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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03:27

샤인나이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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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의 광장> - 2 -


 쳇, 도대체 어떤 귀한 재료로 만들었기에 한 잔에 200플레어식이나 하는거야? 예전에는 이렇게까진 비싸지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하아 세상 참 말세다 말세야! 200플레어면 우리 마을에서 제일 인기 많고 입에 쫙쫙 달라붙는 10년 묵은 염소의 그윽한 향기가 묻어나는 치즈만 20개를 살 수 있는 돈인데…. 기사들이 생성되는 마을이라 그런지 이곳 주민들의 시민의식 또한 남다르는군. 

 "에휴."

 자칫하면 기사가 되기 전에 요단강에 서 있는 어여쁜 처녀귀신과 짝짝쿵을 할 뻔했지만,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던 짐을 담보로 맡겨놔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정말 큰일날 뻔했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오기 전과는 달리 묵직했던 내 몸이 갑자기 홀가분해진건 기분 탓이겠지? 에휴, 나오는건 한숨 뿐이구만.

 주점을 나온 뒤 이리저리 방황을 하던 도중 나는 문득 하늘의 빛깔이 조금씩 붉게 물드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그 뜻은 필시 곧 있으면 밤의 요정이 조만간 붉은 하늘을 검게 물들여버리겠다는 묵언의 협박과도 같은 아주 끔찍하게 무서운 말이였다. 자칫하면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딛자마자 방을 구하지 못해 옆에 곤히 잠들어있는 노숙자 형과의 동침으로 통해 알 수 없는 감정 뒤로 슬금슬금 나타나는 사랑의 감…하아, 술을 먹어서 그런지 내가 취한건가, 별 말 같잖은 생각을 하고 있네. 아무튼 일단은 근처에 있는 숙박집에 가서 하룻밤을 묵는게 좋겠다. 방금 전의 상황으로 인해 지금은 땡전 한푼 없는 거지 꼴이지만 설마 후에 멋진 기사가 되어 이 마을을 빛내줄 기사한테 그깟 방 하나를 공짜로 안 빌려줄까? 원래 이런데는 공짜로 해주는게 정상이지! 물론 그 주점에 있던 바텐더는 정상이 아니였지만…. 오, 마침 저기 숙박집이 하나 보이는군.  한 번 들어가볼까?

 "꺼져."

 "네? "

 "꺼지라고!"

 들어가자마자 주인장이 나를 향해 빗자루를 휘두르며 달려온다. 나는 앞뒤 설명 생략하고 그대로 밖을 향해 도주했다. 

 "이건 뭐…완전 사이코 아니야?"

 영문을 모르는 상황에 어이가 반쯤 사라진 나는 투덜거리며 다른 숙박집을 물색했다.

 "어딜 들어와? 나가!"

 "ABCDEFG!"

 그러나 다른 숙박집 또한 실패.

  "…."

  이런 씨발! 어떻게 이 많은 숙박집 중에 나를 받아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게 말이나 되?! 줄 방이 한개도 없다는게 말이나 되?! 아우 성질 뻗쳐서 정말, 그래 이따구로 나온다 이거지? 후회하지마라, 내가 나중에 유명한 기사가 되어 네들이 허리를 220˚로 굽히는 날이 올거야, 그때는 너희들이 나한테 한 것처럼 마구 능욕해주마! 아, 근데 이제 어떡하지? 이렇게 노숙자로 전락해버리는건가? 아직 찾아보지않은 숙박집이 몇 있는 것 같지만 결과는 뻔하고, 이미 하늘을 벌써 어두컴컴해졌고, 그렇다고해서 이곳에 아는 지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아, 이건 무슨 개떡같은 경우다냐. 내 예상대로라면 나는 지금쯤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1등급 숙소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먹으며 내일 선정되는 기사단의 뽑혀 엘리트 기사가 되는 한 걸음을 내디뎌야하는건데 벌써부터 일이 꼬이고 장난이 아니네. 일단은 호화로운 숙박집은 아니더라도 나 같은 빈털터리가 내일 아침까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네. 뭐, 그래봤자 나를 받아주는 곳이라곤 내 주변에 푸르른 빛깔을 내뿜는 잔디 밖에 더 있을까, 더욱이 이 잔디 이외에는 나를 따스하게 감싸줄 무언가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그래도 이것들이나마 나의 몸을 감싸준다면 그저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 입 돌아가는 것보단 조금은 나을지도…. 크으, 어찌해서 내가 이런 꼴이 된거지. 내 신사적인 면모와 나의 바탕으로 꾸며진 이 성격이 나를, 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다니…하아, 이래서 사람이 너무 착하면 안되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누울데라도 발견해서 얼른 자야겠다. 아까부터 무거워지는 눈꺼풀하며 묵직해지는 두 다리 때문에 내 몸이 휘청거린다. 

 "…!"

 반경 1km 이내에 언덕 하나가 내 시야에 포착된다. 건물 사이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작은 봉우리 같은 것이 포근한 잔디를 깔아 금방이라도 나를 감싸 앉아줄 것만 같은 안락함이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그곳을 향해 모진 걸음을 걷고 있다. 이렇게만 걷는다면 아마 저 언덕까지 다다를 때에는 이미 한 대낮이 분명할거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쏟아져오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숙면, 그리고 나의 기사 인생도 쫑.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저 언덕을 향해 달려 가야한다. 그러므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뭐? 스피드!  

  "우아아아악!!"

  옆집 바둑이가 달려오는 것 마냥, 엄청난 스피드로 언덕을 향해 달려갔다. 흡사 마하 5의 속도로 달리는 경황 때문에 앞 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앞을 향해 내달리는 내 주위로 희뿌연 돌풍이 불어온다. 누군가가 긴 장대 담배를 힘겹게 빨아대며 불어대는 검은 연기, 그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하는 것처럼 금세 코가 찡해진다. 정신이 약간 몽롱해지고 달리는 내 두 발목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이 느껴질 때, 나의 몸은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낯 익은 촉촉함이 나의 육체를 잡아 당긴다.

  "에엑?! "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 내가 저 멀리서 봤을 때는 그저 언덕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 그 언덕으로 가는 도중에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 양 옆으로 깊은 호수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군다나 다리의 길이도 엄청나게 길어서 한치의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흐릿해진 내 정신이 내 스스로를 호수 쪽으로 집어 던진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죽는거구나, 기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채 펴지도 못하고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는 안돼! 내가 여기까지 올려고 얼마나 긴 시간을 허비했는데, 여기서 죽으면 내 꿈을 대체 누가 이뤄주냔 말이야!!

  내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집착이 나를 개구리로 만들어주었고, 개구리의 빨판 사이로 튀어오른 나의 몸이 그대로 있는 힘껏 해수면을 뛰어 올라 다리를 붙잡고 나서야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약 900여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나는 오늘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앞으로 몇십 번만 더 채우면 1000번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뿌듯해진다. 그나저나 갑자기 웬 호수가 나타나서 나를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든거지…. 뭐 그건 둘 째치고 어서 옷을 말리지 않으면 아마 내일 나는 냉동 인간이 되어 미래의 과학자들의 좋은 표본이 될지도 몰라. 일단은 불이라도 피워서 약간이나마 옷을 말려야 겠.

  "…."

  아 참, 나 가방 없지.

 "우엑!"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왠지 나랑 비슷한 경우에 처한 듯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님 이게 바로 데자뷰라는 기이한 현상이란건가? 원래 데자뷰라는건 살다가 가끔씩 익숙한 곳에 도착하면 느끼게 된다고 하던데, 혹시 내가 예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었던가? 설마…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방금 전 나한테 닥친 찰나의 순간을 다시 한 번 내게 보여주는건가? 내가 얼마나 비참한 모습으로 다리에서 떨어졌는지 내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인가?!

 "이봐요."

 "?"

 "그렇게 멍청하게 있지말고 저 좀 도와줄래요? 안 그래도 발이 안 닿아서 죽을 지경인데, 한 번 살인미수 죄로 남은 여생 콩밥이나 먹어볼래요?"

 촉촉하게 젖은 내 몸뚱이 옆으로 둥둥 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몹시 심기가 불편한 듯한 말투로 내게 투덜거렸지만, 그녀의 얼굴은 몹시나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사람의 모습에 나는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

 왠지…이 사람을 도와줘봤자 나중에 내게 짐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뿐히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가는게 좋을 것 같다.그냥 무시하고 저 언덕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

 "…."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해주고 가는 편이 그나마 났겠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사는 것보단 혼자의 힘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려고 힘 쓰세요. 앞으로 당신 앞에 닥칠 고비들 중 그건 약과의 불과하니까."

  크으, 얼마만에 들어보는 나의 시크한 목소리냐. 얼굴도 잘 생겼는데 목소리까지 좋으면 대체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말이지? 이래가지곤 함부로 밖에 싸돌아다니지도 못하겠네. 내 한 마디에 호수에 둥둥 떠 있던 그녀는 멍하니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대로 멈춰있다. 역시 내 얼굴을 보고선 맛이 간 모양이군, 하지만 더 이상 여기서 내 시간을 빼앗길 순 없지. 안녕 괴이한 소녀요.

 "…."

 라곤 말했지만, 역시 천성은 어쩔 수 없는건가? 그냥 가기에는 신사인 내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다. 아직 해가 뜨려면 족히 7~8시간은 남은 것 같은데…. 역시 도와줘야하는걸까?

 「 파워 입수! 」

 5초간의 망설임 후에 나는 그대로 호수 쪽으로 다이빙을 했다. 역시 이대로 가기에는 마음이 조금 씁쓸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아까 전에 호수에 빠졌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익숙한 느낌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소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어이, 괜찮아?"

 "…."

 대꾸가 없는 것을 보니 전혀 괜찮지 않은 모양이다.

 "걱정마, 내가 금방 구해줄테니까."

 ?!

 아뿔싸!!

 "쀍!"

 소녀를 구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 때문에 하나 있고 있었던 사실이 있는데. 사실 나 수영 못한다. 거기에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금 종아리에 쥐가 났다. 헤엄을 치면 칠수록 내 다리에 가중되는 쥐의 무게 때문에 지금 정신이 혼란스럽다. 그에 반면, 여유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유히 헤엄을 치며 다리 위로 올라가는 소녀를 보며 나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어버버하자, 슬쩍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는 씨익 웃으며 그대로 내가 찜 해놓았던 언덕으로 걸어간다.

 '씨발.'

 서서히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고 눈꺼풀마저 나의 동공을 덮어 한순간에 나를 심봉사로 만들었고, 멈출줄 모르고 나의 콧 속으로 들어오는 사막의 빗줄기마냥 들어닥치는 물에 호흡곤란까지 동반하니, 이대로 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래서 옛날 어르신들께서 그런 말을 하셨구나, 여자를 잘못 만나면 4대가 멸한다고…. 젠장, 아직 여자친구도 못 사귀어 봤는데….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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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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