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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5.06 07:20

크로니클 어비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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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크로니클 어비스 -

No.45



  나는 지금까지 크로니클 어비스란 곳에 대해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저 암흑만이 가득찬, 빛의 줄기마저 희박한, 삶의 고통과 쾌락도 존재하지않는 말 그대로 무의 공간. 그러나 그 안에서는 죽음의 공기방울들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어류들이 존재하는 곳. 죽음의 바다이자 곧 생명의 바다이기도 한. 그러나 지금 내 앞에 보이는건 바닷물로 가득찬 어느 네모난 틀이 아닌, 쟈루섬에서나 볼 법한 수풀들이 우거지고 발바닥에 진흙이 묻어 매우 찝찝하고 불쾌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은 곳이였다.


  " 여긴 대체…."

  

  설마 이런 곳이 크로니클 어비스였다니…. 누군가가 나의 뒷통수를 세게 후려 치고 달아난 듯한 허무함이랄까? 아니, 허무함이라고 보기에는 허탈함? 아무튼간에 그동안 한껏 긴장을 하고 걷던 내게는 정말로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이 모습에 넋이 나간 듯 얼이 빠진 표정으로 라고고 대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문 그 자리에 있던 라고고 대리인은 이곳에 도착한 이후부터 아무 말이 없다. 뭔가에 홀린 듯 고요한 침묵을 유지하는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서둘러 만나기로한 일행들과 만나야한다고 말한건 라고고 대리인 바로 자신이였음에도, 뭔가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꽤나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고고 대리인의 입술이 살짝 떨려온다.  

  

  〃…역시나 크로니클 어비스는 다시 이 세상의 모습을 나타냈던건가…. 그저 허위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내게는 크나큰 치명타군.〃

  

  쓸쓸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내뱉던 라고고 대리인은 잠시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탄식을 흘렸다. 그는 아직도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해보였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이였지만, 그는 지금 그것보다 앞으로 이 세상에 닥친 재앙에 대해서 더욱 큰 근심을 품은 표정이였다. 그 모습에 나는 물끄러미 라고고 대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피유의 옷덜미를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라고고 대리인이 이상한 행동을 하니 바로 튀어나가 설치려는 피유의 모습을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었기에, 조금은 미안하지만 피유를 잠시 제어해두는게 여기서에 내 임무인 듯 싶다.


  "…."


  그나저나 왠지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바란건 아니였지만 뭐랄까, 조금 공기가 냉랭하다고 해야할까? 쟈루섬 같은 경우에는 한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추위를 느낄 수 없었는데, 이곳은 그와 반대로 쌀쌀한 바람이 금방이라도 두 볼을 베어갈 것만 같은 오오라를 풍기고 있었다. 외관은 이렇게 숲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본질은 바다란 말인가? 왜 이렇게 변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도 어찌보면 바다와 같은 곳, 라고고 대리인이 소라를 챙기라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평범한 대지라고 해도, 소라가 없다면 바로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다는 위험스러운 낌새가 느껴진다. 어찌됬던 없는 것보단 나을테니 꼭 가지고 있어야겠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듯 우리를 돌아본 라고고 대리인은 서둘러 가야한다며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아무 군말 없이 움직였다. 이미 너무나도 지쳤는지 말할 기운도 없는 듯한 표정들을 따라 나도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 크로니클 어비스를 걸어갈 때마다 조금씩 우리들의 눈에 뛰는 진귀하고 신비로운 경관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죽음의 바다라기 보다는 몽환적인 곳이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상황이 마치 꿈처럼 몽롱한 기분에 휩싸였다.


  〃바벨, 잠시 이리로 좀 와줄래요?〃


  묵묵히 앞을 걸어가던 라고고 대리인이 슬쩍 나를 쳐다보며 손짓했다. 멍하니 정해진 길을 따라 걷던 나는 라고고 대리인의 제스처에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그는 꽤나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내게 건네줬다.


  " 이건…. "


  그가 건네준건 다름 아닌 쪽지 한 장,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오자 살짝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나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라고고 대리인을 쳐다봤고, 라고고 대리인은 아무 말 없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곤 이내 내가 건네준 쪽지에 대해 입을 연다.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면 이 쪽지를 리린에게 건네주세요.〃


  " 리린…이요? 르가 아니라? "


  〃르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 꼭 리린에게 전해주세요. 아마 제가 준다면 르가 방해를 할게 뻔하니까요.〃


  알겠다는 내 대답에 라고고 대리인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르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내가 보기엔 심히 상관이 있는 듯한 쪽지인데…. 뭐, 라고고 대리인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르에게 줘봤자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뒤에 이어진 라고고 대리인의 미소가 꽤나 비장해보였던건 내 착각일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라도 예측한 듯한 그의 표정에 나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형, 그게 뭐야? 먹을거? "


  라고고 대리인에게 무언가를 건네 받은걸 목격한 듯한 피유가 내 쪽으로 달려오며 묻는다. 나는 그런 피유를 보며 아무 것도 아니라며 무리에서 이탈하지말고 똑바로 걸어가라며 피유의 등을 떠밀었다. 쪽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나를 야속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피유는 곧 라고고 대리인의 뒤를 따라 쫄랑쫄랑 걸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을까, 어디선가 낯 익은 욕소리와 함께 시푸른 색깔을 자랑하는 쿠링 한 마리가 앞으로 달려오며 다짜고짜 라고고 대리인의 뺨을 후려 친다. 짝!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에 군말 없이 뒤를 따라오던 우리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야 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이들도 이 상황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다시 한 번 이 모습을 쳐다보는 짓을 저지른다. 라고고 대리인의 뺨을 시원하게 갈긴 쿠링의 얼굴에는 심히 성이 잔뜩 난 악마의 형상이 깃들어 있었다.


  〃야이 씹새끼야, 내가 이 나이 먹어서 네놈을 기다려야 하겠냐? 다른 녀석들은 잘만 따라오더니만, 네놈들은 뭐가 문제라서 지금에서야 오는거야? 내가 전에 했던 말을 귓구녕(귓구멍)으로 쳐 들은거냐?!〃


  오랜만에 듣는 구수한 욕을 내뱉는 르를 보며 라고고 대리인은 퍼렇게 질린 볼을 살짝 쓰다 듬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사과를 했지만, 그 사과는 받아 들이지 않겠다며 마저 라고고 대리인의 반대쪽 뺨을 때리며 이 상황을 더욱 더 고조시킨다. 이 모습에 참다 참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얼굴로 르를 노려보는 대리인들도 보이지만, 차마 나섰다간 자신들도 라고고 대리인의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선지 쉽사리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더군다나 저렇게 노여움에 환장한 르라면 아마 나섰다간 좋은 꼴은 못될지도. 그러나 저 상태로 계속 내버려뒀다간 이 분위기가 곧 막장이 될 듯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내 어깨가 들썩거린다.


  " 그만해주세요, 르. 르에게는 한낱 꼬마아이에 불과하겠지만, 이래뵈도 각 마을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잡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춰주는 것이 다른 분들이 보기에도 좋을 듯 싶습니다. "


  그때, 잠자코 이 상황을 지켜보던 리린이 손을 하늘 높이 치켜세운 르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한 번도 르에게 대든 적도, 아니 함부로 곁에도 못 가는 듯 했던 리린이 그런 행동을 보이자 다른 대리인들이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본다. 더군다나 이 상황에 더욱 더 놀란건 르, 바로 자신이였다. 다른 때 같았다면 옳다구나! 하고 그의 뺨을 후려 갈겼겠지만, 이 상황에서의 르는 멀뚱히 리린의 시선을 응시했다.


  〃너….〃


  리린의 얼굴을 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보던 르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 위로 올린 팔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입모양을 하던 르가 말을 멈춘걸 보면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는건데…. 리린이 손을 내리고 안정을 취하자 그제서야 리린은 안심한 듯 조용히 르의 뒤에 머문다. 리린 덕분에 연속 뺨치기를 피할 수 있었던 라고고 대리인은 슬쩍 리린을 보며 고맙다는 듯한 눈빛을 보이는 것 같았으나, 리린은 보지 못한 듯 슬쩍 바닥으로 고개를 떨군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상황이 종료된 듯 싶어서 안도감이 들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나니 이게 무슨 일인가하는 혼란감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좋게 좋게 끝난 것…같진 않지만 더 이상의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다. 과정이 어찌됬건 무사히 약속 장소에 모인 것 같으니 그동안 갈비뼈 사이에 제대로 몸을 펴지 못한 채로 웅크려있던 심장이 다시금 재 기능을 발휘한 것 같아 나는 새 생명을 얻은 기분이였다.

  그 후, 우리들은 한참동안의 인원파악을 끝으로 모든 인원이 무사히 이곳 크로니클 어비스에 도착했다는걸 축하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이후에 우리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알려주는 차례가 왔다. 수백 명의 인원이 모인 탓인지 조금 웅성거리고 산만한 분위기가 약간은 있었지만, 다행이 이 상황을 모조리 종결시켜주는 르의 달콤한 욕짓거리 덕분에 우리들은 한순간에 침묵을 지킬 수 있었다. 어쩔 때 보면 르의 욕은 참으로 주옥 같은거지만, 한 때는 그 어느 말보다 더 우리들을 매료 시킬 수 있는 팔색조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미(美)보단 미(未)이기에 조금은 아쉬울 뿐이지만­….


   〃여기까지 와주셔서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더군다나 하나 같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뵐 수 있어서 저희들은 몹시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느껴보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다치지않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모두들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대리인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 지혜도 많은 무이 대리인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무이 대리인에 나긋나긋하면서도 엄숙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무이 대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서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아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씹어 먹고 있더 르 역시도 무이 대리인의 말에 조금은 관심이 있는 듯 귀를 움찔거리며 천천히 무이 대리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씹고 있던 열매 껍질을 뱉는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크로니클 어비스, 어찌보면 보름 전에 얘기했던 그 악명 높은 바다에 여러분들은 자진해서 오게 된거죠. 이 사실에 대해 우리들을 기뻐해야할지, 아님 슬퍼해야할지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이곳은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는 극한의 바다라는 사실만은 염려해두셔야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아셔야 할테고요. 다만 제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무이 대리인이 말을 멈추고 자그마한 정적이 흐른다. 그의 말에 하나 같이 귀를 기울이며 금방이라도 이곳을 샅샅이 수색할 것만 같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무이 대리인이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유지하자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서서히 경직되었던 어깨를 들썩이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귀 담아 듣던 우리들에겐 잠시의 침묵이 해가 된걸까? 열매를 와작와작 씹어 먹던 르도 흥미를 잃어버린 듯, 리린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나무 위에 열린 열매들 중 두 개를 따가지고 바닥으로 내려온다.


  〃절대, 이 무리에서 벗어나면 안됩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절대로 절대로 우리들과 떨어지면 안됩니다. 이건 충고가 아닌 한 마을을 대표하는 대리인으로써 여러분들께 명령하는겁니다.〃


  오랜 침묵을 깨트리고 한 무이 대리인의 말은 우리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히 자극적인 멘트였다. 지금껏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침해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예 없었다고 보기에 적당하지만, 한 번, 한 번씩 그들이 우리들의 행동을 저지하면서까지 금했던 일들이 종종 한 번씩은 있었다. 그것은 첫째, 마을이 위험하거나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둘째, 그로인해 벌어질 피해를 막기 위해 4명의 대리인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곳엔 ' 크로니클 사냥꾼 ' 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곳을 사냥하는 자로 통하지만, 그들이 사냥하는건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사냥하는건 바로 인간들, 그들은 자신들이 길들인 페트를 가지고 사람을 공격합니다. 더군다나 그 페트는, 며칠 전 마리너스 마을을 침공한 페트이기도 하니 말이죠.〃


  …!! 마리너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페트였다고? 그런 녀석이 이곳, 크로니클 어비스에도 존재한다는 말인가? 

  무이 대리인의 입 밖에 나온 경악을 금치 못할 말에 하나 같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이 대리인과 그의 곁에 말 없이 서 있는 대리인들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몰랐을거다. 아니, 알 수도 없었다. 자신들의 고향인 마리너스 마을을 공격한 괴물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안 듯 매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장래는 이내 시끌벅적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말을 이어가려던 무이 대리인은 이 상황에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고는 잠시 뒤에 있는 대리인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자, 다른 대리인들은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내쉰다.


  " 씨발, 대체 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거야? 말했다면 내가 이걸 신청 했을리 없잖아!! "

  

  " 하아….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으허헝…. "


  " 이건 똥이야…이건 똥이라고!! "


  " 호옹이!! "


  패닉에 빠진 이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자는 그 아무도 없었다. 하나 같이 뭔가에 홀린 듯, 자신들이 한 행동을 질책하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였다. 그들은 이 사실을 숨긴 대리인들에게 매우 나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듯, 하나 같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들을 쳐다보다 이내 한 사람이 그들을 향해 달려가며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보라며 다짜고짜 가만히 앉아 있던 쟈쟈 마을의 대리인인 고르돈 대리인의 멱살을 붙잡으며 소리친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고르돈 대리인은 당황해할 뿐, 그를 도울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심정을 모르는 그 남자는 애꿎은 고르돈 대리인에게 욕을 갈길 뿐, 그 누구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야이, 개새끼들아!! 〃


  그 순간, 나무에 기대어 이 모든 상황을 쭉 지켜보고 있던 르가 입을 열었다. 열매 두 개를 입에 쑤셔 넣고는 뒤뚱거리는 발걸음으로 그 남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매우 시끄러워서 정신이 나갈 것만 같던 장래가 르의 목소리에 한순간에 잠재워지며, 그들의 신경질적인 눈초리가 일제히 르에게로 꽂힌다.


  ' 쫘 - 악!! '


  고르돈 대리인의 멱살을 야무지게 잡고 있던 남자에게 다가선 르가 그대로 그 남자의 볼때기에 강 스파이크 귀싸대기를 날린다. 그러자 한순간에 그의 뺨으로 날아간 작고 견고한 르의 손이 그와의 마찰을 일으키자 큰 효과음과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낙법을 하며 떨어지고 만다. 그 모습에 당황한 것은 고르돈 대리인 한 사람(한 마리로 사용하는게 옳은 표현이나, 대리인이란 직위에 올라선 페트는 인간으로 취급한다.) 뿐, 나와 리린 그리고 다른 대리인들은 이 상황이 벌어질지 뻔히 알고 있었다는 눈으로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열매 3개를 섭취해서 그런지 몸이 꽤나 활력이 생긴 르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쳐다본다.


  〃여기가 무슨 구내장터냐? 뭔 놈의 새끼들이 하나 같이 병신이 되가지고 날뛰고 지랄이네. 네들 전에 공고할 때 뭐 봤냐? 네들 난독증이냐? 아님 갑자기 정신분열이 일어나서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뛰어 날뛰는 중증이 걸린거냐? 이 상황이 어떻게 우리 앞에 닥칠지 예상한건 나 뿐이냐? 왜들 그렇게 미쳐가지고 안 그래도 정신이 복잡할 때에 네들과 함께 난리 부르스를 춰야 겠냐? 내 나이 700살 쳐 먹었는데도 말야?!〃


  몹시 흥분한 듯한 르의 말투에 눈동자에 독이 오른 사람들의 얼굴이 서서히 살구색 빛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방금 같은 행동을 보아서는 한 사람당 원 플러스 원의 찬스로 귓방망이를 날려줄 것 같은 르였지만, 역시나 오랜 산 값을 톡톡히 치르는 듯이 꽤나 이성적으로 이들을 타이르는 듯 싶었지만 어찌됬던 욕은 욕이였다.


  〃그리고 이놈들아, 네들은 사고가 아예 없는거냐? 네들 마을인 마리너스 마을을 누가 그런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냐? 어디서 그놈들이 올라왔다고 생각했냔 말이야?! 그 정도도 모르고 있으면서 뭐? 크로니클 탐사대? 염병 지랄하고 앉아 있네 아주!! 네들은 그저 소풍오는 기념으로 왔겠지만, 이곳에 있는 대리인들이나 나나 리린은 목숨을 걸고 여기에 온거라고, 누구처럼 이곳에 관광하러 온게 아니란 말이야!!〃


  그건 르의 말이 백 번 옳았다. 여기에 온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만이 이 상황에 심각성을 알고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상금에 눈이 멀어 반 억지적으로 이곳에 왔으며, 그들 중 대다수가 이곳을 놀러온 분위기로 왔다는 모습이 보인다. 그걸 증명하는건 한 손에 낚시대를 든 사람이나, 피크닉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 더 심한 사람은 자신의 페트를 데리고 이곳에 온거다. 뭐, 베르가 같은 용맹한 페트라면 모를까, 학교 방학 숙제로 내준 토리케라를 데리고 온 녀석은 대체 뭐냔 말이다. 더군다나 뭘 그렇게 쳐 먹였는지 살이 뒤룩뒤룩 찐 돼지 같은 녀석을 데리고 말이다. 이 모습을 보니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 눈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내 자그마한 소망으론, 르가 이 사람들의 뺨을 한 대씩 갈궈 줬으면 한다.


  〃우린 지금 집처럼 편안한 곳에 있는게 아니다. 더욱이 이곳은 한 눈 팔면 바로 생명을 빼앗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건 너희들 같은 멍청이들이 이곳에 있다는거다. 더군다나 너희들과 함께 이곳을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에 나는 지금 너무 뒷골이 당기지만, 어쨋거나 우리들은 한 팀이다. 그러니 그렇게 정신 없이 행동해봤자 우리들은 손해일 뿐, 이 상황을 극복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텨야한다. 그런데 왜 네들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냔 말이다, 내말은. 정신차려라, 우린 지금 바다에 놀러온게 아니다. 우린 이곳에 탐사를 하기 위해서 온 것임을 명심해라.〃


  길고도 짧은 르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듯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됬다. 그 덕분에 장래는 사람들이 싹 다 죽은 마냥 조용해졌고, 대리인들은 그런 르를 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러자 자리로 돌아가던 르가 발걸음을 돌리더니, 쓰윽 무이 대리인을 쳐다본다.


  ' 추~알싹!! '


  느닷없이 날아들은 르의 손에 막아볼 틈도 없이 볼을 허용한 무이 대리인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르를 쳐다봤다. 그는 지금껏 르에게 뺨을 맞아본 적이 없었는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였고,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대리인들도 심히 놀란 얼굴이였다. 그 중에서도 도라비스 대리인은 급기야 실신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듯 싶었다. 그러나 그런 대리인의 모습에도 르는 태연한 듯한 모습으로 무이 대리인을 쳐다보다 슬쩍 뒤에 머물어 있던 라고고 대리인을 노려보더니 이내 무이 대리인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너, 말을 할거면 좀 제대로 좀 해. 할 말, 안할 말, 구별도 못하는거냐?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좋을거 없다는건 네가 더 잘 알텐데? 이렇게 나한테 뺨을 맞아야 그제서야 정신 차릴래? 너 이 새끼, 한 번만 더 이딴 소동 일으켜봐, 다음번엔 연속 콤보 싸대기로 네 볼을 평정할테니까.〃


  르는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무이 대리인을 흘깃 쳐다보고는 리린이 서 있는 나무로 돌아갔다. 별안간 르에게 뺨을 맞은 무이 대리인이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르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자리로 돌아갔다. 대리인들은 무이 대리인에게 달려가며 괜찮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무이 대리인은 괜찮다며 애써 꿋꿋한 척을 하지만, 내가 봐도 저건 너무 아파보였다. 한편 르와 눈을 마주쳤던 라고고 대리인의 표정은 아까 전보다 더욱 어두워보였다. 





  P.s : 즐감하세요. (무이 대리인 : 내 뺨을 때린건,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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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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