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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08:06

망각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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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거울> - 1 -

 그로부터 또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뭔가가 변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다녀온 지난 10년간의 회상은 전혀 개의치않게 내 기억 속에 또 한 번 자리 잡았다. 10년 후 나를 맞이해준건 후회, 그리고 잊혀졌던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나의 말을 크리스탈은 애써 눈물을 참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혹시나 있을 불의의 사건에 휘말릴 수 있을 염려를 담은 쪽지를 그녀의 손에 쥐어놓은 다음에야 나는 조금의 망설임을 접어두고 그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 단지, 이렇게 홀로 있는 나를 위로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내가 잘했네 못했네가 아닌, 말 없이 내 말을 들어줄 사람. 아마 그 존재를 찾아 그렇게도 나 혼자 많은 시간을 방황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름으로써 밝혀지는 수많은 진실과 거짓들, 그러나 내가 찾는 그 진실이란 녀석의 발목을 잡기엔 아직도 나 혼자로서의 힘으론 어림도 없는 듯 옛날 그 옛날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무력한 내 모습처럼 작은 웅덩이에 고인 내 모습이 달빛에 비춰 푸르른 안타까움이 묻어 나올 때, 비로소 나는 하루가 지났음을 알게 되었고 또한 내가 찾고자하는 진실의 끄트머리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다는 진실로 인해 다시금 침묵에 잠길 뿐이였다. 
 아직까지도 나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분명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생각했거늘 생각해보면 그 자리 그 곳에서 발만 허공을 저을 뿐, 그 아무 것도 그 어떤 것도 알아 낼 수 없었고 내 몸, 내 정신은 그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하면 그 정답을 완전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난 1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며 또 다시 그런 하루를 보내려한다.
 여느 아침처럼 날이 밝아오는 시간에 맞춰 집 밖을 나서니 요근래 차가운 바람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고 마을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렇게 대지를 찌워내던 햇빛도 이제는 조금은 휴식이 필요한지 모습을 나타내는 날은 조금 드물었다. 가끔씩 구름 사이에 빼꼼히 지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보이지만 그가 하늘에 얼굴을 비추는건 잠시동안일 뿐, 다시 모습을 감추고 연기마냥 흘러가는 구름들의 움직임에 맞춰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며 가까운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 끼익 」
 안으로 들어가니 낯 익은 모습의 주군이 또 다시 한 손엔 와인잔을 든 채, 한 여인과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약간씩 껄끄러운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눈초리로 주점 내에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싸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괜찮은지 편안하게 마시라며 주위 사람들을 향해 건배를 외치지만 돌아오는건 그들의 싸늘한 목소리 뿐,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또 다시 여인이 따라내리는 짙은 와인의 향기가 흘러넘치는 와인잔을 입가에 갖다대며 쭈욱 들이킨다.
 그와 거의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이 모습을 봐도 그리 놀랍지않다. 이 자는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런 녀석이였고 누군가가 충고를 해도 가볍게 웃어 넘길 뿐, 자신의 행동이 그저 옳다고 주장하는 다른 녀석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거의 근본은 거기에 그치지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술을 가져다드릴까요?"
 "화이트 불릿."
 "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전 주군께서 갑작스러운 죽임을 당하시고 난 뒤 이 세계가 어느정도 안정된 상태를 이루자 갑자기 자신이 주군이 되겠다며 튀어나온 이를 그 누구도 쉽게 넘겨주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결과는 상당히 손쉽게 끝이났다. 
 "주문하신 화이트 불릿입니다. 다른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이 주소로 편지 한 통만 보내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주점에 불청객이 되어 사람들의 안식처라 불리우는 이 주점에 무거운 분위기를 지니게하는 장본인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주군의 모습이다. 전 주군과는 달리 너무나도 개방적인 사고방식, 뭐 사람들마다 각기다른 개성과 성격을 지닌건 당연하겠지만 이 자는 뭔가가 달랐다. 마치 나랏일을 나무쌓기를 하듯 만들다가도 쉽게 실증을 내며 무너뜨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그의 행실은 그리 좋게 볼 수는 없었다.
 아마 이 나라의 백성들은 그가 아주 훌륭한 왕이자 이 나라를 다시금 탄탄하게 세운 영웅이라 생각하겠지만 그의 주변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는 용병들에게는 그는 그저 탐욕에 찌든 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용병들도 극히 소수의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 아인 경~?"
 그에 눈을 피해 다른 테이블로 옮겨가 멀찍이서 그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나, 들고 있는 와인잔의 와인이 모두 바닥에 흐트러질 정도로 웃어 재끼던 그가 나를 발견하곤 반갑다는 듯한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화이트 불릿을 한 모금 입 안에 가득 머금고 있던 나는 천천히 넘긴 뒤 테이블 위에 잔을 올려 놓고 조용히 그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근처에만 갔을 뿐인데도 내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미 반쯤 술이 취한 상태로 헤롱거리는 주군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두 주먹은 멈출 줄을 모르고 떨리고 있었다.
 "어~그래. 아인 경, 이거 오랜만이구만. 그런데 그간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않는 나를 보며 그도 조금은 멋쩍은 듯이 들고있던 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잠시동안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으음, 그런가? 뭐, 어쨌든 잘 됬네. 안 그래도 혼자 마시니 적적했는데 말이야. 어떤가 아인 경, 나와 한 잔 하겠는가?"
 안 그래도 곧 있으면 훅 갈 것 같은 취안으로 내게 술병을 건네는 그를 보며 나는 작은 한숨 비스므리한 숨을 내뱉으며 건네는 병을 받아들며 그에게 말했다.
 "주군께서는 이미 많이 즐기신 것 같은데, 이만 거처로 돌아가시는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아니네, 더 마실 수 있어."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내게 건네준 병을 잡았고 그 병을 다시 입가로 가져가려는걸 막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보는 눈도 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죠."
 "아니, 내 돈 주고 내가 마시겠다는데 왜 그러는건가?"
 "…이 나라의 주군이시지않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나라를 통솔하고 있는 주군이란 자의 추태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명색이 주군이란 자가 이런 추태를 부림으로써 백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감을 주는지 이 자는 알고 있는걸까? 아니 알고 있다면 이런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겠지. 그저 '왕' 이란 직위 아래에 욕망을 감춘 작은 늑대만이 존재할 뿐, 애초에 이 자를 왕으로 받아들이는게 실수였는지도 모르지.
 "주군? 오, 그래 그래 맞아, 내가 바로 이 나라의 왕이였지 참. 그런데 말이야 그걸 알면서도 나에게 이토록 무례하게구는 아인 경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웃음 밖에 안 나오는군. 하찮은 용병 나부래기 주제에 감히 왕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다니…. 네 녀석이 나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라도 있는거냐?!"
 이내 내 뺨을 스치고 돌아가는 무언가에 왼쪽 뺨이 얼얼하다. 잠시 컴컴했던 세상이 다시금 빛을 찾아 어렴풋이 그의 얼굴이 보일 때는 이미 그는 반쯤 이성을 놓은 듯이 씩씩거리며 들고 있던 술병으로 내 머리로 내려치며 줄줄 흐르는 포도주와 함께 흐르는 따스한 붉은 색의 증오가 바닥을 적셔갔다.
 "그저 네놈은 내가 주는 돈이나 받으며 생활하는게 네 녀석의 운명이란걸 모르는거냐? 네가 만약 내 밑에 있지않았다면 다른 놈들이 아인 경, 아인 경하며 너를 떠받들였을 것 같아?! 네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놈들은 네 녀석을 추대하는게 아니라 바로 네 위에 있는 나를 존경하고 있는거다. 그런 주제에 감히 왕에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얼굴을 강타하는 매섭고도 무거운 주먹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쏠릴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놀란건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내 주먹에 쓰러진 그도 역시 지금 벌어진 일이 꿈일거라고 생각되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녀석을, 왕좌에 앉히는게 아니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녀석이 이 나라의 왕이 되는걸 내 손으로 막았어야했어…."
 "이, 이 자식이…감히 누구에게 주먹을…!!"
 내친 김에 또 한 번의 주먹질로 내 분노를 다스리려하지만 이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멈춰라, 아인."
 "더 이상 주군께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할 시엔 너의 신변은 보장 못한다." 
 내 앞을 가로막으며 더 이상의 행동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주군을 가로싼 그들을 보며 나는 소리 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왕의 개들, 이 근처에 잠복하고 있었나."
 "그 입 다물어라, 감히 지금이 어느 안전인데 그런 실언을 하는건가!"
 "정령, 살아 돌아가고픈 생각이 없는건가?"
 나를 위협하는 뾰족한 창이 지금은 왜 그렇게 뭉툭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살짝이라도 스치면 살점이 뜯겨져나갈게 분명한데 내 심장은 왜 이렇게 느리게 뛰는걸까.
 "어처피 네 녀석들도, 저 녀석이 아니였다면 그저 길거리에서 죽어나갈 몸,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든, 조금이나마 풍족한 삶을 살다 죽든, 어처피 너희들의 말로는 정해져있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결코, 너희들이 행한 행동엔 진실은 없다. 어둠에 가려진 거짓만이 존재할 뿐, 내가 찾는건 너희들의 그런 추악한 현실이 아닌 1년 전, 내가 제일 기억하기 싫은 과거이자 지금의 나를 이 지경까지 혼란스럽게 만든 '진실' 이란 녀석을 찾고 싶을 뿐이다."
 이들에겐 뚱딴지 같은 소리일진 몰라도, 지금 이 상황을 만들건 분명 그것 때문인건 분명하다.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발버둥을 치며 찾으려 애썼고 그것 때문에 애꿎은 생명들이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갔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것이 나타나지않았다면 지금의 나처럼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텐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 네가 행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이미 옳고 그름의 기준점은 지났다. 그것을 받아들이냐 못 받아들이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지. 누군가가 정해준다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걸, 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 내 힘으로 제거하기로 했다."
 "네가 말하는 문제의 원인이라는게 주군을 뜻하는건가?"
 "그렇다면 날 막을 생각인가?"
 "…아인, 난 네가 참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우리같은 일개 용병들을 잘 챙겨주고 아껴주었지. 그래서 나도 너를 보며 더욱 더 강해져서 너에게 받은 은혜를 갚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네가 한 행동은 이 나라에 대한 모욕이자, 반역이다. 그에 대한 죗값을 받을 준비는 되있겠지?"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지금도 내 시선은 오직 그를 향해 멈춰있었다. 부과 1~2cm 앞에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그들의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그들과 맞서는 나를 주점 안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나와 그들을 연달아 바라보며 무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미 흐트러진 나라의 대한 미련은 없다. 다만, 이 나라는 이 상태로 몰아간건 지금의 현 '주군' 이라는 사실만 알아뒀으면 좋겠군."
 "이 새끼가…그래도―!!"
 「 푸욱 」
 "…."
 "아인, 지금 이 시간부로 너의 직위를 박탈한다."
 "주군에게 폭행을 저지른 점, 이 나라를 욕 보인 점, 그리고, 전대 주군을 거론한 것으로 너의 죄는 중죄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죄인 아인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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