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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08:08

망각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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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거울> - 2 -

 "아인."
 베르에트가 찾아왔다. 내 편지를 받았는지 내가 이곳에 들어선지 얼마 안되서 베르에트가 허겁지겁 나를 찾아왔다. 쇠비린내가 진동하는 철창 안에 갇힌 나를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심을 품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베르에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철창살을 붙잡으며 부르르 떨고 있는 그런 베르에트를 바라보던 나는 머리 위에 뒤짚어쓴 망토를 바닥으로 내려놓으며 짧은 한숨과 함께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돌아가."
 내 묵직하고도 간결한 대답에 베르에트는 또 다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상황이 말도 안된다는 듯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나는 그저 회피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이지, 아인."
 그의 볼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진다.
 "거짓말이지…. 아인, 어떻게 네가…."
 말을 잇지 못하는 베르에트를, 난 또 다시 가만히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이 상황을 설명할 기운조차 남아있지않던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철창 앞에 서 있는 베르에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망토를 그에게 건네주며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마."
 뭐가 그리도 나를 사납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순전히 내 걱정 때문에 나를 찾아온 베르에트에게 그렇게도 냉담한 말투로 그를 쏘아붙혀야만 속이 후련해지는지, 끝까지 나는 베르에트에게 단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을 건네지않았다.
 "아인."
 미련이 남은 자의 목소리가 나의 발목을 살포시 잡을 뿐, 그러나 내 앞을 막지는 않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의 떨림에 나는 또 다시 탄식을 내뱉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또 한 번만 말할게, 돌아가. 그리고 다신 날 찾아오지마."
 "…아인."
 「 콰앙 -! 」
 철창살을 향해 힘껏 손바닥을 내리치자 공허한 안개로 뿌연 미소를 짓고 있던 공간에 쇠를 깎는 듯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그 행동에 철창살 앞에 서 있던 베르에트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바르르 떨며 뒤로 물러섰다. 
 "아인. 너, 손이…."
 오랜시간 관리가 되지 않았던 철창살은 이미 거칠고 거칠어져 철창살을 향해 내려쳤던 내 두 손바닥이 점점 따뜻해져갔다.
 "더 이상…내 이름 부르지마."
 그에게 건네려던 망토로 두 손을 닦아내며 나는 다시금 몸을 돌려 창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닥에 앉아 깊은 한 숨과 함께 슬픈 미소를 지으며 슬쩍 철창 밖에 서 있는 베르에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미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문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더 이상의 대화도 행동도 오고가지 않았다.

 새벽이 밝아오는 작은 달빛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잠시 눈이 감겨 다시 눈을 떴을 뿐인데, 숙면 후 몸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이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잠시동안의 현기증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이런 곳에서도 쿨쿨 잘도 자는 내 현실에 조금은 민망하기도하면서도 한 편으론 쓸쓸한 아쉬움만이 남았다.
 "…."
 아직까지도 철창 밖에는 베르에트가 서 있었다. 잠이 들어있는지 철창에 기대어 꾸벅 꾸벅 졸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망토를 주워 철창 밖에 손을 내민 뒤 그의 어깨 위로 망토를 뒤짚어 쓴 후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또 한 번의 한 숨과 함께 그리 달갑지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침묵을 띄었다.
 "…아인."
 철창 사이로 들리는 베르에트의 목소리가 나의 등을 토닥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파르르 떨리는 그의 입술 위로 흐트러지는 남자의 슬픔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바닥을 흠뻑 적셔갔다. 손을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만 거리에 놓여진 우리들은 마치 땅 끝과 땅 끝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를 칠 뿐, 그 거리는 너무나도 멀고도 험했다.
 또 다시 시작된 긴 적막감에 베르에트와 나와의 거리가 더욱 더 멀어져 감을 느꼈다. 그러나 베르에트는 그럴 수록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붉게 변한 내 손은 그의 손을 뿌리치기 일쑤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베르에트, 그렇지만 내가 찾던 진실의 꾸러미를 베르에트가 갖고 있다. 그동안 내가 찾아도 찾아도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는걸 지금에서야 눈치 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베르에트."
 "아인…."
 "1년 전, 너는 어디에 있었지?"
 "으응?"
 "스스로 용병을 자처하고 전쟁터에 나간 너가 1년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있는거야."
 "그, 그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다소 당황한 듯한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겨우 확답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어."
 "아인…?"
 "이제 그만."
 "…."
 "그 놀음에 장단을 맞춰줄 만큼, 내게 남은 시간은 별로 남아있지않아."
 철창 안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새벽 공기로 인해 급격히 내부 공기가 급속냉각을 한건진 모르겠지만, 방금 전 그 말로 인해 나를 바라보던 베르에트의 눈빛이 사뭇 다른 눈동자로 바뀌어 나를 쳐다봤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건너지않으면 안됬었던걸까….
 "아리아."
 "…."
 "아리아를 죽음으로 몰고간건…."
 "…."
 "너다, 베르에트."
 「 콰앙 - ! 」
 철창이 부서질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흔들리지만 그것 뿐이였다. 잠시 후 다시 제 모습을 찾으며 멀쩡하게 돌아오는 창살처럼,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치유해질거라고 생각했던 베르에트의 염원이 산산히 조각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뜨거운 눈물이 또 다시 차갑게 흐트려진 철창 밖의 세상에서 다시금 뚝 뚝 떨어졌다.
 "1년 전, 네가 향한 그 전장은 바티칸 마을과 외부 세력이 맺은 전쟁이였다. 하지만 바티칸 마을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것을 알았고, 대다수의 용병이나 백성들은 그저 다른 세력들의 전쟁이겠거니하고 대수롭지않게 넘어갔지. 하지만 그 전쟁은 지금의 바티칸 마을이 오게 만든 비극의 시초였다."
 "…."
 "권력을 갖게 되면 그 맛에 홀려 더 많은 힘을 갈구하게 되고 그 결과로 전쟁이라는 참혹한 짓을 저지르게 되지. 그리고 그 말로는 죽음 혹은 박탈, 죽거나 혹은 명예를 박탈 당해 소리소문 없이 먼지처럼 사라지던가, 둘 중 하나였어.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는 용병들을 무작위로 선출하기 시작했고 더욱 더 강한 상대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 그러던 도중 일이 터져버린거야. 국가와 국가간이 아닌 국가와 백성의 싸움으로…."
 베르에트는 말이 없었다. 속말로 입이 열 개였다해도 베르에트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굳게 닫힌 두 입이 그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듯, 일그러진 그의 두 입술이 부르르 떨리며 마저 흘려보낸 눈물이 베르에트를 더욱 더 비참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
 "네 행동에 많은 의심을 품었다. 너라면 절대로 주군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수 없어. 하물며 개의치 못한 상황이라 얼굴을 못 봤다해도, 목소리로도 너는 주군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을거고, 그리고…."
 "…그만."
 "…매일 새벽, 그녀의 묘 앞에서 용서를 비는 너의 모습."
 "!"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아파하지마라 베르에트. 아리아는 그런 너의 모습을 보기 위해 죽은게 아니니까."
 베르에트의 두 어깨가 들썩이며 천천히 그의 고개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흐느끼는 베르에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가련하게 들려왔다. 뭐가 그리도 슬픈거냐 베르에트, 이미 너는 많은 속죄와 고통을 짊어지고 있어. 더 이상 아파하지말라는데 왜 너는 그 말에 더욱 더 아파하고 뒤엉켜있는거냐. 그게 아리아가 네게 바란 것이 아닌데, 이렇게 서럽게 울 필요가 있냔 말이야….
 "나…. 용서를 빌고 싶어…. 하지만…."
 "아리아는 이미 너를 용서했어."
 "뭐?"
 "아리아가 전해준 꽃, 기억하지? 우리 어릴 때 아리아가 항상 우리들에게 했던 말."
 "…!!"
 
 『』

 "용서할게."

 『』

 "비록 너희들이 내게 장난을 쳤지만, 너희 둘은 나에겐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니까."
 "아리아…."
 "대신 각오는 되있겠지?" 
 "…예?"
 
 「」

 "…."
 "아리아는 그 옛날부터 우리를 용서했다. 아리아는 우리들을 아꼈으니까. 그 증거로 우리가 전장으로 향하기 전, 아리아는 우릴 위해 아카시아 두 송이를 준비했지. 어릴 적부터 꽃을 좋아했다는건 알거야, 하지만 아리아가 무엇보다도 꽃을 좋아한 이유는."
 "…꽃의 꽃말."
 "그 날, 아리아가 우리들에게 건네준건 아카시아 꽃이였다. 바티칸 마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꽃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는 우릴 위해 그 꽃을 준비했어. 그만큼 우리들이 아리아를 소중히 여겼던만큼이나 아리아 또한 우리를 무척이나 아꼈다는걸."
 "…하지만, 나는 그런 아리아를 배신했어. 이 죄는 어떤 짓을 해도 씻을 수가 없을만큼 너무나도 큰 죄야. 비록 아리아가 나를 용서했다하더래도 이 죄는 영원히 내 목을 조여올거야…."
 이미 너무나도 많은 길을 돌아온 베르에트에겐 그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었다. 자신을 영원토록 친구라 여기는 아리아를 죽게 만든 것과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인 나조차도 속였다는 사실이 베르에트는 참을 수 없는 죄책감에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죄책감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듯, 그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너무나도 무섭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어떻게하면 아리아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아리아는 이미 너를 용서했다. 베르에트."
 "…그게 무슨 말이야?"
 줄곧 품에 간직하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며 나는 베르에트에게로 그 물건을 전해줬다. 베르에트를 만나기 몇 개월 전, 내게로 보내진 편지 한 통과 그 편지 속에 들어있던 자잘한 형태만이 남아있는 그 꽃을 말이다.
 "…이게 뭐야?"
 "아리아가 네게 보낸거야."
 "…편지?"
 "중요한건 편지가 아니야. 그 편지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
 베르에트는 조금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편지를 펼쳐보았다. 편지가 펼쳐지자 편지 안에 함께 들어있던 꽃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뭔가가 떨어진 것을 발견한 베르에트가 이내 바닥을 향해 손을 뻗던 중 바닥에 떨어진게 다름아닌 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그의 움직임이 멈춤과 함께 그의 눈동자는 심히 떨리고 있었다.
 "베르에트, 아리아는 알고 있었어. 단지 자신이 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걱정하게 될 너를 생각해서 아리아는 끝까지 모른 척을 했던 것 뿐이야."
 "…그걸 아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꽃이, 네게 말해주고 있잖아…."
 "…."
 "이제 그만, 네 자신을 용서해줘라 베르에트. 아리아는 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거야."
 마지막까지 참으려했던 남자의 자존심은 끝내 터져버렸다. 한 방울, 한 방울 쌓이던 그의 웅어리는 너무나도 커져버려 더 이상은 겉잡을 수 없을만큼 많은 한과 애환이 담겨졌다. 그의 눈물 속으로 파고드는 날카롭고도 따스한 빛이 그토록 슬프게 보일 수가 없었다. 죽기 직전까지도 우리들을 위해 환하게 웃던 그녀의 미소가 마치 달의 형상이 되어 우리를 지켜보는 마냥, 새벽하늘의 달빛에 그녀의 웃음이 담겨져보였다.
 "네가 아직까지도 아리아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면, 이제는 너가 그녀를 도와줄 때야. 너가 느꼈던 아픔과 고통, 이제는 그들에게 돌려줄 때가 온거야."
 "…내가 어떻게하면 되는거야?"
 "이곳을 빠져나가서 마을로 향해, 그리고 레오스 숲 입구로 향하는 도중 왼쪽을 보면 작고 허름한 건물 하나가 있을거야. 그 안에 들어가서 '레퀴엠' 이라는 자를 찾아. 그리고 찾는 즉시 이걸 그 자에게 건네줘."
 품 안에 간직해놓은 또 하나의 쪽지를 베르에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부탁한다. 베르에트."
 "…."
 "그 자라면, 아마 네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거야. 비록 이상한 녀석일지라도 믿을 수는 있는 녀석이니."
 "아인…."
 "베르에트, 친구의 마지막 부탁이다. 이젠 내게 남은 시간은 많아봐야 3시간 정도야. 그 안에 흉계를 꾸민 자를 찾는게 네가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야."
 이젠 정말로 남은 시간이 없다. 곧 있으면 아침 해가 뜬다. 아침 해가 뜨기 전, 마을 안에 울려펴지는 종소리가 들리기 전 모든 일을 끝맞춰야한다. 비록 철창 안에 갇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여기까지는 내가 예측한 바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 만일 베르에트가 이 일을 무사히 끝맞춘다면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얼굴을 떳떳하게 마주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 날, 내게로 보내진 편지와 함께 담겨진 꽃 한송이, 그리고 나를 부른다는 레오스 마을의 주군인 주르트 라이드가 내게 보낸 서찰을 보고 나는 조금 미심쩍은 생각을 했다. 가르톨의 이상행동과 나의 존재를 알 리 없는 레오스 마을의 주군인 주르트 라이드가 나를 레오스로 불렀다는 것, 용병이 외부에 알려지는건 별로 이상한건 아니지만, 그 날이 있던 후 주군의 부탁이 아닌 이상은 움직이지않던 나의 이름을 아는 것이 수상할 뿐더러, 내 이름을 누군가가 알려줬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내 이름은 아는 것은 아리나와 베르에트, 그리고 주군과 그의 수하들 뿐이다. 더군다나 그 수하들 또한 내 이름을 아는 자는극히 소수의 사람들 뿐이였다. 또한 주군께 보내졌다는 그 편지를 왜 하필 주군이 아닌 내게 건네주었는지, 더불어 그 편지 안에 쪽지 뿐만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있었는지를, 그것도 바티칸 마을에서만 피는 '플라타너스' 를 말이야.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가 일부로 나에게 그 편지가 오게끔 만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저 그 남자는 무언가가 이상해 내게 건네줬을지도 모르지만, 왜 하필 나였을까? 주군을 따르는 자들이라면 많고도 많다. 그런데 일개 용병인 내게 주군께 보내진 편지를 건넨다는 것부터가 이상할 뿐더러 더욱이 수상한건 왜 하필 레오스였을까? 내가 레오스를 향한 도중 만났던 가르톨은 평소의 가르톨과는 달리 아무 감정 없이 폭주하는 말 그대로 '괴물' 이였다. 가르톨을 처음 만난 그때에도 가르톨은 그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그 편지와 가르톨의 이상행동에는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 나와 속해있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제거하려는 누군가의 음모라는 것이 내가 내린 최종사항이다. 그렇지만 그 음모를 꾸민 자가 누군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그 녀석임을 앎에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이유는 녀석을 잡은 '단서' 가 없기 때문이란걸, 그렇기 때문에 베르에트에게 그 녀석을 찾으라고 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그 녀석이라면 놈의 단서를 찾아냈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 놈 특성에 순수히 내게 알려줄리 만무하니 베르에트의 힘을 빌려 녀석의 말문을 열게 만들 속셈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게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될테니 녀석도 섣불리 행동하진 않을거야. 
 솔직히 내가 그 녀석을 세 번씩이나 찾게 될지 몰랐다. 그저 흘러지나가는 쓰레기들 중에 튀어나온 녀석이라 생각했지만 이내 그 녀석의 정체를 알고 난 뒤에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왜 그 날 녀석이 나를 찾아왔는지, 왜 내게 꽃이 담긴 편지가 왔는지, 가르톨의 행동과 베르에트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밝혀졌다.
 그 편지는 처음부터 내게로 보내질 편지였다. 하지만 본래 그 편지가 받을 사람은 베르에트였지만 상황에 따라 행선지가 바뀌도록 누군가가 조정해놓은거다. 그 증거로 그 편지 귀퉁이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피가 흩날리는 땅에서는 남쪽으로, 눈물로 지새운 하늘에서는 서쪽으로】
 만약 불가피한 상황이 닥치면 나와 베르에트, 둘 중 한 명에게 보내지도록 그들이 서로 정한 약속과도 같은 말이였다. 만일 이 편지를 베르에트가 아닌 내가 받게된다면 그 편지를 내가 베르에트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아리아가 그렇게 설정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를 보낸 자의 정체는 카르카테론. 1년 전 나를 찾아온 사내의 이름이다.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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