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 2 -
「」
날이 붉게 저물기 시작하니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의 모습도 점차 햇빛에 비추어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하룻동안 별 일은 없었지만, 큰 파장을 일으킬 몇 가지 요소가 충분히 있었기에 하루종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는 나였다. 과연 주군에게 편지를 보낸 자는 누구이며, 그 편지 안에 하필이면 이런게 들어 있었다는게 꽤나 신경이 쓰인다.
"베르에트, 무사히 돌아와야 해."
"응, 걱정마 아리아. 꼭 돌아올테니."
"그리고 아인, 꼭…돌아와야해."
"다녀올게."
"…응, 다녀와!"
아리아가 우리에게 건네줬던 두 송이의 꽃, 우리들은 품 안에 그녀가 준 꽃을 품고 천천히 전장으로 향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떠한 일이 우리에게 닥쳐도 꼭 아리아를 다시 만나겠다는 집념 하나로 우리들은 하루하루 전장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버텨왔다. 그리고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아리아는 늘 웃던 얼굴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었고, 우리들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일상도 잠시, 아직 끊어지지않은 외부 세력과의 마찰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평화롭던 우리 마을엔 또 다시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현 주군의 죽음, 그것은 한 나라의 기반이 무너지는 시초였다. 그 때문에 마을은 붕괴 직전까지 이르르게 되었고, 다른 세력들의 침범으로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순간이였다. 편안히 두 발을 뻗고 잘 수도 없었고, 제대로 눈을 감고 평온한 잠도 청해보지 못했다. 1분 1초가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금방이라도 우리의 삶을 반으로 쪼개버릴지도 모르는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 때문에 이 마을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질 수 밖에 없었고, 하루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수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망가진 현 정체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 없었다. 한낱 용병들로 구성되어 있는 다른 마을과는 달리, 바티칸 마을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 인간이 사는 마을 ' 이였다면, 다른 마을은 그저 ' 짐승이 사는 마을 ' 로 불리울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힘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이라도 서슴치않게 행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육체는 인간이지만, 속은 본능에 충실한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는걸,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 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 그렇게 우리 마을은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싶었다.
『』
세상은 이미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피폐되어 있다. 1초에 한 번씩 눈을 감고 뜨면 이 세상이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역시나 한낱 소망 따위는 이루어지지 않는 듯 싶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르른 하늘 또한 붉은색 연기를 내뿜으며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호탕한 웃음을 짓는 듯, 바람에 실려 쓸쓸히 저 산너머로 흘러간다. 이 마을은 곧 침체될 것이다. 아무도 살 수 없는 극악의 도시가 되어 소리 소문 없이 먼지에 휩싸여 자취를 감추게 될테지. 그러면 지금까지 이 마을을 위해 힘껏 싸웠던 나와 다른 동지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힘겹게 싸웠는지, 허탈한 미소만을 지으며 웃고 있는 내게로 누군가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넌, 누구지?"
까칠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인 내 물음에 그는 실실 웃으며 대답한다.
"나 말인가? 뭐, 일단은 이렇게 말해주지. 이 나라의 새로운 ' 왕 ' 이라고…."
"…왕? 웃기는 녀석이군, 어찌 처음보는 네 녀석이 이 마을의 왕이라고 스스로 칭하는거지? 난 네 녀석을 오늘 처음보는데 말이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가 그딴 말을 지껄이니 저절로 콧방귀가 뀌어진다. 이제 이 마을도 때가 되서 그런지 날파리들이 꼬이기 시작하는 것 같군. 이제 얼마 남지 않은건가…이 나라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가 세운 공적들도 머지않아 빛을 바래고 소멸되고 말테지. 조금은 쓸쓸하고도 암울한 결말이군….
"뭐가 그렇게 우스운거지? 내가 왕이 된다는 말이 우스운거냐, 아님, 지금 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웃긴거냐."
"…뭐?"
"이 나라는 이미 가망이 없어, 지붕을 지지하고 있던 대들보가 부서지면 집 자체가 허물어지는 것처럼, 이미 이 나라도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지. 하지만 그 부서진 잔해를 주워서 새로운 집으로 만드는게 목수다. 그러나 지금 너는 이 망가진 정체를 바로 잡을 생각도 없이, 망가진 그 모습 그대로 모든걸 놓아버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정령 네가 이 나라를 위한다면 그딴 표정을 지을리 없겠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너는 일찍이 이 마을에 대한 미련을 놓은거야."
"…내가 이 마을을 놓았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냐? 네가 뭘 안다고 그따위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거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 녀석의 멱살을 붙잡은 나는 금방이라도 그 녀석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는 굳게 붙들린 나의 손을 살포시 잡아 끌며 말한다.
"그렇담, 아니라는 증거를 한 번 내놓으시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지나가던 똥개들도 알 수 있어. 왜냐면 그만큼 네 표정을 읽기가 쉽다는거지. 애써 아니라는 척 행동을 하지만 정작 네 자신은 속일 수 없는거야, 그게 너 같은 녀석들의 특징이자 단점이니까!"
"너, 이 자식!!"
그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던 순간, 한순간에 나의 팔을 꺾는걸로도 모잘라 도리어 나를 제압한다. 3초 가량의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나는 그 남자의 손아귀에 붙잡혀 힘도 못 쓰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 남자를 쳐다봤다. 한 눈에 봐도 그 남자는 운으로 나를 제압한게 아니다. 이 남자, 실력이 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번도 마주쳐본 적도 없는 낯선 자에게 힘으로 제압 당한걸로도 모잘라, 이렇게 한순간에 나의 무거운 무릎을 바닥에 꿇린 그 남자를 보는 내 눈빛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너…대체 정체가 뭐지?"
"글쎄, 내가 누굴까?"
"너도 이 마을을 노리고 온 녀석인가?"
"아쉽게도 그건 아니야, 말했잖아, 이 마을의 왕이 될 사람이라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건가?"
"믿으면 좋고, 안 믿어도 좋고. 뭐, 어처피 내가 이곳에 왕이 될테지만 말야."
능글맞은 대답에 내 화가 더욱 더 커져만 간다. 그러나 왜일까, 그 남자의 말엔 진정성이 담겨져있다. 그냥 허투로 내뱉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정말로 이 남자가 이 마을의 새로운 주군이 되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이 남자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전장에서도 이 남자를 본 적이 없어. 이 마을사람이 아니라면 분명히 다른 마을에서 사는 녀석이 분명할텐데도, 어찌 이 녀석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던거지? 더군다나 이 정도까지 막강한 힘을 가진 녀석인데도.
"나를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나쁜 놈으로 보일거 아니야?"
"그렇지 않다는 증거라도 있나?"
"증거? 에헷, 그런건 없지. 하지만 증명은 할 수 있어."
"뭐?"
나의 팔을 꽉 붙들고 있던 그 남자의 손이 스르륵 풀린다.
"내가 만약 나쁜 놈이였다면 널 이렇게 놔줬겠어? 한 번에 팔을 꺾어서 뼈를 으스러트렸겠지. 하지만 안 그랬잖아? 이거면 충분하지?"
"…웃기는군, 정말로 네가 그런 놈이 아니였다면 나의 팔을 꺾는게 맞는거다. 그렇지 않고 도리어 팔을 놓아준다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셈이 되는거지. 그게 전형적인 네놈 같은 스타일이고."
"나 원…. 이래선 함부로 도와주면 안된다니까, 좋은 일을 해도 욕을 먹으니까."
"남의 팔을 멋대로 꺾어놓고 놓아주니까 그게 착한 짓이라고 말하는거냐?"
"그래도 다짜고짜 멱살을 붙잡는 녀석보단 내가 한결 낫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목적이 있었으니까."
"목적…? 그렇다는 말은 나는 너와는 달리 목적이 없다는걸 말하고 싶은건가? 너, 자꾸 설쳐대는데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적당히 나서고 뒤로 빠져. 말만 안해도 중간은 가니까."
마지막 충고 삼아 그 남자에게 콕 찝어 말한 나는 뒤를 돌아 어디론가 걸어갔다.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간 바닥을 치고 있는 나의 인내심이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만 같은 불쾌한 기분만이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의 평온한 일상에 갑작스럽게 침범한 것도 모잘라, 뭐? 이 나라의 왕이 되겠다고? 별….
"그러니까 이 마을이 자꾸만 퇴보하는거다. 맞서보지도 않고 스스로 자리를 피하니까."
"…뭐?"
"되든 안되는 밀어 붙혀야만이 결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더러 겁을 집어 먹고 꼬리 내린 개마냥 도망치는 듯한 네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참으로 한심한 녀석이군…."
"너…분명히 경고 했을텐데, 더 이상 지껄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내 최소한의 아량을 베풀었음에도 나를 도발해서 한 몫 단단히 챙겨보려는 속셈이냐?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거다. 네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상관 없어. 단지 지금 내 심기를 건들인 죄, 남에 대해서 함부로 지껄인 죄,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거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내가 호구가 될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내 머릿속이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이걸 참아내느냐, 아님 그대로 폭발시키느냐에 따라 저 남자의 생명이 좌지우지된다. 부디 좋은 쪽으로 끝났으면 하는 내 작은 소망이 깃든 검을 뽑아 들며 천천히 그 남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시급한 시점에서 아군 한 명 더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제 스스로 아군을 베려는건가? 그게 네가 내게 보여줄 수 있는 전부냐?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아군이든 적이든 모조리 베어버린다는 신조냔 말이다."
"그 입, 닥쳐. 한 번만 더 뻥긋했다간 그 입이 잘려 나갈테니까."
"…후우, 좋다. 알았다, 알았다고. 그렇게 내가 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네 녀석에게 할 말은 없다 이거야.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고, 나도 그만둔다 이거야. 이거야 원, 더러워서…."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걸 본인도 알겠다는 듯, 발걸음을 돌려 앞으로 걸어간다. 나는 싸늘하게 공기와의 접촉을 시도하던 검을 다시 검집 안에 집어 넣으며 그 남자를 쳐다봤다.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내딛던 남자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무너져가는 집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들보가 필요한 법, 새 집을 만든다 한들, 그 집을 지지할 새 기둥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어처피 무너질거 그대로 냅두든, 새로 지어서 잠시나마 형태를 유지한다해도 결과는 똑같은데 말이야. 그럴 바엔 흔들린 정체를 바로 잡고 새로운 왕을 내세우는게 제일 좋은 방안이자,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지. 왜 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그리 야단이지? 이 마을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너도 이 마을을 방관한 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걸, 정령 너는 모른다 이 말인가? 정말로 그렇다면, 이미 이 마을은 손 쓸 도리가 없어. 함께 모든걸 끌어 안고 바닥으로 가라 앉는 수 밖에…."
반쯤 꺾은 고개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그는 다시금 앞으로 걸어갔다.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선, 그 집을 지지할 새 기둥이 필요하다라…. 그렇다는 말은 이 마을은 이미 그 상황에 놓여진거란 말인가? 새 기둥을 놓을 것이냐, 아님 헌 기둥을 놓으므로써 몇 시간 후에 함께 무너질 것이냐, 그걸 내게 알려주는거냐?
"…그 말은, 네 녀석이 이 마을의 왕이 되면 이 마을을 공격해오는 녀석들을 막겠다는건가? 그렇게하므로써 이 마을을 점점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겠냐 그 말이다!"
"…뭐, 아마 그렇겠지? 누군가가 왕이 되어 자신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퇴치한다, 그건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걸 내가 대신해주겠다는거고. 뭐, 나 밖에 할 사람은 없지만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 남자를 보며 나는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정답인 듯 싶으면서도, 저렇게 너무 당연하다는 식의 표정이 나의 짜증을 돋구니 말이다. 그러나 인정할 수 없는 사항 중 하나는, 왜 저 녀석이 이 마을의 새로운 왕이 되냐 이 말이다. 그 자리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뽑아도 항의가 빗발친 마당에, 이 마을사람이 아닌, 타지에서 온 자가 왕이 된다? 그건 아예 폭동을 일으킬 요소로 충분한 소재다.
"네가 아니라도 이 마을을 위해 싸울 녀석들을 나를 제외한다해도 수 없이 많다. 더욱이 이 마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네 녀석이 이 마을의 왕이 된다는건 가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
"그렇다고해도 나 말고 누가 이 마을을 짊어진다는 말이지?"
"뭐?"
"그렇게 말하는 네 녀석 또한 이 마을의 왕이 되는걸 꺼려하는게 아닌가?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마을을 지키고 싶어하는 얼굴이 아니라서 말이야. 더군다나 네 녀석은 왕이 될 자질이 없다는걸 능히 알고 있을텐데? 평범한 사람이 왕이 되는 경우는 있어도, 왕의 호위무사인 자가 왕이 되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걸. 우리네 세계에선 흔치 않을 일이라기보다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될 일이니까."
"…."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해서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는군….
"그래서 내가 널 대신해서 이 마을의 왕이 되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너는 나를 위해, 아니, 이 마을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되어라. 지금껏 너를 짓누르고 있던 ' 용병 ' 이란 타이틀을 벗겨내고 말이다. 어떤가? 한 번 나를 도와 이 마을을 다시 한 번 일으켜보겠나?"
씨익 웃는 얼굴로 내게 손을 건네는 그 남자를, 나는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어찌 한 나라가 무너졌다 한들, 듣도 보지 못한 잡것이 나타나 ' 이 나라의 왕이 되겠소! ' 라고 외치는 모습을 그리 좋게는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남자의 말대로 이 마을은 시간을 지체할 수록 서서히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대로 이 남자를 무시하고 이 모습을 방관할건가, 아님 이 남자를 1%의 믿음을 가지고 한 번 그를 도울건지. 모 아니면 도의 확률이지만 어찌보면 내가 손해볼게 이 남자보다 훨씬 많을 듯 싶으나, 더 이상 그놈들이 이 마을에서 설치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아무 것도 없이 허황세월을 보내던 중에 갑작스레 나를 도와줄 조력자가 생긴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아무 것도 못 해보고 현 상황을 맞이할건지, 이 상황을 타파하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것인지, 그 갈림김을 선택하는건 결국 나일테지만 말이다.
「」
레오스 숲에 도착한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숲 안으로 발을 디뎠다. 곧 있으면 은은한 달빛이 하늘 위에 흘러 퍼져 반짝이는 작은 어둠을 불러 일으키겠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물어볼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에 나는 위험을 무릎쓰고 숲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아침부터 들려온 이 마을의 괴소문, 그러나 이 소문의 주인공들은 그 사실에 대해서 부정한다. 물론 대표적인 범인들의 행동들이겠지만, 그들을 범인으로 몰기에는 그들의 범행을 증명할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 단지 이 숲에서 공격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어리버리한 말들 뿐, 그곳에서 공격을 당했다고만 했지, 실제로 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이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내가 본 녀석들은 그렇게 주의 깊게 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들의 몽타주를 따올 만큼, 그들은 정말로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더욱이 그 녀석과 10분 이상의 대립관계를 유지했던 나이기에 이 이상 확실한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그 녀석들이 사람들을 헤쳤다는 1%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이 늦은 시간에 그 녀석 만나러 이 숲에 온거다. 혹시나 정말로 그들이 이 숲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근원이라면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나 위험한 일일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녀석이 나와 했던 맹세를 어겼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날에는, 아마 그 녀석은 이 숲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테니 말이다.
"…."
내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절대 그 녀석이 이 사건의 단서를 잡고 있지 않았으면 하는거다. 이래뵈도 그 녀석과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어찌보면 그 녀석과 나는 오랜 친구 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사실이 확실하다면 나도 어쩔 도리는 없을테니. 그러니 부탁한다. 너의 죄가 무죄라는걸, 너는 절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걸, 그리고 너는 지금까지도 나와의 약속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는걸, 몸소 증명해주길 바란다.
"가르톨―!!"
나의 부름이 그 녀석의 귀에 들렸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만일 이 목소리를 그 녀석이 아닌 제 3자의 귀에 들어간다면, 아마도 나는 꽤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테니까. 그러니 부탁한다. 꼭…내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
"가르톨――!!"
전체 글보기
| 뿌야의 스톤에이지 커뮤니티 전체글을 모아봐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3 | 처음 혹은 마지막 세계 -프롤 | 샤무 | 2012.07.18 | 1040 |
282 | 샤인나이트 3 | 아인 | 2012.07.13 | 881 |
281 | 망각 8 | 아인 | 2012.07.12 | 742 |
280 | 배설 | Flower | 2012.07.09 | 823 |
279 | 샤인나이트 2 | 아인 | 2012.07.09 | 771 |
278 | 크로니클 어비스 47 | 아인 | 2012.07.08 | 888 |
277 | 샤인나이트 1 | 아인 | 2012.07.03 | 825 |
276 | 세계수 - 프롤로그 - | 유캔이 | 2012.06.25 | 818 |
275 | 망각 7 1 | 아인 | 2012.06.15 | 771 |
274 | 나는 | Flower | 2012.06.15 | 738 |
273 | 전쟁을 좋아하는 왕이란 이런 생... | Flower | 2012.06.11 | 692 |
272 | 망각 6 | 아인 | 2012.05.23 | 733 |
271 | 크로니클 어비스 46 | 아인 | 2012.05.15 | 882 |
270 | 망각 5 | 아인 | 2012.05.13 | 748 |
269 | 무릇 | Flower | 2012.05.13 | 732 |
268 | 부흥서사 | Flower | 2012.05.11 | 683 |
267 | Noble Princess - 7 1 | 밥하몬 | 2012.05.07 | 671 |
» | 망각 4 | 아인 | 2012.05.07 | 765 |
265 | 크로니클 어비스 45 | 아인 | 2012.05.06 | 777 |
264 | 부흥서사 1 | Flower | 2012.05.05 | 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