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4.04.29 08:05

크로니클 어비스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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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니클 어비스> - 7 -



  "…."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주위는 온통 암흑 그 자체였다.

 방금 전, 갑자기 나타난 어떤 씹호로새끼가 내 뒷통수를 후려치고 나서부터의 기억은 없어서 어찌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주 좆 같은 일이 벌어진건 확실하다. 다만 왜 내가 느닷없이 나타난 괴인에게 습격을 당해 이런 몰골로 이런 곳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을 뿐이다.

 "…."

 씨발 그리고보니 묶여 있네. 무슨 이게 납치극도 아니고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을 묶고 지랄?! 아니 그것보다 왜 나를 데려간거야?! 뭐? 다음 먹잇감? 씨발 네가 무슨 가우린섬의 고르고르냐! 왜 가만히 지나가는 모험가를 물어 뜯고 지랄이야 지랄은!! 아오 안 그래도 르 때문에 기분 팍 상해서 열불이 나 죽겠는데 말이야. 처음 보는 새끼한테 잡혀서 이게 뭔 짓이야?! 하도 상황이 엿 같아서 내가 마치 르가 된 듯이 욕이 아주 솟구치는구나!!

 "…."

 아나 입까지 테이프로 막아놨어. 이거 완전 밀실 살인사건 예고편을 손수 만들어서 보여주는구만, 후우 후우…잠깐만 진정하고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 일단 르를 만난 것까지는 Yes! 이걸로 내 동료 중 한 명을 만나서 다행이고 더군다나 녀석의 직업은 의사라서 더욱 럭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녀석 뒤를 쫄쫄 따라다니던 리린은 보이지 않았고 르에게 리린의 행방을 물어도 르는 아무런 대꾸는 안하고 괜히 내 대갈빡만 후려 갈기고, 그러다가 지도 입이 근질근질한지 내게 이런저런 얘기로 리린의 행방을 말해준 것까진 괜찮아, 그런데 뜬금없이 자기와 리린 그리고 다른 대리인들을 모른 척하라는 그 말이 신경 쓰여. 왜 르가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거지? 아니 그것보다 르가 그 말을 하고 나서 녀석들이 나타났어. 그렇다는건 이미 르는 녀석들이 나타난걸 알고 있었다는 셈이 되는건데…. 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도통 감이 안 잡히네.

 일단은 뭐가 어찌됬던간에 여기가 어디이고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선 별로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지금은 르의 행방이 우선이다. 분명 내가 여기에 있다는건 녀석들이 나를 잡아 왔다는 셈이되고 그렇다는건 르 또한 나와 같은 공간에 존재할 확률이 높다는 뜻. 그러나 아까 전부터 나 혼자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스산함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꾸만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거지.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내 입에 틀어 막힌 이 테이프 때문에 뭘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만약 내 목소리를 듣고 그 녀석의 동료가 나타나서 내 계획에 훼방을 둔다면 그것 또한 몹시 불쾌한 사실이지. 일단은 내 힘으로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골똘히 생각부터 하는게 좋을 것 같다.

 "…."

 그런데 뭐부터 해야 하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날…어떻게 할 속셈이냐…?〃

 "글쎄…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시덥지않은 장난 할거면…그냥 죽여…. 네깟 놈한테 장난감 놀음이 되긴 싫으니까….〃

 "말이 좀 거칠군 그래. 누가 널 장난감씩이나 대한다고 그래? 넌 그저 쓰레기장에 버려진 폐쓰레기에 불과해. 뭐 너와 같이 붙어 다니던 그 꼬마는 너보단 쬐금은 쓸모가 있었지만."

 〃…!! 이, 이 새끼! 너, 리린을 만난거냐? 그런거야?!〃

 "워워, 열 내지 말라고, 안 그래도 더운데 열까지 내면 큰일이잖아? 걱정은 마, 그 녀석은 무사하니까. 아니 무사할거야라고 말하는게 맞을려나?"

 〃이 씨발놈이!!!〃

 "…."

 〃너…리린에게 손 끝 하나만 댔다간 그땐 아주 죽여버린다…. 알겠어?!〃

 "하하…. 어이가 없네, 지금 누가 누구보러 그딴 말을 지껄이는거야?! 죽고 싶어?!!"

 〃…나 하나로도 족하다. 그 녀석은 아무 죄 없어, 다 나의 업보다. 그 녀석은 순전히 나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녀석만은 건들이지마라…. 부탁이다…. 때릴려면 나를 때리고 죽이려면 나를 죽여, 그러니까 제발 그 녀석만은 건들이지 마…. 내 마지막 부탁이다.〃

 "번지수 잘못 찾았어. 그런 부탁을 하려면 상대를 잘 만나야지. 나한텐 그딴 말을 해봤자, 콩고물은 안 떨어진다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얼마의 시간이 흐른걸까, 가까스로 내 두 손을 속박하고 있던 밧줄은 풀었는데 도통 앞이 보이질 않으니 뭘 알 수가 있나. 혹시나해서 벽에 귀를 대보았지만 역시나 들리는건 아무 것도 없다. 이 근방에는 나 혼자라는건가? 씨발, 사람을 잡아 놨으면 망을 보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남겨두고 가야지. 냅다 나 하나 던져 놓고 지들끼리 놀러 갔다 이거지? 개새끼들, 잡히기만 해봐 내가 가만두나!!

 「 철컥 」

 얼추 문으로 보이는 곳의 문고리를 돌려보니 방금 전까진 존재하지 않았던 새하얀 얼룩이 건물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안구가 바깥으로 튀어 나갈 만큼의 위협을 느낀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비명을 흘리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 뒤, 빛의 익숙해진 동공이 물 만난 고기마냥 이리저리로 움직이자 비로소 나는 안심을 하고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어디 먼데로 잡혀 왔나 걱정했더니 역시나 이곳은 크로니클 어비스 안이란 말인가…. 뭐 일단은 나온 것으로만해도 감사하게 여기는게 좋겠지. 하지만 방심해선 안돼, 언제 그때처럼 내 뒷통수를 후려 갈길 놈이 나타날지 모르니 말이야. 다행히 이 주위에는 나 밖에 없는 것 같으니 재빨리 이곳을 벗어나자.

 〃이보게.〃

 ?! 무, 문지기가 있던건가!!

 〃이보게, 잠시만 기다리게.〃

 순간 온 몸의 털이 삐죽 서고 두 다리가 벌벌, 두 손은 얼음장마냥 차갑고 금방이라도 객사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내 긴장 호르몬 또한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건만 이렇게 끝이 나고 마는건가? 씨발 어쩐지 운수가 좆더라니….

 〃자네의 얼굴에서 어떠한 기운이 흘러 나오는구먼. 괜찮다면 내가 자네 관상 좀 봐도 되겠는가?〃

 대뜸 나의 관상을 보겠다는 노인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 슬쩍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노인은 없고 왠 베르푸스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리고 있었다.

 "?"

 뭐지, 내가 잘못 들은건가? 아닌데 분명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여보게.〃

 어? 또 들리는데, 분명 내가 잘못 들은건 아닌데…. 대체 어디서 들리는거지?

 〃야이 씨불놈아! 여기라고!!〃

 ?!

 〃씨불놈이 여기라니까 또 딴델 쳐다보고 지랄이네. 네 눈은 장식이냐?!〃

 분명 이 목소리…. 저 베르푸스한테서 들린다. 하지만 어떻게?

 "설마…네가 말한거니?"

 〃그래 이 씨불놈아, 내가 말했다. 왜 꼽냐? 이 씨불놈아!!〃

 흡사 르를 보는 것 같은 이 착각은 뭐지? 분명 르와 똑같은 다혈질이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녀석인 것 같은데, 녀석의 욕은 뭐랄까 조금 구수한 면이 있으면서도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띄는 별 이상한 녀석이다.

 "어떻게 말을…."

 〃내기 말을 하던 똥을 싸던 네가 무슨 상관이냐 이 씨불놈아! 사람이 말하는건 괜찮고 페트가 말하면 이상하냐?!〃

 …응, 이상해. 그것도 엄청나게.

 "뭐…. 처음 본것도 아니니까 이 주제는 넘어가고, 근데 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이 씨불놈이, 나이도 어려보이는 놈이 300살이나 먹은 이 '로렌' 님한테 반말을 하고 지랄이네, 이 씨불놈의 새끼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르 판박인걸, 나이 많이 먹었다고 자랑하는게.

 〃그런데 너, 대체 이 안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있던거야?〃

 "뭔 짓거리냐니…. 온 힘을 다해서 탈출했구만."

 〃탈출? 너 뭐 납치 당했냐?〃

 "뭐, 엇 비슷하게 그렇지만…."

 〃…그럼 네가.〃

 "?"

 〃…그렇게 된거였구만,〃

 "응?"

 〃좋아, 그렇다면 내가 이 마을을 소개해주도록 하지.〃

 "엥?"

 〃내 이름은 로렌, 이 마을 토박이인 베르푸스지. 물론 이곳 지리를 나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은 없을 뿐더러, 나와 함께 이 마을에 태어난 녀석들은 다 뒤져서 하늘나라에 가있지만. 뭐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고 지금부터 내가 네 녀석의 길잡이 역할이 되줄게.〃

 뜬금없이 내 가이드가 되겠다며 자청한 로렌, 대체 무슨 약을 빨아 재꼈길래 저 지경이 되도록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걸까? 아니 그것보다도 여기가 마을이라고? 

 〃왜 그래? 무슨 문제있어?〃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고…?"

 〃응, 당연히 마을이 있지. 안 그럼 내가 이런 곳에 300년동안 뭐하고 있었겠냐.〃

 "그 마을이란게 언제부터 있었는데?"

 〃그걸 내가 어찌아니, 내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 있었던 마을인데. 아마 이곳이 생길 때부터 마을이 있었던 것 같아.〃

 ….

 〃근데 그건 왜?〃

 "…아무 것도 아니야."

 〃어래? 안색이 안 좋네, 어디 아파? 배라도 고픈거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래 걱정 안 할테니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이나 짓지마. 이래뵈도 심장이 약하거든.〃

 "…그래."

 〃이제 괜찮지? 자 그럼 출발해볼까? 내가 자라온 '파투스' 마을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벌써 끝난거야? 아직 난 시작도 안했는데."

 "…."

 "얼래, 이젠 대꾸도 안하네."

 "…르 님을, 어떻게 한거냐."

 "하하, 그래도 함께 지낸 사이라 그런지 서로 걱정은 무진장 하네. 뭐, 걱정마. 아직 살아는 있으니까."

 "…너, 죽여버린다."

 "어이쿠야, 이거 무서워서 오줌 지리겠네? 그런데 네놈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거 알아?"

 "…뭐?"

 "협박도 상대를 봐가면서 하는거야. 일개 양아치가 동네 코찔찔이 애들한테 겁 주는거랑, 조폭한테 겁 주는거랑 똑같을거라 생각해?!"

 "…."

 "잘 생각하고 말해, 괜히 멍청한거 홍보나 하지 말고. 네들이 무슨 짓을 하던 간에 어처피 너희들에겐 선택권은 없어. 네들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건 나야. 내가 맘 한 번 잘못 먹으면 네들은 나란히 저승행이란걸 명심해."

 "…."

 "오늘은 더 이상 네들 면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여기서 그만두는데, 내일 또 그딴 말로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면…그땐 각오하는게 좋을거다."

 "…조금만 기다려라."

 "뭐?"

 "기필코 너를 죽여버릴테니까…."

 "…하, 이 새끼가 하도 맞다보니깐 정신이 나간 모양인데…. 가기 전에 정신교육 한 번 시켜줄까?!"

 "…꼭 죽인다. 르 님이 받은 상처와 치욕, 배로 아니, 수천 배로 갚아줄테니…기달려라."

 "그래, 기대할게. 하지만 아마 그때는 네가 없을 것 같지만 말야."

 "절대…. 네 놈은 살려두지 않겠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P.s : 이 소설을 처음 썼던게 벌써 몇 년 전이라니, 하지만 그동안 나아진건 한 숨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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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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