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땅도 있는데
정작 내 위에 있을 하늘도 없고
딛고 서있을 땅도 없다.
바람도 소망도 모두 있는데
바람은 너무나도 얕고
소망은 그것에 비해서 너무나도 크다.
나에겐 손도 발도 눈도 귀도 입도 있는데
할 수 있는건 조금도 없으며
듣고 싶은 음악도 모르기에
그것을 말할 입조차 필요가없다.
가끔 그릇에 물이 차오르면
옅은 바람에 스러지던 그릇
가득 차 있었던 것이 물이라 다시 주워담지도 못하고
뒤돌아서 되짚어 보기에도 너무나도 슬프더라.
그래도 많은 별들이 흩어지며 내려앉는 밤 하늘
구름도 탁한 공기도 도시의 찬란한 불빛도
내게는 모두 상관없으리라 믿었지만
야속한 세상은 작은 행복마저 앗아가 버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