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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8 05:52

크로니클 어비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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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크로니클 어비스 -

No.44



  아쿠아펄에서 반쯤 시체가 된 듯 꾸물쩡거리던 우리들은 다시 힘을 내어 아쿠아펄을 전진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닷속에 있으니 땀이 나지 않아 불쾌지수는 내려간 듯 싶었으나, 그 반대로 조금씩 우리의 몸을 차디찬 유리잔에 부어 놓은 와인마냥 불그스름해진 우리의 두 뺨을 소유한 우리들은 조금씩 추위에 떨고 있었다.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은 정말로 획기적이지만 방한까지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런 저런한 말다툼 끝에 결국 지상에 올라온 우리들은 부들부들 떨려오는 푸르스름한 입술을 띈 얼굴로 재빨리 동굴 밖으로 빠져 나왔다. 코에 한기가 감돌 정도로 너무나도 추운 환경에 있던 우리들은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는 흙바닥에 몸을 비비며 따스한 온기를 느끼던 찰나, 빨리 발걸음을 재촉하자는 라고고 대리인의 목소리에 우리들은 하나 같이 눈을 부릅 뜨며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여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미 우리들을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이 계실테니 서둘러 움직이는게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위로 아닌 위로로 우리들에 차가운 마음을 쓸어 내려주는 라고고 대리인의 행동이 참으로 갸륵해보인다. 단지 그 마음을 모르는 몇몇 인간들 때문에 덩달아 인상이 굳어가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까 전에 뭐 이런 저런 일로 라고고 대리인과의 다툼을 벌이던 라이언이 웬일인지 아가리 아니, 입을 다물고 묵묵히 걷고 있다는거다. 더군다나 그 녀석의 옆을 나란히 걷고 있는 그 여자 또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몹시나 조용하다. 그 덕분에 조금은 지겹지만 조용한 산책이 될 것 같아 안심이 되지만…그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기에 나는 몹시 불안에 떨고 있다.


  " 에라에이취 생명~!! "


  조용히 내 뒤를 쫄랑쫄랑 따라오던 피유가 감기에 들렸는지 괴상한 재채기를 하며 슬쩍 코에서 흐른 따뜻한 액체를 손으로 닦는다. 그 모습에 왠지 신경이 쓰인 나는 별거 아니지만 주머니에 있던 작은 돌조각을 피유에게 건넸고, 내가 건넨 돌조각을 건네 받은 피유는 '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이걸 준거지? ' 라는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머쓱해진 나는 피유와의 시선을 돌리곤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갔다.


  " 크허허허억취!! "


  이건 또 어디서 들리는 요상한 재채기란 말인가.

  

  " 누나, 괜찮아? "


  " 어,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 


  재채기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여자다. 피유와 마찬가지로 감기에 들렸는지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면서 추위를 부르는 듯한 몸짓으로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는지 생색을 내며 코를 훌쩍거린다. 그런데 왜일까, 왜 그런 모습을 봄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걸까. 기분 탓인가.


  " …. "


  그나저나 의외네, 저 여자가 고맙다는 말도 할 때가 다 있네.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는 그녀를 보며 피유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인 듯, 해맑은 표정으로 방금 전 내게 받은 돌조각을 그녀에게 대신 권한다.


  " 누나, 이거 써. "


  " 뒤진다. "


  방금 한 말 취소다.


  


  어렵사리 마리너스 마을에 다달은 우리들은 뒤늦게 몰아쉰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오랜 산책 끝에 맛보는 달콤한 휴식이랄까? 이번만큼은 라고고 대리인도 별 말 없이 우리들을 바라본다.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내 옆에 나란히 앉은 피유가 자꾸만 야리꾸리한 상상을 자극하는 신음소리를 낸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 주둥아리에 실을 꿰매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르나, 지금의 내 상태로는 그 녀석의 입은 커녕, 내 손조차도 올리지 못할 지경이다. 안 그래도 오랜 행보 끝에 바닥나버린 체력이 언제쯤 원상태로 돌아올지에 대해 심히 생각 중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바닥에 피유를 깔고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차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멀뚱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런, 젠장!! "


  그리고 몇 분 지났을까, 지금까지 잠자코 앉아있던 라이언이 발정이라도 났는지 모래를 발로 차며 자리에 일어난다. 한가로이 휴식을 만끽하던 우리들 얼굴 위로 날아온 모래 알갱이에, 우리들은 하나 같이 파!워!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봤다. 


  " 아니, 씨발, 가만히 있다가 지랄이야, 지랄이!! "


  역시나 그에게 선방을 날린건 그 여자였다. 한동안 가만히 있는다싶더니, 역시나 그 천성은 속일레야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그 여자의 거친 언행에 라이언의 얼굴이 더욱 찌그러지며 그 여자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 밑에 수북히 쌓인 모래를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이내 그 여자를 향해 날린다.


  " 아니, 저런 미친…. "


  한밤 중에 저게 무슨 모래 싸움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나는, 조만간 이 마리너스 마을에 큰 피바람이 불걸 예상하고 황급히 졸고 있는 피유와 한 쪽에서 자신의 장을 꼬는 듯한 비트로 춤을 추던 호크 후드를 데리고 인근에 위치한 한 건물 벽 쪽으로 대피했다.

  그 후, 한동안 그들간의 폭언과 폭행들이 난무하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던 나는 차마 입과 눈과 귀에 담지 못할 장면들을 일일이 지켜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찌하면 사람이 저렇게 추잡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점을 하나씩 제기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모습엔 안중이 없다는 듯 졸고 있는 피유와, 자신의 춤과 노래 앞엔 장사 없다는 듯 신들린 퍼포먼스를 보이던 호크 후드는 이내 그들에게 다가가 싸움이라도 중재하려나싶었지만, 5초도 안되어 내가 있는 장소로 날아온 호크 후드는 기절한 듯 조용해진다. 그리고 한참동안 이어진 그들의 싸움은 라고고 대리인의 중재로 인해 겨우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벽 쪽에서 이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나는 이 싸움이 끝난걸 눈치채곤 피유와 호크 푸드의 옷덜미를 질질 끌며 라고고 대리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후, 짧은 라고고 대리인의 충고를 귀에 담은 우리들은 서둘러 우리들의 본 목적지, 크로니클 어비스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미 우리들은 크로니클 어비스에 도착했어야만 했지만, 라고고 대리인의 불찰로 인해 그 시간이 늦어졌기에 우리들에게 누적된 피로량은 배로 늘어나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라고고 대리인은 크로니클 어비스로 향하는 걸음내내 우리들에게 미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는건 피유 뿐이였다. 나 또한 겉으로는 그를 위하는 척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이해한다는 마인드지만, 그래도 그를 원망하는 마음은 5nm는 있을거라 생각한다. 단지 내가 인지를 못하는 것 뿐이니까.


  〃꼭 명심하세요. 절대 그곳에선 한 눈을 팔거나 무리에서 이탈을 하는 행동은 절대 금합니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 규정을 어기는 자는 엄히 벌할테니, 이 말 명심하세요.〃


  뭔가 진지해보이는 모습이였다. 다른 때도 분명 근엄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까지에 모습과는 뭔가가 달랐다. 정말로 우리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였을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말투의 라고고 대리인을 보며 나는 조금이나마 내가 향하는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때와는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마음 어딘가에 품고 있는 우리들은 그렇게 크로니클 어비스로 향했다. 이후에 생길 엄청난 파장 또한 생각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죽음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걸까…. 그들과 헤어지고 이렇게 피유와 단 둘이 남은 시간이. 라고고 대리인과 함께 크로니클 어비스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불행이 닥친 것도 모잘라, 그들과 헤어지고 말다니…. 이곳이 어딘지도, 어떻게하면 빠져 나갈 수 있는지 모르는 우리들 밖에 남지 않은 지금,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나마 간간히 들려오는 피유의 숨소리만이 나의 어깨를 토닥여줄 뿐,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미세한 숨소리에 한치도 방심을 할 수가 없다. 


  " 피유, 조심해!! "


  마구잡이로 흔드는 그들의 촉수에 의해 상당히 심한 상처를 입고 만 피유를 둘러메고 달리는 것이 전부였던 내 자신이 지금도 원망스러울 뿐이였다. 조금이라도 내게 힘이 있었다면 피유가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텐데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였고, 라고고 대리인마저도 심히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니까. 당근 다른 녀석들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니까 완전히 배 째라는 듯한, 그 상황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모습을 보여 당황했지만 다행이도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무사히 도망을 친걸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 흐윽…. "


  다시 고통이 찾아 왔는지 들썩이는 피유를 보며 나는 서둘러 피유의 상처에 달라 붙은 산호초를 떼어내어 주변에 있는 싱싱한 산호초를 꺾어 피유의 곪은 상처 위로 산호초를 덮었다. 이게 피유에게 얼마나 좋은 작용이 미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해서 가만히 있기에는 피유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주위에 쑥 같은거라도 있다면 충분히 향균작용을 해서 상처에 있는 나쁜 균들을 죽일 수 있을텐데…. 주위에 보이는건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하는 산호초 뿐, 상처에 도움이 될만한 풀들을 도저히 보이지 않고,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산호초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체 이곳은 어디인걸까?


  " 여, 여기가…크로니클 어비스? "


  그날, 크로니클 어비스에 입성한 우리들 앞에 펼쳐진건, 드넓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아닌, 반짝 반짝 빛나는 달빛에 그슬려 모든게 불타오르듯 솟구친 나무들로 가득찬 곳이였다.





  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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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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