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7.19 03:28

망각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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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박의 굴레> - 4 -


 『』

 

 "이게 누구야? 근본부터 나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아인 아니야? 귀하신 몸께서 어쩐 일로 레오스 숲을 방문해주셨나?"

 아리아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남자들 앞으로 낯 익은 얼굴이 달빛에 비춰 윤곽을 나타낸다.

 "안토니오…."

 "날 기억하고 있다니 이거 황송할 따름인걸."

 "이번 일도 네가 꾸민 짓이냐…?"

 "글쎄, 과연 누가 한 짓일까나?"

 "이 자식이…."

 건들거리며 씨익 웃는 그 녀석의 얼굴에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 녀석 뒤에 붙잡힌 아리아를 보니 차마 다가설 순 없었다. 냉정하게 판단해 이 상황에서 아리아를 무사히 구해내는 것, 그러나 내 머리와는 달리 내 몸은 이미 행동을 거치고 있었다.

 "워워,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예쁜 얼굴에 상처 나면 네가 책임질거야?"

 약간 당황한 듯 식은 땀이 흐르는 듯한 그 녀석의 미소에서 그는 한쪽 손에 들린 단도로 아리아의 얼굴을 가볍게 건들인다. 그 모습에 이성을 잃고 달려갈 뻔한걸 간신히 참아내며 나는 그 녀석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너 아리아 손 끝 하나 건들였다간 가만 안둔다."

 "하하, 상황판단이 잘 안되는 모양인데…."

 「 퍽 」

 "크헉."

 "지금 네 녀석은 나한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겠나보지?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두 눈으로 잘 보라고. 과연 어느 쪽이 권력을 가지고 있고 어느 쪽이 그 권력에 순응해야 하는지를…."

 비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이깟 놈에게 이런 추잡한 모습을 보여서까지 아리아를 구해내야하다니…. 당장이라도 이 녀석의 검을 빼앗곤 그대로 녀석의 심장에 박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참아야 한다. 그게 얼마나 지속될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기필코 아리아를 구해내겠다.

 "네가 하는 행동에 따라 이 녀석의 생사여부가 결정된다. 뭐 네가 무릎을 꿇고 질질 짜면서까지 사과를 할거라고는 생각도 안한다. 단지 이번 일에 손을 뗀다면 이 녀석은 물론이고 너 또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내가 그럴거라 생각하는가?"

 "물론, 순순히 돌아가진 않을거라는 생각을 들긴 하지만 과연 네가 그럴 수 있을까?"

 "…."

 이깟 녀석에게 무릎이라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이런 녀석에게 내 무릎은 절대로 굽혀지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아인…."

 그렇게 된다면 아리아를 구해낼 수 없겠지.

 "…하아."

 역시 이 수 밖에 없는건가.

 "이러면…충분하냐?" 

 "헹,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배짱도 없는 주제에 입은 살아가지고 말야. 좋아, 그렇게 간곡히 부탁한다면 옛 정을 생각해서 봐주지.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뭐?"

 "이 녀석을 잠시만 빌려줘. 뭐 그 정도는 괜찮잖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인데 말이야. 어때, 그래줄거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냐?"
 "왜? 싫어?"

 "…."

 "걱정말라고, 친구란게 뭐냐? 사이좋게 놀다가 돌려보낼테니 너는 이만 가봐."

 "…."

 "뭐해? 안 가고, 왜? 너도 같이 놀고 싶어?"

 "…져."

 "응? 지금 뭐라고…."

 「 퍼억 」

 "꺼지라고, 이 새끼야!!!"

 사람으로써, 그리고 나로서 참아야하는 최고의 한계점까지 다달았다. 그런데도 네 녀석의 욕심은 너무 과했어. 무릎까지는 참아줄 수 있었지만 그 이상 네가 나에게 요구해서는 안됬던거야. 이렇게 되면 내가 무릎 꿇어야했던 이유가 사라진거잖아…? 왜, 왜 너 같은 녀석들은 하나 같이 사람의 인내심을 확인하려는거냔 말야!!

 "너…아리아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거냐?!"

 "이미 네놈이 저지른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리아의 이름을 들먹여봤자 이미 소용 없어. 아리아의 이름을 들먹이고 싶었다면 이미 끝났다고!!"

 "이 자식이…!"

 그깟 칼 따위 무서워할 것 같냐? 이미 너는 나를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만들어버렸어. 사람이라면 작은 바늘 하나만으로도 공포에 질리지만 짐승은 그렇지 않아, 자신의 위협하는 녀석은 모조리 적으로 간주, 적이 사라질 때까지 공격하는 짐승의 본능을 네 녀석이 내게 심어준거라고.

 "당장 아리아를 데려와."

 "웃기는 소리…. 저기 있는 내 동료들이 보이지 않나보지?"

 아리아에게 찰싹 달라 붙어 있는 거대한 몸뚱이의 남자들이 하나 같이 나와 안토니오를 연신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들은 안토니오를 도와주긴 커녕, 그대로 아리아가 도망쳐 나온다 한들 쫓아가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안토니오는 씨익 웃으며 나를 협박한다.

 "너, 저 녀석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냐? 지금 이 손 풀어,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거야."

 "…."

 "이봐, 아인. 이건 농담이 아니라고 정말로 저 녀석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단거냐?"

 "…할 말은 그게 단가?"

 "너, 이 손 놓지 않으면 100% 후회한다. 당장 이 손 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안토니오를 보며 나는 가볍게 그의 팔을 짓누르며 대답했다.

 "이대로 널 놓아도 후회하는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냐…?"

 몹시 화가 난듯한 그의 표정을 봐도 아무런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면 이 녀석은 근본부터 아주 썩어빠진 녀석이였으니까,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주 그냥 인간 말종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녀석은 쓰레기였다. 

 "아니, 너랑 농담 따먹기 할 정도로 시간이 한가롭지 않아. 더군다나 너 같이 누군가를 인질 삼아 상대를 짓밟을려는 거지근성을 가진 녀석을 함부로 이 세상에 나돌게 할 수 없다. 그것이 용병으로써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그래야만이 이 세상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다."

 "거지근성이란 단어를 이런데에 쓰이는게 아닐텐데?"

 "하지만 지금 네 녀석에게 딱 알맞을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왜, 내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르나? 인질을 잡으므로써 나의 두 발목을 붙잡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거지 중의 상거지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래서 뭘 어쩌자는거지? 이대로 내 팔을 꺾을 셈이냐? 그것으로써 내 죗값을 치루게 하려는 속셈이냐고!"

 "네 죗값은 널 죽여도 용서 받지 못할거다. 그리고 너는 내 손으로 죽이지 않을거다. 이대로 너의 팔을 부러트리고 주군께 데려갈거다. 그러면 주군이 알아서 너에게 딱 맞은 형벌을 내리시겠지. 그러나 주군께선 관대하시다. 아무리 배신자라 하더라도 옛날의 그 정을 잊지 못해서 너는 쉽사리 죽이지는 못하겠지. 그러나 매일 같이 죽음과 같은 고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거다. 며칠이 지나면 네 녀석은 죽는게 더 나았다는걸 알겠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 없어. 이미 그날부터 너는 이 나라의 적이 되었으니까. 사지 멀쩡하게 돌아가고 싶다면 당장 아리아를 풀고 이대로 네 녀석 동료와 함께 사라져. 그것이야말로 네 녀석이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

 "잘 들어, 네 녀석이 나를 팔아 먹든, 이대로 나의 팔을 꺾든간에, 이것 하나만은 명심해. 너는 절대로 나를 건들여서는 안돼, 아니 처음부터 건들일 생각을 가지면 안되는거였어."

 "뭐?"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녀석은 죽음을 맛보고 있을걸?"

 "…!"

 서, 설마….

 "너…."

 "이 손 놔, 안 그럼 저 녀석은 죽는다니까…?"

 나는 서둘러 그 녀석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황급히 아리아를 쳐다봤다.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않았던 아리아의 얼굴이 달빛에 의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리아의 팔을 굳게 붙잡고 있던 남자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리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것도 아예 의식을 잃은 듯 축 처진 그녀의 팔 다리가 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또 다시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짐승이 될 뻔했지만 참고 또 참아냈다. 더 이상 아리아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이상, 나의 욕구, 나의 욕망, 나의 충동을 제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여기서 내가 그 녀석에게 고통을 가할 수록 그 고통이 아리아에게 간다는 사실을 안 이상, 나는 이 녀석을 건들일 수도, 다가설 수도 없는 몸이 되버렸다.

 "이제야 상황판단이 되는 모양이군."

 "그저 가만히 있는 놈들을 아니였던건가…?"

 "그럴거였으면 애초부터 나 혼자 왔지, 뭐하러 저런 떨거지들을 데리고 왔겠어?"

 "이게…네가 내게 주는 고통인가?"

 "설마 저게 끝이라고 생각한거냐? 네가 순순히 이곳을 떠났다면 이런 일까진 생기지 않았어. 아무리 네가 자존심이 강하다고 해도 친구의 목숨을 상대로 덤빌거라 생각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네. 자존심 때문에 친구를 팔아 넘기다니…뭐, 너는 옛날부터 그런 녀석이였으니까. 그때도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좀 골치가 썩었다지 아마? 그깟 자존심이 뭐길래, 전장에서 서로를 위해주던 친구를 적에게 넘기다니."

 "…그만해라."

 "그때도 이렇게 자존심을 숙이고 행동했더라면 너랑 나랑 이렇게 마주하지 않았을텐데…."

 "…그만. 그만해. 그때는 정말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거기서 내가 널 적군에게 넘기지 않았으면 이 나라는 사라졌을테니까,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고향이 사라졌을테니까!! 그리고 그 말에 너 또한 찬성했다. 너는 잊고 있을지 몰라도 나는 네 녀석을 보내지 않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 했지만 결코 바뀌지않더라…. 그렇지만 이거 하나만은 믿어, 나는 너를 보내고 한시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다는걸. 그때 네가 아닌 내가 갔더라면 지금 이 상황이 오지도, 그날의 기억 때문에 내가 이렇게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았을거야. 그러나 그 때문에 우리는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가 태어난 이곳에, 우리들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우린 다시 볼 수 있었어. 그렇게 될 수 있었던건 다 네 덕이라는걸, 우리는 알고 있단 말이야 임마!!"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자는거야? 이제 와서 모든걸 정리하고 옛날처럼 하하호호 재미나게 놀아보자고? 웃기는 소리하지마. 이미 나는 몇 번이고 이 나라를 쓰러트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결국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지. 나도 몇 번이고 이 나라에 돌아와 옛날처럼 돌아가고 싶은 생각…그런 생각을 할리가 없잖아? 나 처음부터 이 나라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 나라를 위한답시고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강제로 전장터에 내동댕이치고 죽으면 그 댓가는 내 가족에게 돌아간다? 왜 내가 목숨 걸고 싸웠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가족한테로 돌아간단 말이야?! 그것도 죽으면? 죽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끝인거야? 다음 전쟁을 기약하며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라고?"

 "그러기 위해서 용병이 된거 아니였나? 너와 전장터에서 함께 싸운 모든 용병들, 그리고 우리와 맞서 싸웠던 수많은 적군들 또한 나라를 위해 자진해서 용병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이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용병이 된거라고! 그런데 네 녀석은 도대체 용병이 된 이유가 뭐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버리겠다는거야 지금? 그때의 너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거냔 말이야!!"

 "잊었어? 이렇게 된건 모두 너 때문이라는걸. 그때 네가 나를 팔아 먹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어…. 네 녀석만 없었더라면 나도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거란 말이다!!"

 "…아니, 내가 없었어도 네 녀석은 변하지 않았을거다. 처음부터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들어온 네 녀석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어. 그저 나라를 위한 싸움이 너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나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참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네 녀석을 찢어 발기고 싶은 충동이 이르지만 참는다. 이렇게 참을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아리아를 보내줘."

 "싫다면?"

 "…널 죽여버리겠어."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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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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