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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08:18

망각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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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기억> - 4 -
 
 『』

 "네가…. 아리아의 오빠라고?"
 개소리다.
 그럴리가 없어. 아리아에게 동생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오빠가 있다는 소식은 처음 들어. 더군다나 이 녀석이 아리아의 오빠라는 증거가 없어. 그 증거는 아리아 본인만이 알 것이며, 더러 주군께서도 없는 이 마당에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거짓말이다. 이 자식은 지금 주군과 아리아를 우롱하려는 것이다.
 "표정을 보니까, 절대로 못 믿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주면 그때서야 믿어줄거냐?"
 "들을 가치도 없다. 한 번 더 아리아를 욕보이는 행동을 했다간…."
 녀석의 표정이 굳었다.
 "너, 아리아가 왜 죽었는지 알아?"
 대뜸 녀석이 물었다. 아리아가 왜 죽었냐고 묻는 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방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에게 쉽사리 주먹을 허용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 말 한 마디로 인해 뇌 어느 한 부분이 뚝 끊긴 느낌이 든다.
 "그걸 몰라서 물어? 네 녀석 때문이잖아. 네 녀석이 아리아를 죽게 만들었잖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헛수작부리지마. 어물쩡 넘어가려는 생각인거 같은데 난 안 속으니까. 다른 어떤 누가 네 말을 믿을지언정 나는 네 녀석만은 절대 용서안해.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더 이상 날 자극하지말고 내 앞에서 사라져. 다시 한 번 네 그 더러운 입에서 또 한 번 아리아의 이름이 거론된다면…널 죽여버릴거다."
 그는 한 참동안 나를 쳐다봤다. 살랑이는 바람 때문에 살짝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바람을 따라 긴 한 숨을 내뱉었다.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내 한 숨을 대지에 흘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헛된 기대감이였다. 진실을 알아냈다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그렇다고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든 것 뿐이다….

 "옛날."
 녀석의 닫혔던 입이 열렸다.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했던 모양인지 30분동안 아무런 대화도 오고 가지않던 우리들 사이에서 다시금 그 녀석과 나와의 대화를 이어줄 무언가가 적적한 이곳에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왕이자, 우리들에게는 아버지였던 남자에게서 태어난 아들과 딸이 있었다. 그 둘은 근엄 있는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귀여움을 한껏 받았고, 그 나라의 왕자와 공주였던 그들은 많은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하루가 남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 아들과 딸의 이름은 '아리온', 그리고 딸의 이름은 '아리아' 였다.
 그의 말에 잠시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옛날 옛적 이야기가 떠올랐던건진 모르겠지만 그의 입에서는 또 다시 아리아의 이름이 거론되며 이야기의 서론을 알렸다. 자신을 왕자라 칭하며 그리고 아리아를 자신의 동생이라 말하며 슬픈 듯 웃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그의 말을 도무지 인정할 수도 믿을 수도 없던 나는 계속해서 그와 아리아의 관계를 철저히 무시했지만 그런 나와 달리 그는 내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해명이라도 하려는 듯 천천히 그렇지만 조금은 서두르는 듯한 어구의 말투로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가족은 다른 가문들과는 달리 만 14세가 되는 해에 성인식을 치루었고, 그의 아들이 만 14세가 되자 그 아들은 왕인 그 남자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고, 그의 동생인 아리아는 오빠인 아리온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의 표정에서는 왠지 모를 기쁨이 보였다.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과거의 이야기들을 꺼낼 때마다 기다리기라도 했던 모양인지 마치 전래동화라도 읊는 듯 나지막하면서도 굵직한 그의 목소리에 그의 눈망울이 천천히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상황이 그 남매에게 찾아왔고, 성인이 된 아리온은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왕은 부랴부랴 용병들을 이끌어 마을은 물론이며 그 아들이 다녀간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뒤졌지만 끝내 아리온은 찾지 못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상황에서 왕은 하루 하루 슬픔에 잠겨 백성들과 자신이 이끄는 그들의 눈을 피해 눈물을 흘렸지."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흘러가던 그의 이야기에서 알 수 없는 다급함을 느꼈다. 그의 얼굴을 아까 전과는 달리 꽤나 굳어있었고, 어느센가 그의 두 뺨은 바알갛게 상기되어 또르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푸욱 한 숨을 내쉰다. 내게는 그저 그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 뿐이였지만, 그는 떠올리기 싫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이였다는걸 그의 이야기가 중반부에 들어서야 알게되었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말하지않아도 된다는 제스쳐를 보냈지만 그는 괜찮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떨려오는 입술에 괜한 힘을 넣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였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아리온이 살아있다는 소문을 들은 왕은 그 자를 불러내어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그 자는 대답 대신 이런 말을 남겼다."
 「곧 이 나라에 왕이 행차하실겁니다. 그러니 모두들 새로운 왕을 맞아 그에게 충성을 바치십시오.」
 "그 말은 들은 왕은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닌 말을 반복하는 그 자를 용병들을 불러 감옥에 가두지만, 아무 죄도 없는 백성을 그런 식으로 대한 것에 자기 자신을 욕하며 감옥에 갇힌 그를 풀어주었다. 그 후 몇 번이고 아리온을 봤다는 여러 소문이 그의 귀에 들렸으나 번번히 부른 그들의 대답은 그 자의 말과 동일했다. 하나 같이 똑같은 대답을 하며 아들을 찾고자하는 자신에게 큰 혼란을 주자 왕은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들을 모조리 잡아 능지처참하라.」

 "그 후, 나라는 몰락했다. 아니 어찌보면 이미 왕자를 잃은 시점부터 왕은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라가 몰락한거지 왕이 죽은건 아니였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왕은 새로운 영토를 찾아 딸인 아리아를 데리고 저 멀리 아무도 찾지 못한 곳으로 향했고, 후에 그는 또 다시 자신의 나라를 세우게된다."
 이야기가 끝이 난 듯,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자코 그의 말을 듣던 나 역시도 시작과 끝이 같듯 그저 옆에서 우물쭈물 서 있던 가르톨만이 멍하니 나와 그 녀석을 연달아 바라볼 뿐,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았기에 조금은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보다는 더 확고해진 듯하다.
 "…네가 아리온이냐?"
 긴 침묵을 뒤로 끝내 이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건 나였다. 나의 질문에 이미 답할 의사가 있었는지 그 녀석은 뭔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돌아오지않은거지?"
 내 물음에 그 녀석이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한 참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마다 사정이라는게 있겠지만은 이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아 그는 충분히 돌아올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에 내뱉은거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거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행동에 나는 잠시동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마다 사정이란건 있으니까."
 "그것이, 주군과 아리아를 죽음으로 몰고갔다."
 "잘못을 뉘우치겠다는게 아니야."
 "그럼, 복수라도 하려는건가?"
 대답은 없었다. 그저 멋쩍은 웃음만으로 대답을 회피하려는 듯한 그의 행동이 자꾸만 내 심기를 자극한다.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무런 상관하지않을거다. 녀석이 아리아를 죽게 만든건 변함없고, 그 또한 이미 결과는 나와있다. 되돌리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질러진 길을 똑바로 바로잡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알고싶을 뿐이야."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나 또한 똑같은 심정이다.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굳이 그 길을 가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막다른 길? 절벽 끝? 솟아오르는 마그마를 피해 도달한 곳이 끝끝내 천공을 향해 찌를 듯 솟아있는 앙상한 가시나무 숲? 아니, 아니다. 믿고 싶을 뿐이다. 아니….
 "난 카르카테론이다. 다시는 아리온이라는 이름은 쓰지않아."
 이 길 밖에 없다고 정한 순간,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저녁 노을 뒤로 흐트러지는 한 숨마냥 쪼개지는 구름들 사이로 기울여지는 그림자가 점점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녀석은 자취를 감췄다. 해답? 아니 문제 또한 정해지지않았다. 그저 그가 남긴건 과거의 이야기와 미래의 번영일 뿐. 왜 자신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는지, 또한 왜 이 상황이 다다를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은 말해주지않았다. 마치 나에게 그 열쇠를 찾아보라는 마냥, 알 수 없는 말들만을 조각조각 내게 던져주고 홱하니 사라진 녀석이 원망스럽다기보다는 답이 없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굳이 생각하고 생각해서 무릎과 발 사이의 거리만큼 시간을 들인 결과로 나아진게 있다면. 녀석과 나의 뜻이 어찌보면 같을 수도 있다는거다. 과거를 이행한 채 미래를 격앙시킬 것인가, 미래를 곱씹은 채 과거를 속행할 것인가.
 나와 녀석의 공통점은, 과거를 잊지않는다는 것이다.
 “아인….”
 "…날 용서하지마, 아리아."
 널 지키질 못한 나를, 그리고 너와 주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던 그를, 영원히 용서하지마.

 P.s : 이제껏 24편 밖에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면목이 없네요. 예전과 비교하면 완전 바닥에 짖눌린 상태의 연재률은 자랑하지만서도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 하나 놓고 이렇게 또 갑니다. 
 
 사람은 배워야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배우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일로써는 짧은 시간 안에 큰 돈을 벌기 힘들기 때문에 육체적 노동을 요하는 일을 하며 조금씩 돈을 버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저렇게 되고 싶지않으면 너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그들 역시 자기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그저 그런 눈으로 밖에 보이지않나봅니다. 부유한 사람들이라면 해당되지않은 일, 공부를 열심히해서 장학금을 타는 학생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보다 그러하지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왜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다른 세상' 사람인마냥 시선을 두며 그들을 멀리해야하나요. 그들 역시도 자신들과 똑같은 '생각' 을 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어찌하면 이 말도 그들에게 위안이 되기 위한 핑계거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핑계거리마저 없다면 그들은 대체 '무엇' 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아갈까요? 미래를 위해 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께 물어봅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찌하나요?"
 대답은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 이니까요.

 라는 짤막한 이야깁니다.
 이번 여름은 꽤나 덥고 습해서 그런지 온 몸을 긁으니까 땀띠가 올라오네요. 봄이라 할 수 없는 더위가 오고, 여름이라 할 수 없는 하늘이 오고, 이제는 가을이라 할 수 없는 바람이 올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꾸만 잊혀져가요. 그게 몹시나 안타깝습니다. 이 또한 세월의 순리에 맞춰 반복하듯,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듯 하네요. 보고픈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움직였네요. 시계바늘은 늘 제자리걸음이던데….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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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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