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3.08.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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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기억> - 3 -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길고도 짙은 문소리가 내 오감을 자극했다. 창백한 흰빛을 품던 크리스탈의 얼굴이 더욱 회색빛을 띄며 창백하다 못해 보랏빛으로 변한 그녀를 보며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 나의 굳어 있던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였다.
 「 퍽 ! 」
 무언가가 나의 눈 앞에서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순식간에 나의 뒷통수를 내려치며 나와 바닥의 거리를 밀착시켰다. 굳은 듯 흩어지는 작은 부스러기가 허공에서 흩날리며 반쯤 풀린 내 눈이 조용히 떨리며 왼쪽으로 기운 크리스탈을 향해 애처로운 미소를 지으며 조금씩 어두워지는 시야에 가만히 숨 죽여 울리는 누군가의 웃음소리에 나는 다시금 귀를 귀울이며 동 떨어질 뻔한 공간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씨구? 이 녀석 보소."
 "한 대만으론 부족한 모양인가보네."
 "그렇담, 이번엔 내 차례인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목소리로 들리는걸까, 아님 정말로 이 장소에 세 명이 나를 향해 실실 웃으며 추악한 웃음소리를 흘리는건진 모르겠지만, 내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이 따뜻한 감촉이 절대로 '피' 라는 액체가 아니였으면하는 간절한 바람을 이 녀석들에게로 날려 보낸다.
 "…너희들은, 누구지?"
 「 퍽 !」
 내 물음에 대답 대신, 들고 있던 크고 아름다운 둔기로 다시금 내 머리를 후려 갈기는 대담한 베짱을 보이는 붉은 머리의 남자에게 나는 크나큰 경을 표하는 바다. 일단은 다시 한 번 바닥과의 입맞춤을 나눈 나를 보며 붉은 머리 남자 뒤에서 실실 쪼개고 있던 한쪽 눈알이 초록색인 장애인 하나와 왼쪽 볼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흉물스러운 놈 하나에게로 내 눈동자가 굴려졌다.
 "누구 마음대로 이딴 떨거지를 집 안에 들인거지?" 
 둔기를 든 붉은 남자의 물음에 크리스탈을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와 붉은 남자를 연신 쳐다보던 크리스탈은 이내 혼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대체, 내가 없던 그 시간동안 크리스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저 녀석들은 왜 내 집에 함부로 저런 더러운 몸으로 들어오냔 말이야. 나의 안식처, 나만이 들어올 수 있고 그런 나를 반겨주는 가족들만이 허용된 이 장소를, 왜 저딴 놈들이 어지럽히냔 말이야.
 "저…저 아이는…."
 「 퍼억 」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크리스탈의 뺨을 무자비하게 후려 갈기는 붉은 머리. 그 모습에 가만히 서 있던 두 놈들도 붉은 머리의 행동에 가담하며, 바닥에 쓰러진 크리스탈을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발로 짓밟았다.
 "크…크리스탈!"
 
 『』

 밥을 먹고 난 뒤 가볍게 도는 동네 한 바퀴는 언제 돌아도 상쾌할 만큼 쾌쾌한 향기가 주위에서 빈번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코를 막고서도 구역질을 내뱉을 정도지만, 이곳에서 오랜 시간이라고 해봤자 12년이지만 그래도 12년이란 세월동안 마시고 흩날린 시간이 그만큼이니 이 냄새가 왠지 고향의 향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향수를 불어 일으키는 냄새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돌아올 곳은 없을테니까.
 빛 바랜 저녁 노을 뒤로 눈 부신 태양이 조금씩 색이 옅어지며 지평선 아래로 몸을 감추고 있었다. 끄집어 볼까 한 번 손가락을 팅겨보지만, 허공에서 먼지만을 흐트리는 내 손가락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있는 것보단 이런걸로 나의 정신이 존재한다는걸 알리고 싶었던걸까? 그저 묵묵히 걷던 바람 아래로 빛이 흘러 내리는 것처럼, 어느 덧 붉게만 퍼져 흐르던 하늘엔 반짝거리는 검은 연기로 물들었다.
 「 끼익 」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에선 쌀쌀한 바람 대신, 포근한 미소로 대신 날 안아주시는 엄마를 향해 나는 뛰어갔다. 꼬옥하고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은 언제나 그랬 듯이 매우 따뜻했다. 
 "오늘은 어딜 다녀왔니?"
 언제나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물으셨던 말이였다. 나는 씨익 웃으며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곳들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어머니에게 말해줬다. 나의 얘기에 귀를 귀울이며 맞장구를 쳐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더욱 더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며 웃음꽃이 필 무렵, 어디선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내 등 뒤에 싸늘한 숨소리를 내며 크리스탈이 다가왔다.
 "아인…." 
 붉은 색의 향이 진하게 그녀의 숨결을 따라 흘러왔다. 나를 향해 방긋 웃어주던 엄마의 입술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하며 이내 나의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엄마가 크리스탈을 위해 손수 만드신 분홍색 원피스가 그녀의 흙 묻은 피로 인해 얼룩져있었고, 이곳 저곳이 찢어지고 밟히고 한 자국들이 크리스탈의 여린 몸을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너,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참을 수 없는 화로 인해 말문이 막힌 듯, 꺽꺽거리는 숨을 가까스로 내뱉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크리스탈은 그에 대한 아무런 대답도,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말 없이 슬픈 미소만을 지을 뿐이였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활기찼던 평소의 크리스탈의 모습이였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남들에게 못된 말, 나쁜 짓을 당했어도 꿋꿋하게 이겨내던 크리스탈에게 이게 무슨 참변이란 말이야.
 "…대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인, 그만하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아인."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가 이런 짓을 당해야 하냐고요!!"
 아무 죄 없는 엄마를 향한 나의 목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퍼졌다. 금방이라도 자고 있던 애들이 무슨 일이냐며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연신 나를 바라볼 것 같지만 이미 내 눈 앞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울분이 나의 심장이 콰악 짖누르는 것 같이 아파왔다. 한 없이 약해빠진 내가 할 수 있는건 고작 이렇게 화를 내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욱 더 나의 눈물은 거칠게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런 나를 향해 엄마는 금세라도 차가워질 것 같은 포근한 손으로 나의 얼굴을 어루 만져주었다.
 "너희들은 아무 잘못도 없단다. 그저 이 비겁한 세상에서 살아남기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뿐이야."
 "…하지만, 하지만…."
 "아인, 그리고 크리스탈. 이런 일로 인해 흔들리면 안된단다. 너희 아버지가 그랬 듯, 인생은 너희들이 바라는 것처럼 살아갈 순 없는거란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며 그로인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아. 그저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만 찾아서 행한다면, 그건 너희들이 그토록 싫어하던 그들과 똑같아지는 행동이야."
 "…."
 "정말로, 정말로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 그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단다. 그들을 도와주는 대신, 앞으로의 너의 인생에 참견하지 말아달라는걸, 녀석들에게 보여주는거야. 아인, 그리고 크리스탈. 너희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두 번째 계승자라는걸…. 너희들이 직접 보여주는거야. 너희들이 그들에게…."
 
 「」

 "크아아악!!"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먼지로 뒤덮힌 영혼의 비명, 빠르게 사라져가는 한 줄기의 빗방울 마냥, 대지를 가볍게 적시며 그들의 생명력을 끌어 당기는 자연의 모습. 마치 신과도 같은 모습이 오로라마냥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들의 반짝거림은 하늘에서 흘러 내리는 혜성마냥 빠르게 허공에서 지상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
 둔기를 들고 있던 붉은 남자가 바닥을 향해 기울자 그의 뒤에 멍하니 서 있던 두 남자들의 움직임이 다소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절대 안된다. 이들의 손 끝 하나 하나가 무기가 될 수 있고 지금 같이 크리스탈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아차하는 순간 벌어지는 참혹한 사건을 하루도 거르지않고 봐온 나로선,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아프지 않나보군."
 옆구리를 살짝 뒤트는 고통의 향연을 꾸욱 참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살짝 칼 끝을 비틀었다. 쭈욱하고 길게 흘러내리는 점액과도 같은 액체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굳건히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살짝이라도 떨리기 마련일텐데 그는 마치 딱딱하게 굳은 석상마냥 그 모습,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고작, 이런 날붙이 따위로 나를 쓰러트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난, 누군가를 꿇어 앉히기 위해 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나는 검을 사용하는거다."
 "…그런."
 "너의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단지 하나만 묻고 싶은게 있다."
 "…내가, 말해줄 것 같으냐?"
 "넌…. 내가 말할 틈을 줄 것 같아…?"
 "…뭐?"
 「 촤악 」
 깊게 뻗은 사선의 끝이 붉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두근거리는 고깃덩이도 이제는 반 토막이 나서 생명을 잃었다. 굳은 동공이 바르르 떨리며 투명한 액체를 내뿜으며 천천히 식어갔고, 허여멀건 속내가 점점 부스러지며 깊은 향을 내며 사라졌다. 이로써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은 딱 한 명 뿐. 다만 그 상대가 크리스탈이란 사실에 나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목적을 되찾고 붉게 타오르는 검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인."
 "어머닌, 어디에 계셔?"
 "…."
 내 물음에 크리스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나 또한 그녀가 말해주지 않아도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하여 나의 지쳐가는 심장을 더욱 더 촉구시키기 시작했다.
 "아인."
 "어머닐 만나고 올게."
 "아인."
 "금방이면 되,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려."
 "아인…."
 "…."
 내 두 손을 붙잡고 있는 크리스탈을 보며 나는 긴 한숨을 흘리며 조용히 크리스탈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돌아와서는 안되는거였을까…. 이미 그 날 이후에 나는 이 집안과의 연이 끊긴걸까…. 하지만 그 아무도 나를 쫓아내려하지 않았어. 오히려 쫓아낸건 바로 내 자신일 뿐이지. 그들은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을거야. 하지만….
 「 끼익 」
 이제와서 돌아와봤자,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다. 이미 그들은 내 오랜 기억 속에서 나만을 위해 살고 있을 뿐, 하지만 그 기억조차 조금씩 옅어진다는 사실을 그들 또한 알게 되겠지. 그러나 그들은 날 놓지 않아. 놓는건…. 놓는건 바로 내 자신이니까.
 「 이이익…쿵 」
 …잊혀졌던 기억들이 떠오를 수록, 혼란은 더욱 더 커져만 간다. 기억해내면 해낼 수록, 사건은 더욱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 해결의 실마리는 도통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찾으려고 했던 그리고 내가 보려고 했던건 이런게 아니였는데…. 그걸 앎에도, 그걸 깨닫고 있음에도 나를 거부하는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입 안에 잔 먼지가 남아있는 듯, 텁텁한 기분만이 내 입 속에서 감돌 뿐이였다.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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