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크로니클 어비스 -No.43후우…대체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라고고 대리인과 함께 이곳 크로니클 어비스까지 발을 디디는건 성공했지만, 그 이후부터 알 수 없는 일이 들이 닥쳐서 나는 지금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쿠아펄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더니, 이내 라고고 대리인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걸 볼 수 있다. 그 표정을 본 나 또한 그 표정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라고고 대리인의 표정을 보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천하태평이다. 더군다나 내 옆구리에 찰싹 붙어 있는 피유조차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바다 안을 걷고 있다.
" 넌 지금 웃음이 나오냐. "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 피유의 당당한 발걸음에 나 또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
한참을 말 없이 이리 저리 휘둘리는 척하면서 걷던 우리들 앞에 라고고 대리인이 뭔가가 떠올랐는지 힘차게 걷던 발걸음을 이내 멈추고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돌아본다. 그 표정을 본 이들은 무슨 일이냐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조차도 내놓지 않고, 멀뚱 멀뚱 멍청이 같이 서 있으며 그런 라고고 대리인을 똘망 똘망한 눈동자로 쳐다본다. 하아, 이런 놈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건지, 옆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나는 그저 이 모습이 한심할 뿐이다.
" 왜 그러세요, 라고고 대리인 님? "
이런 와중에도 방실방실 웃고 있던 피유가 그때서야 상황파악을 했는지 나와 라고고 대리인의 얼굴을 연신 돌아보고는 이내 라고고 대리인의 썩어가는 얼굴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는 액션을 취하며 그에게 묻는다. 그러자 라고고 대리인은 자신에게 질문을 내던지는 빛나라 지식의 별을 한껏 추켜 세울 것만 같은 피유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착각이라며 사과를 하는 라고고 대리인을 우리들은 멍청한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잘 걷던 와중에 갑자기 착각이라니? 뭐가 착각이라는건지 그 문제점부터 알려줘야하는거 아닌가? 대뜸 착각이라니, 이게 무슨 착각이라는거야?
" Yo~ La go go~! What's up? I'm fine, and you? "
주위에서 지 혼자 백스텝을 밟으며 춤에 열광 중이던 호크 후드가 그런 라고고 대리인을 보며 궁금한 듯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지껄이며 그에게 다가선다. 그러자 라고고 대리인은 그런 호크 후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우리에게 다시금 이 사실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준다.
〃제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항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똑똑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워낙 신경 써야 할 일이 태반이라 까먹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대체 무엇을 까먹고 있었다는거야? 나는 지금 바쁘니까, 결론부터 말하라고!! "
출발 전부터 하는 행동이 밥맛이었던 라이언이 우물쭈물대는 라고고 대리인의 행동이 답답한 듯, 우리의 앞을 지나치며 당당히 라고고 대리인의 앞에 선다. 그런 라이언의 모습에 나는 ' 지가 뭔데, 나서기는 나서고 난리야. ' 라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라이언이 거칠게 내뱉은 말에 라고고 대리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답답해 미칠 노릇이라고 재촉하는 라이언의 말에 그는 잠시 긴 생각을 끝마치며 자신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라이언을 향해 입을 연다.
〃원래대로라면 저희는 현재 크로니클 어비스를 향해 가야 합니다. 해양탐사원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을 통해도 크로니클 어비스를 갈 순 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크로니클 어비스는 이곳과는 또 다른 세계, 이곳의 크로니클 어비스는 그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귀한 어류들이 숨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점은 전부터 마리너스에서 이곳 해양을 조사하던 탐사원들분이 줄곧 수색하던 정보들이죠. 그런데 우리가 가야하는 크로니클 어비스는 이런 환경이 아닌,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 살아 남을 수도, 살아 갈 수도 없는 열약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곳입니다.〃
" 그래서 결론이 뭐야? 우리가 잘못 왔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냐고. "
〃네, 라이언의 말 그대롭니다.〃
오메나, 세상에…. 죽을 힘 다해서 걸어온 이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 간다는 말을 하는 라고고 대리인의 담력이 대단하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졌을텐데. 역시 대리인이란 자격이 괜히 부여되는 직책은 아니였단건가…. 그나저나 그렇다는 얘기는 우리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왔다는 말인데, 어쩐지 이곳에 온 뒤에도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더라니….
라고고 대리인의 말에 하나 같이 충격 아닌 충격에 빠졌는지 하나 같이 얼 빠진 얼굴을 하며 라고고 대리인을 응시한다. 그런 라고고 대리인은 우리의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괜히 시선을 회피해보이지만, 자신과 거의 맞닿은 거리에 위치한 피유의 허망한 눈빛을 차마 그 또한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이 상황을 전부터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담담한 내 모습에 나조차 놀라울 따름이다. 원래는 지금쯤 다른 이들과 만나서 크로니클 어비스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게 아니였나…?
〃그러한 이유 때문에, 여러분들껜 죄송하지만 저와 함께 다시 마리너스 마을로 돌아가서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온 발걸음을 되돌리게 해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 사과하면 뭐가 달라지리.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게 전부일 뿐이지. 너무나도 죄송한 표정이 역력한 라고고 대리인을 보니 다른 사람들도 별로 할 말이 없는 듯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간다. 멍하니 그런 라고고 대리인의 불찰에 크게 상심한 듯 보였던 피유도 그 사실을 금방 까먹었는지 룰루랄라하는 발걸음으로 라고고 대리인의 뒤를 따른다. 뭐, 이 정도이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저기에 있는 저 여자까지 합세해서 지랄을 떨었으면 아주 볼만 했을 상황이다. 그래도 저 여자는 저 라이언이란 남자보다는 개념이 차있는 것 같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지만….
그렇게 천 걸음 앞으로 걷던 우리들은 또 다른 공간을 향해 또 한 번의 천 걸음을 걸어갔다. 이미 크로니클 어비스를 향해 가기 전부터 모든 힘을 소진한 듯 보이는 우리의 지친 발걸음에 라고고 대리인 또한 지쳤는지 그의 얼굴에서도 근심이 느껴진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한 번을 걸어왔던 길이라 그런지 그리 길지만은 않다는 점? 처음 걸은 길을 걷는 것은 고단할지라도, 두 번째 오른 길 앞은 왠지 수월하다는 자기 만족감? 이라고 보기엔 이 상황에 알맞은 용어는 아닌 듯 싶은데 말야. 오랫동안 걸었던 탓인지 내 머릿속도 서서히 스턴이 걸리는건가….
" 크어헉. "
앞서 조용히 걷던 피유가 발작을 일으키는 액션을 취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연상케하는 쓰러짐을 보인다. 하긴 이렇게 걸은 적도 오랜만인데 체력이 금방 바닥나는게 다행이겠지. 부들부들 떨리는 피유의 두 다리가 금방이라도 두 다리를 연결하고 있는 무릎 연골의 성장판이 10cm 가량 열린 기세로 피유의 신음소리가 바다 안을 가득 메운다. 피유의 뒤에서 잠자코 따라오던 내 앞에 그런 피유의 신음소리가 들리니 왠지 멜랑꼴리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모두들 이미 너무나도 지쳤기 때문일까, 이런 피유의 모습을 보아도 그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 중 피유와 제일 가깝다고 ' 생각 ' 했던 그 여자마저도 그런 피유를 모른 척하더니 이내 자신도 무릎을 꿇고 그대로 모래밭과의 딥키스로 이어진다. 그 여자를 시작으로 하나 하나씩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사람들은 하나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절로 내뱉었다.
〃모두들 괜찮으신건가요?〃
등 뒤에서 들리는 탄식의 목소리에 라고고 대리인이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외관상으론 괜찮아보이나, 다들 이미 너무 지쳐있기 때문에 말할 기력도 잃은 듯, 그들의 입에선 하나 같이 ' 으어어어…. ' 라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이 광경을 지나가던 물고기들이 본다면 흡사 좀비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너무나도 인간들이 추해보인다. 그 모습을 조용히 감상하던 나와 라고고 대리인도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대로 가기에는 이미 이들은 움직일 의욕을 잃은 것 같고, 그렇다고 이들을 부축이면서까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일단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힘이 날 때까지 이 바닥을 깔고 앉아서 체력을 비축 해놓는 편이 좋겠다.
" 후아…. "
바닷 속을 두둥실 떠오르는 공기방울이 내 입과 코에서 하나씩 둥근 원형을 이루며 하늘로 올라간다. 뭐, 여긴 하늘이 있다기보다는 커다란 밝은 동굴이라고 보기가 알맞겠지만, 나와 등을 맞대어 땅바닥에 주저 앉은 라고고 대리인은 삐질 삐질 흘러나오는 땀구멍이 바다에 스며 들었음에도 평소에 습관 때문인지 소금물로 뺀질 뺀질해진 머리를 쓰다 듬으며 차가운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손 부채질을 한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 나오는건 시원한 바람이 아닌,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는 공기방울들 뿐, 우린 지금 지상이 아닌, ' 바닷속 ' 에 있음을 잊고 있어선 안된다.
〃바벨.〃
" ? "
〃아닙니다.〃
무언가를 물어보려면 시원하게 물어보던가, 사람 싱겁게 만드는군. 워낙 바닷속이 차가워서 추위를 먹은건가?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해보이는 라고고 대리인의 표정이 나의 신경을 꽤나 거슬리게 한다.
" 왜 여기에 왔는지 물어보고 싶은거죠? "
〃….〃
" 그건 안 물어봐도 뻔한거 아니겠어요? "
〃그런가요.〃
젠장, 괜히 말해놓고 나까지 찝찝한 마음이 든다. 라고고 대리인은 내 대답에 조금은 위축된 모습으로 말 없이 허공 위를 올려다본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음에도 왜 기어코 내 입에서 그 이유를 말하기를 바라는걸까, 내가 괜히 이곳에 온걸로 자기에게 생색을 낼껄 염려해두고 그러는건가?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라고고 대리인은 너무나도 착각을 하고 있는거다. 물론 내가 여기에 반 강제적으로 왔긴 했어도 마지막으로 여길 오겠다고 결정한건 그 누구의 의지도 아닌 내 본인의 의지로 온거다. 누구에게 생색을 내기도, 내가 이곳에 왔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이곳을 내 스스로 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 스스로 온 길에 대해 다른 이에게 생색을 낸다면 그건 너무나도 우스운 꼴이 되지 않을까? 라고고 대리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그가 조금이라도 이런 생각으로 내게 물어봤다면, 그건 라고고 대리인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거다.
〃아뇨, 그런 의도로 물어본게 아닙니다. 단지 바벨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억지로 끌려 왔다면 제 마음이 불편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벨이 누군가에게 생색을 내거나 하는 분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오해는 말아주세요.〃
" …. "
잊고 있었다. 라고고 대리인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걸. 이래가지곤 마음 편히 생각도 못하겠구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한들, 그의 사생활까지 침범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 …. "
나를 위해주려는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너무 지나친 씀씀이가 자신도 모르게 남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행동이라는걸 잘 모르고 있던 라고고 대리인이였다.
전체 글보기
| 뿌야의 스톤에이지 커뮤니티 전체글을 모아봐요
2012.04.27 05:52
크로니클 어비스 43
조회 수 839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5 | 크로니클 어비스 45 | 아인 | 2012.05.06 | 777 |
264 | 부흥서사 1 | Flower | 2012.05.05 | 837 |
263 | 망각 3 | 아인 | 2012.05.03 | 861 |
262 | 망각 2 | 아인 | 2012.04.29 | 781 |
261 | 망각 1 | 아인 | 2012.04.29 | 839 |
260 | 크로니클 어비스 44 | 아인 | 2012.04.28 | 942 |
259 | 순환의 고리, 뫼비우스의 띠 | Flower | 2012.04.27 | 866 |
» | 크로니클 어비스 43 | 아인 | 2012.04.27 | 839 |
257 | 루에르 후기 <2012/05/12 수정> | 아인 | 2012.04.26 | 817 |
256 | 루에르 96 [完] 4 | 아인 | 2012.04.25 | 788 |
255 | 루에르 95 | 아인 | 2012.04.25 | 666 |
254 | 루에르 94 | 아인 | 2012.04.24 | 732 |
253 | 루에르 93 | 아인 | 2012.04.23 | 757 |
252 | 루에르 92 | 아인 | 2012.04.23 | 794 |
251 | 루에르 91 | 아인 | 2012.04.23 | 795 |
250 | Untitled | Flower | 2012.04.23 | 706 |
249 | 루에르 90 | 아인 | 2012.04.23 | 770 |
248 | 루에르 89 | 아인 | 2012.04.22 | 885 |
247 | 루에르 88 | 아인 | 2012.04.22 | 770 |
246 | 루에르 87 | 아인 | 2012.04.22 | 6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