야기임만은 분명했다. 전에 한 라셀의 말과는 전혀 상대가 안될 정도의 충격을 안고 말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힌 나는 다시 한 번 로라에게 부탁했다. 이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으니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을거라고 안심을 주었고,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로라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내게 이후에 있던 일들에 대해 술술 풀어 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속삭이는 진실에 나는 한 번 더 마음을 가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1 | 루에르 84 | 아인 | 2012.04.20 | 664 |
120 | 불면증 1 | 아인 | 2012.04.20 | 852 |
119 | Memory 0 3 | 아인 | 2012.04.21 | 967 |
118 | 루에르 85 1 | 아인 | 2012.04.21 | 796 |
117 | 루에르 86 | 아인 | 2012.04.22 | 662 |
116 | 루에르 87 | 아인 | 2012.04.22 | 634 |
» | 루에르 88 | 아인 | 2012.04.22 | 770 |
114 | 루에르 89 | 아인 | 2012.04.22 | 885 |
113 | 루에르 90 | 아인 | 2012.04.23 | 770 |
112 | Untitled | Flower | 2012.04.23 | 706 |
111 | 루에르 91 | 아인 | 2012.04.23 | 795 |
110 | 루에르 92 | 아인 | 2012.04.23 | 794 |
109 | 루에르 93 | 아인 | 2012.04.23 | 757 |
108 | 루에르 94 | 아인 | 2012.04.24 | 732 |
107 | 루에르 95 | 아인 | 2012.04.25 | 666 |
106 | 루에르 96 [完] 4 | 아인 | 2012.04.25 | 788 |
105 | 루에르 후기 <2012/05/12 수정> | 아인 | 2012.04.26 | 817 |
104 | 크로니클 어비스 43 | 아인 | 2012.04.27 | 839 |
103 | 순환의 고리, 뫼비우스의 띠 | Flower | 2012.04.27 | 866 |
102 | 크로니클 어비스 44 | 아인 | 2012.04.28 | 9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