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7.08 09:57

크로니클 어비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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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크로니클 어비스 -


No.47



 잠시동안의 침묵을 뒤로한 채, 무이 대리인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자츰 줄어든걸로 보아, 르가 날린 싸대기가

 걷기는 계속 걷는다. 그러나 어딜 향해 가는지는 모른다. 라고고 대리인이 향하는 곳마다 드넓게 펼쳐지는 알 수 없는 식물들, 그리고 그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우리들은 그저 조금씩 조금씩 지쳐갈 뿐이였다.
 "허억…허억…."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 안에 모터를 단 듯한 속력으로 이런저런 말을 속사포로 내뱉던 피유마저 기운이 쇠약해졌는지 아까부터 숨소리만 거칠게 내뱉을 뿐이였다. 피유까지 이러는걸 보면 이건 엄청난 스테미나를 소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ACVDD ERRES FFRED RTRTEX ASCVD…!!〃
 더군다나 더욱 심각한건 아까까지만해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르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사람이라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는거다. 더군다나 그 욕이 5분 전부터 듣는 이가 광범위해진 것은 물론이고, 인신공격까지 할 정도로 르의 욕짓거리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르의 불꽃 싸대기가 주위에 분포 되어 있는 이들의 볼에 근접하지 않는 것을 보아, 아직까지는 르가 자신의 이성을 어느 정도 붙잡고 있다는 증거일거다. 하지만 그 이성이 언제까지 르의 두 손을 잡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르의 옆에 리린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르의 비유를 맞춰주긴 하지만 아까부터 이상한 행동을 조금씩 보이는 리린이기에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까보단 르의 말수가 줄어든 것 같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더 큰 파장을 불어 일으킬 수 있었는데…뭐, 그때가 되면 라고고 대리인이 알아서 막았겠지만. 
 "…."
 그런데 이상한건, 아까까지만해도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목적지까지 걸어가던 라고고 대리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벌써부터 지쳐버렸기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슬쩍 르를 돌아보고 라고고 대리인을 바라보니 라고고 대리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나서부터 나의 시선은 줄곧 라고고 대리인을 향해 움직일 뿐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고는 싶지만, 내가 묻는다고 쉽게 말해줄 라고고 대리인은 아니였고, 더군다나 저런 모습을 보이는 라고고 대리인에게 그런 말을 묻는게 조금은 머뭇거려졌기에 그저 나는 묵묵히 라고고 대리인의 뒤를 따라가기로 하였다.
 "…."
 아니나 다를까, 라고고 대리인은 무언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라고고 대리인은 우리들 눈을 피해 주위를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불안감의 눈빛이였다.
 「 부스럭 」
 그 순간, 왼쪽에서 작은 기척 같은게 들리더니 이내 불안감에 사로 잡혀있던 라고고 대리인의 표정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황급히 나를 한쪽 팔로 밀쳐낸다. 멍하니 그의 뒤를 따르던 나는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팔에 중심도 체 잡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주저 앉자, 뒤에서 입맛 잃은 좀비마냥 몸을 흔들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와 라고고 대리인을 쳐다보며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표정으로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돌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고고 대리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무슨 일이에요? 뭐 먹을거라도 찾았어요?"
 목소리부터 배고픔이 느껴지는 한 남자가 듣기 싫은 톤으로 묻는다. 그러나 라고고 대리인은 아무 말이 없고, 되돌아오는 말이 없자 그 남자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제자리에 주저 앉는다. 그 모습에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을 덩달아 같이 자리에 주저 앉으며 지친 두 다리를 두들기며 긴 한숨을 내쉰다. 이들은 이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는지 온통 '배고프다, 힘들다'란 말만 하고선 금방이라도 숙면에 취할 것만 같은 눈으로 멍하니 바닥만 내려본다.
 〃….〃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살기가 얼마가지 못하고 사그라지는걸 내 두 눈으로 본 이상, 이대로 모른 척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조금은 망설이는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걸은게 조금은 몸에 부담이 갔는지 휘청거리는 두 다리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중심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천천히 라고고 대리인에게 다가갈 무렵, 한 곳만을 향해 주시하던 라고고 대리인의 눈이 살짝 풀린 듯한 기분과 함께 천천히 바닥을 향해 그어가는 라고고 대리인의 움직임이 이내 내 발길에 멈춰 천천히 내 눈을 향해 그의 시선이 향했다. 
 "…라고고 대리인?"
 순간적으로 나는 느꼈다. 지금의 라고고 대리인은 평소와 다르다는걸. 문제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신경이 곤두섰는지에 대해서 갈피를 못 잡겠다는 것, 아까부터 조금씩 우리 근처를 맴도는 듯한 낯 익고 질척한 기척이 느껴지지만 고개를 돌리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바람에 휘날리는 것 밖에….
 "!"
 바람?
 그리고 보니 지금껏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쩌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섬에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내 앞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어느 순간부터 멎었다는 것, 더불어 이곳 즉, 크로니클 어비스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 부스럭 」
 또한 웃긴 점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곳에 계속해서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 부스럭 」
 만약, 내가 그때 일찍이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 . 」
 우리들은 무사할 수 있었을까?

 「」

 사흘, 아니 어쩌면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 나의 등을 떠밀어주는건 간간히 들려오는 피유의 숨소리 뿐, 그마저도 너무나도 쇠약해진 터라 잘 듣지 않으면 피유가 죽었다고 오해를 해도 충분할 지경이니 한시도 피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는게 조금은 지칠 뿐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걸 보면 역시 혼자보단 둘이 있는게 훨 났다는 어르신분들의 말이 백 번 옳다는걸 생 증명을 하는 자리인만큼, 한편으로는 그런 피유가 고맙기도하고 또 다른 면으로는 조금은 귀찮은 녀석이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때 피유가 나와 같이 가지 않고 다른 일행들처럼 자신이 향하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무작정 달려갔다면 과연 나나 피유는 어떻게 됬을까? 아마 서로 지친 나머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걸 알고 스스로 목숨을 내놓지 않았을까? 부득이한 상황에 부딪쳐 무슨 일을 해야할 궁리도 떠오르지않는 그 시점에서 과연 우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판단을 내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기 자신을 진흙투성이의 속박에 가두는, 참으로 혹독하고도 고독한 그 모습을 우리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 만일 지금 이곳에 나 혼자 남아있었다면, 아마 며칠 전에 나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독감 그리고혼란. 이 감정이 나의 어깨를 짖눌러 조금씩 내 두 어깨를 짖눌러온다면 나는 이곳에 온 목적도, 이유도 잃은 채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크로니클 어비스, 그곳에 파필로온을 살릴 약초가 있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자,내가 살아남아야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아니였다면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올 이유도, 또한 이런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을거다. 하지만 내 의지로 스스로 이곳에 왔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나는 굳게 참아낼거라 다짐한다. 이미 벌어진 일 후회를 해봤자 추해지는건 나 자신일테니까.
 "…."
 그러나 나 또한 어쩌할 수 없는 녀석이라는걸까,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피유를 볼 때마다 내 가슴엔 피멍이 드는 것 같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그들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우리들은 서로의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고, 우리들을 이끌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라고고 대리인 또한 날카로워진 신경 탓에 제대로 우리를 관할하지 못했다. 부득이한 상황이라 이해는 갔지만 그때 조금만 라고고 대리인이 냉정함을 유지했었더라면 이러한 사단은 벌어지지 않았을거라는 작은 낙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누군가를 탓하는 감정에서 묻어나오는 후회, 나란 녀석은 역시 어쩌지 못하는 놈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나를 힘들게 만든다.
 〃바벨! 빨리 피유를 데리고 도망쳐요!!〃
 "이런 젠장!!!"
 그러나 라고고 대리인은 마지막 순간에서도 절대 우리들을 놓지 않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 더욱이 그는 구했으면 구했지 누군가를 버리거나하는 위인은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다. 그건 최근에 라고고 대리인과의 많은 소통으로 내린 것이 아닌, 오랜 예전부터 한 마을의 대리인이자, 오랜 세월을 샴기르 마을에 헌신하던 사람 아니, 페트…. 후우, 어떠한 호칭을 붙여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지만 아무튼 그는 그런 남자였다. 왜 내가 이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겨우 꺼낼 수 있는 말이라곤 이런 것들 뿐이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한들 내 씁쓸한 마음을 치유해주는건 없을 것 같다. 더불어 현재까지도 곤히 잠들어 계시는건지 아니면 괜히 일어나기 싫어서 그대로 뻗대고 있는건지 알 수 없는 피유의 모습을 보면 내 정신력이 많이 쇠퇴해질 것만 같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며칠씩이나 한 장소에 머무는 이유는 딱 하나, 하루라도 빨리 피유가 자리에서 일어났으면하는 작은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형, 배고파.'라고 외칠 것만 같은 녀석이 죽상을 하고 쓰러져있는 모습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마음 같아서는 두들겨 패서라도 자리에서 일으키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울리가 있을까, 그저 스스로의 몸을 갸눌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 그것이 최선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다.
 「 부스럭 」
 피유와 나, 그 이외에 기척이 풀숲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바람은 불지 않는다.
 〃뭐야, 네놈들이였냐?〃


 P.s : 오랜만에 올라오는 47편입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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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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