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7.12 04:56

망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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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의 굴레> - 3 -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들이 자꾸만 나를  괴롭힌다. 눈을 감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드는 순간에도 나를 조여오는 아픈 기억들과 그의 파편들이 자꾸만 나의 심장을 쏘아온다. 찢겨지나 피는 나오지 않고 그 안엔 검은 응어리 같은 것이 조금씩 형체를 잃은 듯이 심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였다. 나에 대한 기억들이 자꾸만 뒤틀려 나를 괴롭히자 그에 대한 방어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끝끝내 나는 조금씩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말테지.

 꿈인가, 아님 현실인가. 그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일지도 모른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던 하늘이 한순간에 붉게 깨지기 시작한다. 검은 조각들은 그대로 대지로 떨어지고 그 위로는 아기자기한 형태를 가진 붉은 태양만이 환히 빛날 뿐이였다. 그리고 잠시나마 새벽 이슬에 젖어있던 우리네 옷들을 말려주려는지 그의 빛은 너무나도 따스했다.

 베르에트, 그의 등줄기엔 지난 날의 서러움이 서려있다. 닦아내고 싶어도 닦아낼 수 없는 슬픔이 있다. 그가 지난 밤동안 꼬옥 껴앉고 있는 그녀를 차마 나는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아리아. 정말로 미안해…."

 그가 되뇌이는 그 말들이 나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찍어내리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그의 슬픔처럼 나의 고통 또한 그의 눈물이 멈출 때가진 계속 지속될거라 여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리아와의 아쉬운 이별을 했다. 오늘도 그녀의 곁에서 하루종일 지난 일들을 속삭이며 슬퍼할거라 생각했던 베르에트가 의외로 멀쩡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아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고선 그는 씨익 웃으며 내게 말하였다.

 "이 정도면 됬어.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충분하다는 그의 말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은 베르에트를 부축이며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은 아쉬운 듯 쉽게 떼어지지않는 발을 가까스로 디디며 앞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베르에트의 슬픔을 가시지 않았다. 그가 흘린 눈물만큼 지나간 시간의 무게 또한 베르에트를 짖누르고 있을거라 생각하며 나는 조금 더 힘을 내 베르에트의 슬픔을 함께 짊어지리라 다짐했다.

 아마, 다음번에 우리가 아리아를 찾아 왔을 때는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서의 나로는 이런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타당한 이유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지만 왠지 그럴 수 밖에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멀지않은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


 그로부터 사흘 약간 안되는 시간이 지났다. 

 "아침부터 어딜 그리 급히 가?"

 요즘 들어 베르에트는 뭔가에 빠져 사는지 매일 아침마다 집을 나선다.

 "금방 돌아올게. 아참, 뭐 필요한거라도 있어?"

 딱히 남자 둘이 지내는데 그리 많은 생필품들은 필요치 않다. 단지 건장한 남자 둘이 해치우는 밥값만해도 상당하니 그것만 빼고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갔다올게."

 그나마 다행인건, 지난 사흘동안 베르에트가 많이 밝아졌단거다. 옛날, 나와 아리아와 함께 지냈었던 그때의 베르에트처럼.

 "올 때 메로나."

 그러나 그때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 있다. 그게 무엇이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것들이, 그 많은 것들이 그저 사소한 옛 기억들로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역시나 그거 하나 밖엔 없는 것 같다.

 오늘도 하늘은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하늘 아래 놓여있는 수 많은 생명들을 향해 그 따스한 순간들이 천천히 우리들에게로 다가선다.


 『』

 

 레오스 숲,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오싹한 기운이 피부로 스며든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그렇게 차가운 바람은 아닌, 조금은 부드럽고 상쾌한 듯한 바람이랄까? 밤이기는 해도 그렇게 쌀쌀한 날씨는 아니임에도 레오스 숲의 공기는 다른 곳과는 달리 매우 수상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에취~!"

 "괜찮아?"

 "으응."

 "그러니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잖아. 안 그래도 옷도 얇게 입었으면서."

 "싫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인과 함께 갈거야."

 "감기 들어도 난 모른다."

 "걱정마셔."

 내가 저놈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힘이라도 있으면 이렇게 골칫덩어리를 뒤에 매달고 가진 않을텐데…. 안 그래도 아픈 애를 데리고 다녔다가 병이 도지지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지만 저렇게 당사자가 죽어도 집에 돌아가기 싫다니 뭐 어쩔 수 있나. 처음부터 말로 한다고해서 순순히 따를 녀석도 아니고 되려 내가 그녀의 말에 홀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망각하게 되버리니 괜히 서로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는게 내 생각이다. 그도 그렇 듯이 어처피 말로 타협이 되지 않을 상대는 그냥 가만히 냅두는게 좋다고 마을 어르신분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씀이셨으니.

 「 부스럭 」

 엄청난 짐덩어리를 뒤에 매달고 앞으로 걷던 도중, 수풀 사이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조용했던 숲 속 안에서 갑작스레 수상스러운 소리가 들리니 콧노래를 부르며 내 뒤를 쫄쫄 따라오던 아리아가 살짝 놀란 듯한 얼굴로 황급히 내 등에 찰싹 달라 붙는다.

 "뭐, 뭐야? 방금 그 소리는."

 놀란 나머지 말을 더듬는 아리아가 어쩐지 귀엽게 느껴진다.

 "바람에 나뭇잎이 날린 것 뿐이니 겁 먹지 않아도 되."

 "내, 내가 언제 겁을 먹었다고 그래?!"

 "딱 봐도 그래 보이는데."

 "시, 시끄러! 걷기나 해!"

 당황해하는 아리아를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살포시 아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날뛸 것만 같던 아리아가 금세 잠잠해진다. 역시 아리아는 놀려야 제 맛이다.

 

 "저기 아인."

 "응?"

 "나 궁금한게 있는데."

 "궁금한거?"

 "응, 꼭 좀 말해줬으면 해서."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다며 말하는 아리아를 나는 그저 말 없이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궁금한게 있으면 이것 저것 다 물어보는 녀석이라 별 감각은 없지만 이번만큼은 뭔가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미안해."

 "어?"

 "그 질문이라면 나는 대답해줄 수가 없어."

 "아인…."

 "미안해, 이번만은 네가 참아줘."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나는 그런 아리아를 등에 지고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아리아가 내게 묻고 싶었던 것 그건 아마도 베르에트의 행방에 대한 물음이였겠지. 베르에트가 떠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아리아의 물음과 그에 대응하는 나의 거짓말. 거짓말을 하면 할 수록 내 마음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고 나의 거짓말을 진짜라고 여기며 버티던 그녀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을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거짓말을, 아니 그녀의 질문을 회피하며 오늘 하루 또한 흘려보내고 싶었다. 그동안의 거짓말을 지금 이 한 마디로 무마시키기엔 너무나도 나는 아리아에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적어도 친구에게만은 해서는 안될 짓을 나는 몇 번씩이나 반복한거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내가 큰 죄를 지었다면 그건 아마도.

 "아인!!"

 …아리아?

 「 쿠당탕 ― !!」


 「」


 "아인…경? 자네가 무슨 일로."

 "잠시 주군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리게 곧 준비를 할테니."

 "아뇨, 번거로울 필요 없이 이곳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단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그런가?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야. 그런데 별안간 무슨 일인가? 좀처럼 이곳에 발을 딛지않는 자네가 아침 일찍부터 나를 찾아온걸 보면 꽤나 중요한 일 때문인 것 같은데…."

 "…."

 "뭐, 어쨋든간에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래, 내게 하고 싶다는 그 말이란게 뭐지?"

 "1년 전."

 "!"

 "전 주군이 맡겨놓으신 보서를 제게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 그,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작스레 보서를 빌려 달라니? 그게 무슨 터무니 없는 말인가!!"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용병들은 보서를 볼 수 있는 권리와 필요시 보서를 몸에 지닐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없는 사이에 바뀔리 없다고 생각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만약 그 규칙이 바뀌었다면 저는 지금 주군께 엄청난 무례를 저질르고 있는 셈이 되겠죠.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제 목을 베든, 목을 메시든 그건 주군께서 판단하실 일이라 믿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말투와 행동, 참 죽기엔 알맞은 모습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것도 모잘라 다짜고짜 보서를 달라고하니, 나 같았으면 콱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또 다시 하찮은 일거리에 밀려날 것이 뻔하니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을거다. 왠지 이번만큼은 도저히 미룰레야 미룰 수가 없을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당황한 기색으로 나를 말 없이 쳐다보던 주군 또한 내 비장한 표정에 의해 잠시 갈등이 생겼는지 푹 한숨을 내쉬며 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후우…. 자네가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이 말을 꺼낸 것은 필시 무슨 뜻이 있을거라 생각하겠네. 내가 알고 있는 자네는 절대 헛튼 곳에 사용할 위인은 아니니."

 한동안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 듯, 주군은 꽤나 노곤해진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보서를 찾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은데…. 지금 당장 필요한건가?"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오늘 저녁까지는 받았으면 합니다."

 "흐음…. 알겠네, 오늘 저녁까지 보서를 찾아볼테니 시간에 맞춰 다시 한 번 방문해주게."

 "무례한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아, 이왕 여기 온 김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는가?"

 "레오스 숲의 관한 일인가요?"

 "아니 이번에는 레오스에 일이 생겼네."

 "…레오스?"

 "레오스 숲에 있던 괴물이 사흘 전부터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공격한다고 들었네."

 …!!

 "나도 이 소식을 자네가 오기 전에 들어서 자세한 경황은 모르지만 그쪽이 많이 쇠약해진 모양이네. 괜찮다면 내가 보서를 찾는 동안 대신 레오스에 가서 그 괴물 좀 막아줄 수 있겠는가?"

 "…정말로 레오스 숲의 괴물이 마을에 침법해서 사람들을 공격한단 말씀인가요?"

 "레오스에서 온 통신병에게 들은 바로는 그러하네."

 "…."

 "아인 경, 왜 그러나? 갑자기 안색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럼 지금 당장 레오스로 가보겠습니다."

 "부탁하네."

 「 드르륵 ―… 」

 "…."

 젠장.



 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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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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