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루에르- 영원의 신념 -마지막 편
내 자신이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새하얀 암흑에 갇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내게 있어선 이 공간 너무나도 공허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주위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방금 전까지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라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내 손에 들린 쿠피디타스만이 나의 손을 묵직하게 만들어줄 뿐, 이곳엔 그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지도, 왜 내가 이런 곳에 있어야하는지도, 그리고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음에도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걸까?
" ! "
그 순간, 나의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문득 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옛날, 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최근의 일이였지만 말이다.
“ 쿠피디타스는 총 4개의 물체로 이뤄진 존재며, 그 4개의 물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그들의 본래의 모습으로 바뀐다. 우린 그것을 이런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
디시디일루. 4개의 쿠피디타스가 이루는 최종단계. 하지만 디시디일루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쿠피디타스가 하나 부족하다. 푸른 달과 붉은 태양, 그리고 검은 별은 내게 있었지만, 나머지 하나인 ' 무(無)의 쿠피디타스 ' 는 없다. 더군다나 그 쿠피디타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이들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쿠피디타스에 대해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쿠피디타스처럼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이름 그대로 아무 것도 지니지 않는 평범한 메달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그 쿠피디타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처피 이 세상에 없다면 아무 소용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나는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이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 그리고 디시디일루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지막 쿠피디타스 또한 무의 능력을 지닌 물체. 방금 전까지 쿠피디타스를 파괴하기 위해 모든 힘과 노력을 기울이던 내가 갑자기 이곳으로 워프된 이유.
혹시, 디시디일루라는건 애초부터 없었던게 아닐까? 그저 쿠피디타스에 관해 연구를 하던 그들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물체가 아닐까?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고, 그 누구도 그의 존재를 자신들만이 증명했던 그들을 보면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 아니다. 더군다나 3개의 쿠피디타스 이외에 또 하나의 쿠피디타스가 있다는 것 또한 이상하다. 정말로 이 세상에 디시디일루가 있다면, 정말로 그들이 증명한게 사실이라면, 나머지 무의 쿠피디타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디시디일루가 무슨 작용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을거다. 하지만 그 쿠피디타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누구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거쳐왔던 마을 또한 그 쿠피디타스가 아닌 다른 이외에 쿠피디타스를 찾았을 뿐, 쿠피디타스는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종합한 내 의견에 따르면, 무의 쿠피디타스나 디시디일루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물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게 분명했지만, 그들의 증명이 틀린 것도 아니였다.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보단, 단지 우리가 발견을 하지 못했을 뿐, 그들은 진실만을 말했으며 지금 내 앞에 그들의 증명이 사실로 나타났다.
“ 네 안엔, 그때 죽은 루에르의 영혼이 담겨져 있다. ”
그때 한 라셀의 말은 농담 삼아 내던진 말이 아니였다. 정말로 내 안에 루에르가 있었던거다. 그 증명으로, 아까 전부터 너무나도 심하게 고동치는 나의 심장이 그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정말, 정말로, 내 안의 루에르가 있다면, 정말로 내 안에 남은 쿠피디타스가 들어 있다면,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내 부족한 힘을 도와 나와 함께 쿠피디타스와 싸우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있는데, 나는 정말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는 반응하지 않는다. 단지 고동치는 내 심장만이 그의 대답을 대신 해주는 마냥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오로지 심장박동으로만….
“ … 미안해. ”
!“ 정말 미안해. 너한테 그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거든 …. 정작, 친구이면서 그런 것까지 감수하지 못한 내 잘못이 컸어. 미안해 …. ”어둠에 갖힌 내 앞엔 그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낯 익은 실루엣이 그림자를 드리워 천천히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 세상이 멸망하기 전, 미즈오가 내게 사과하던 장면이였다. 난 마지막까지도 그런 미즈오에게 사과하지 못했다. 분명 잘못은 내가 했음에도 먼저 사과를 한건 미즈오였다. 미즈오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러나 잘못을 하지 않은 미즈오가 사과를 한다.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 미안해 …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
하지마…사과하지마…왜 네가 사과를 하냔 말이야, 정작 사과를 해야 할건 나임에도, 사과를 받아 마땅할 사람은 너임에도, 왜 내가 사과 하냔 말이다!!
“ 루에르 씨,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
로…빈?
“ 죄송해요. 제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제가 조금만 더 도움이 됬더라면…. ”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되. 단지 나는 너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어. 그런데 왜 너마저 나한테 사과를 하는거야, 너는 내게 잘못도 하지 않았잖아? 더군다나 잘못을 했다면 내 쪽이 더 많을지도 몰라, 아니 많아. 네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모르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바보 같아. 네가 제일 필요한건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옛 친구를 찾아 가까이 있던 너를 신경 쓰지 않고 있던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사과를 해야 하는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야. 바로 나라고.
" 왜…왜 그녀들이 내게 사과를 하는거냐…. 사과를 받아야 하는건 자신들인데, 왜 잘못을 저지른 내게 사과를 하냔 말이야…. "
“ 지금은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언젠가 네가 이 뜻을 알아차렸을 때의 세상은 지금의 모습과는 눈에 띄게 달라져있을거다. ”
사로이…그때 네가 내게 했던 말,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왜 네가 로빈에 대해 그런 말을 했는지, 또한 왜 내게 그런 말을 남겼는지도….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나는 그 누구도 지켜줄 수 없어. 내 자신도 지키지 못한 녀석이 어찌 다른 이를 구제 해줄 수 있겠어?
“ 너만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네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 세상을 구할 수 없어. ”
그런 사탕 발린 말은 하지 마라 라셀.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걸. 나는 이미 멈춰 있어. 고여진 물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나 또한 더 이상 내 갈피를 잡지 못해. 그저 남들 눈에 띄기 전까진 그 자리를 맴돌 뿐이야. 더군다나, 이미 쿠피디타스는 망가진 상태다.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어. 그리고 돌아갈 수도 없지. 이곳이 어디인지,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나는 이 세상을 구한건지, 아님 실패한건지도 몰라.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하냔 말이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데….
“ 네가 그 돌을 사용 했을 때는, 네가 왜 나한테 그 돌을 받았는지에 대해 알 때겠지. 그 전까지는 나는 절대로 네게 그 이유를 말하지 않겠어. ”
사로이, 이미 늦었어. 아무리 네가 그런 말을 한들, 나는 어찌할 수….
" …!! "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하얀 공간에, 푸른 빛의 무언가가 나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나와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놓여진 그 빛을,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 만약에 도망을 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꼭 이걸 사용하도록 해. ”
“ 그게 뭔데? ”“ 그 상황에서 널 도와줄거다. 꼭, 품에 지니고 있어. ”라셀….“ 넌, 할 수 있어. 그 누구도 할 수 없던 일들을, 대신해서 말이야. ”“ 그러니까, 난 믿어. 너라면, 그 누구라도 구제해줄거라 생각하니까…. 그러니, 너는 그저 네 앞에 닥친 일을 끝마치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고…. 그저, 네가 한 행동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는다면…그러면 되는거야. 너는 절대 그럴 녀석이거든. 그러니까. 루에르…. ”“ 힘내라. ”난, 혼자가 아니였단 말인가…? 로빈이 병에 걸린 이후, 나는 줄곧 나 혼자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을 위해 함께 움직일 파트너가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앞이 암담했다. 금세 포기하고 싶었고, 할 의욕도 남지 않았다. 이제 내 곁엔 아무도 없고, 그저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건 나 밖에 없었어. 내 곁엔 너무나도 많은 친구들이 있어.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위해 힘 쓰는 친구들이 있었어. 순전히 나만이 아파했고, 나만이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던 나보다 더 그들은 아프고 슬퍼했다. 나는 나 밖에 모르는거였어. 다른 이들의 슬픔도 모른 채, 나 혼자만이 괴롭다고 생각했던거야. 그러나,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어. 난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걸. 내 곁에 아무 것도 없는게 아니야, 단지 내가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거야!!" 루에르!! "빛의 장막이 걷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공간에 놓여진 내 앞에, 다시금 어둠이 찾아왔다. 검게 일그러지는 하늘 아래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를 애타게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 나의 귓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정신차려, 루에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라셀의 얼굴이 보인다. 울고 있는 로라의 얼굴이 보인다. 아까까지만해도 자신을 자신의 속박 안에 가둬 두었던 레안 또한 나를 바라보고 있어. 그들은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루에르…. "난, 절대 혼자가 아니야. 날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어!!!" 올테면 와봐…해볼테면 해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줄테니까…. "" 루에르!! ""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우릴 괴롭히지마!! "부서진 쿠피디타스가 다시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 반대 손에 들린 돌의 힘으로 쿠피디타스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장벽을 이루며 나에게로 돌진하던 달빛이 이내 나와 쿠피디타스를 감돌기 시작한다." 크윽…!!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 쿠피디타스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거세게 불어오는 돌풍이 마우리스 산과 우리들을 흔들어 놓기 시작한다. 어두컴컴했던 하늘 위로 붉은 색 태양과 푸른 달이 서로를 향해 움직인다. 강한 빛을 내던 별이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검게 물든 밤하늘의 색이 드는 것처럼 별 또한 검게 빛이 나고 있다." 절대…절대로 지지 않아…. 이대로 지기엔, 이대로 지기엔 너무나도 아깝잖아!! "천둥번개가 동반하는 하늘 위로 달의 형상이 점차 더 커지기 시작한다. 내 주위를 감싸던 돌풍마저도 사그라질 정도의 지진을 일으키며 쿠피디타스는 고동치기 시작했다." 희망은…희망은…누군가가 만들어주는게 아니야…. 그 누구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않아…. 희망은…희망은…우리가 만드는거라고!!! "쿠피디타스, 그리고 디시디일루. 그건 그저 우리의 표면을 보여주기 위한 작은 그릇에 불과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거다. 그들이 이 세상에 나타난 이유,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만이 자신을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게 만드는 시작이자,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역할이였으니까.희망은 절대 누군가가 주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희망이란 물체를 잡았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희망은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주는게 아니다. 우리가 직접 그 희망을 낚아채야 한다. 쿠피디타스, 그것은 그저 그걸 보여주기 위한 물체였다. 4개의 쿠피디타스가 모여 하나의 본체를 이루어 만들어지는 디시디일루 역시 그것을 위한 일부분일 뿐이였다. 그걸 증명하는건 푸른 달, 붉은 태양, 검은 별 각각 3개의 쿠피디타스와. 1개의 염원으로 이루어진다. 그게 마지막 무의 쿠피디타스의 존재이자, 우리에게 남기는 최소한의 아량이였으니까. 그러니까 디시디일루는 존재했던거다.「 빠각 」마지막, 모든 염원을 담아 올린 쿠피디타스가 부서졌다. 내가 전에 부섰던 것보다 아주 잘게 부서져서는 하늘 위로 흩날렸다." 이제…모든게 끝났어…. "쿠피디타스가 파괴된 그 순간, 불어 닥친 돌풍에 나는 그대로 벼랑 끝으로 떨어졌다." 루에르!!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본 채, 나는 마우리스 산 아래로 추락했다. 그때, 이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했던 란처럼, 나는 한 송이의 꽃은 되지 못했지만, 이 세상을 구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더 이상 이 세상의 미련은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그거면 된거야. 그거면, 그거면 된거야…." 미안하다…미즈오. 결국엔 널 만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로빈…미안해. 너를 만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는걸. 용서하지마라, 나 같은 녀석, 용서하지마….“ 루에르 ”미, 미즈오…? 네가 왜 여기에….“ 고마워. ”…뭐?“ 정말 고마워, 루에르…. ”미즈오….“ 고마워요, 루에르 씨. 덕분에 병이 낳을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다행이야, 로빈. 이제야 네 웃는 얼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정말…고맙다, 로빈….지상에서 영원으로, 영원에서 나락으로. 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이러한 결과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지쳐 있었던거야. 끝까지 남아 있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내게 이런 결과를 낳은건 너무나도 기쁜 일이야. 그러므로써 너에게 사과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엔 조금 왜곡된 사실이기도 하다. 쿠피디타스란 존재를 모를 때의 삶과, 쿠피디타스를 안 뒤에 삶은 너무나도 극과 극에 상황이라 조금은 혼란스러웠을 때도 있다. 내가 쿠피디타스를 몰랐을 때는 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여느 학생들과 따분한 수업을 들으며 빨리 수업 종이 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하룻동안 굳어 있던 몸을 풀기 위해 잡은 키보드와 마우스. 실제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삶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그리고 세상이 멸망한 이후, 나는 그 가상 속에 인물이 되어 이 세상에서 버텨났다. 중간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러할 수 없었다. 게임이라면 중간에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내가 서 있는 이곳, 이 세계는 가상의 세상이 아니였다. 정말로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 모습은 달라도, 모든게 뒤바뀌어 있더라도 이곳은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 즉, 나의 세계였다.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토록 원래 세상에 돌아가고 싶었는지 까먹을 때도 있다. 오래된 일은 아니였지만, 이 세상에 워낙 익숙해져서 일까? 그때의 삶보다 지금의 삶이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하루는 너무나도 따분하고 빨리 내일이 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고, 빨리 이곳에 스스로 서기를 원했다.그러나 이 세계를 맞닥뜨리고나자, 나의 관념은 바뀌었다. 따분했던 일상이 너무나도 간절했고, 내일을 위해 오늘 죽도록 달려왔다. 하지만 변하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세상에 조금씩 적응되는 내가 너무나도 싫었다. 이렇게 이 세상에 적응된다면 내가 있었던 본 세상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조금씩 잊혀질수록 나의 짐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너무나도 홀가분해진 탓에 나도 모르게 그 세상을 잊어버린 적도 있다.그러다가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세상은 어디 쪽일까라는 생각을 말이다. 처음 세상이 멸망하고 이 세상에 나 이외엔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하루하루가 비참했다. 죽을 수만 있다면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했으며, 너무나도 내 모습이 비참했다. 이게 꿈이였으면 좋겠고,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 세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부푼 기대였을 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갑작스럽게 바뀐 주변환경 탓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하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어느 날 로빈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사로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란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라셀이라는 친구를 만난 뒤부터 나의 생각은 전환되었다. 이런 삶이라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말이다. 혼자였던 그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불어나버린 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 세상엔 나 혼자만이 아니였다는걸, 이 세상엔 나 말고도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걸. 그걸 안 뒤부터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즐거웠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슬펐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슬픔을 금방 있을 수 있었다.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내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해줄 친구가 있었으니까.그러나 내가 있었던 세상엔 그런 친구가 없었다. 내가 슬플 때 같이 슬퍼해줄 친구도 없었고, 날 기쁘게하는 친구조차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무의미한 생활보단, 조금은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운 이 삶이 더욱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는, 그런 내게 있어서 딱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은 ' 미즈오 ' 라는 녀석 때문이였다. 그 녀석에겐 늘 폐만 끼치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그 녀석에게 상처만 주었다는 생각에 밤잠을 제대로 못이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녀석에게 사과하기 위해 지금껏 여기까지 달려온거다. 세상이 멸망한 이유를 알게 되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면서까지 내가 쿠피디타스를 찾으려던 이유다. 어찌보면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나 혼자서는 이루지 못할 꿈을 위해 쿠피디타스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걸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나 역시도 내가 만든 속박에 갖춰 헤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있는 것도 모두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테고,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그저 한 점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녀석이 될 수 있었던 나를 그들이 끌어준거다.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악몽에서 모두를 구제할 수 있었으니까, 비록 내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못 이룬 희망을 다른 이들이 대신 이루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건,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조금 내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 "하지만, 이제 그 미련도 놓아야 할 때가 온 것만 같다. 미련이 계속 남을수록, 그 미련이 후회가 되어 나를, 스르로를 보낼 수가 없을테니까. 더군다나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점점 무거워져가는 눈꺼풀에 서서히 의식마저 몽롱해지고 있다. 벼랑에서 떨어진 란의 기분이 이런 것이였을까, 다른 이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을 못 이룬 슬픔을, 자기 자신이 혼자 안고 간 기분이 이런거였나…. 그런데 왠지, 무거울 줄만 알았던 마음이…왠지 홀가분하다. 이 기분이라면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 "조금씩, 조금씩, 의식이, 희미해진다….그리고,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나는 이곳에 없었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모든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뿌듯함에 저절로 하늘 위를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건 마찬가지였지만…." . "그런데 왠지 왼손이 묵직하다. 분명 쿠피디타스는 소멸되어 사라졌을텐데…. 나는 조심스럽게 꼭 쥔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이, 이건…. "내가 굳게 잡고 있던건 작은 돌멩이 하나였다. 더군다나 이미 빛을 잃은 듯, 시뿌연 모습인 돌이 말이다." 이게, 아직도 내게 남아 있었다니…하지만 이젠 필요 없을테니…. "손에 쥔 돌멩이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려 할 때, 갑자기 내 투명한 심장에서 무언가를 빛을 내며 점점 내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작은 원형의 물체로 보이는 조각 하나가 말이다." …마, 말도 안돼, 어찌 이런 일이…. "!!
“ 네가 그 돌을 사용 했을 때는, 네가 왜 나한테 그 돌을 받았는지에 대해 알 때겠지. 그 전까지는 나는 절대로 네게 그 이유를 말하지 않겠어. ”“ 지금은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언젠가 네가 이 뜻을 알아차렸을 때의 세상은 지금의 모습과는 눈에 띄게 달라져있을거다. ”“ 네 안엔, 그때 죽은 루에르의 영혼이 담겨져 있다. ”
“ 만약에 도망을 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꼭 이걸 사용하도록 해. 그 상황에서 널 도와줄거다. ”설마…그때 한 말이, 모두 이때를 위해 한 말이었던거냐…? 내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겠다는 이유가, 바로 이럴 때를 위해서였단 말이야? 정말…정말로…그래?" 나…. "다시 돌아갈 수 있는거야? 다시, 다시 돌아갈 수 있는거야…? 그때로, 내가 바라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그러니까, 난 믿어. 너라면, 그 누구라도 구제해줄거라 생각하니까…. 그러니, 너는 그저 네 앞에 닥친 일을 끝마치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고…. 그저, 네가 한 행동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는다면…그러면 되는거야. 너는 절대 그럴 녀석이거든. 그러니까. 루에르…힘내라. ”라셀, 그리고 사로이, 고맙다….이내 내 양 손바닥 위에 놓여진 쿠피디타스, 그리고 돌이 서로를 향해 공명을 하며 크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난 돌아갈 수 있어. 그녀가 기다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오는거야.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오는거라고.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나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어서…." 정말…고맙다. 친구들…. "큰 파장을 일으키며 나를 뒤흔들던 충격 때문에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너무나도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그리고 수 시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아님 수 분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조금씩 내 의식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이 세상의 공기를 입 안으로 들이 마셨다. 낯 익은 냄새, 포근한 기분이 나를 반기었다. 난 돌아온거였다. 내가 원하던 그곳으로, 난 다시 돌아온거였다.「 끼익―…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천천히 그리운 손길로 나의 볼을 어루만진다.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그리우면서도 반가운 손길에 나는 저절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루에르…. "" …너. "우리는 서로를 보며 울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너무나도 반가워서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도 제대로 닦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기뻤다.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나는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싱긋 웃는 나의 얼굴을 보며 그녀 또한 눈물을 닦으며 나를 쳐다본다." 너무 늦었지만…사과할게, 미안해…정말로, 미안해…. 일찍 사과 했어야 했는데, 그럴 경황이 없었어…. 그때의 난 너무나도 어렸고, 너무나도 바보 같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본 그녀가 나의 입을 살포시 손으로 막는다." 괜찮아….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까…괜찮아요.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바보 같은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녀를 껴안았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다시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작고 여린 그녀를 조심스럽게 껴안은 나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한동안 그녀를 놓지 않았다.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웃던 그 얼굴로 나를 반겨주며, 그렇게 나와 그녀는 또 다른 내일을 위해, 못다 이룬 꿈을 위해, 그렇게 또 한 번의 시작을 알렸다." 희망은, 우릴 기다리지 않아. 우리 스스로가 그 희망을 잡아야할 뿐, 그렇지않으면 평생 그 희망을 손에 넣지 못한 채 살아갈 수 있어.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아. 또 다른 희망을 찾아 걸어갈거야. 우리의 내일을 위해…. "그렇게 이루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4.25 08:13
루에르 96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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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ㅊㅋ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