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 칵테일 편
이 글은 '블러디 메리' 라는 이름을 가진 칵테일의 이야기다.
각 음료마다 그의 유래가 다르듯, 블러디 메리 또한 여러가지 의미를 지녔는데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룰 생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어느 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엔 지금보다 덜하지 더할지는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으나, 길거리를 걸어가다보면 자주 술에 취한 부랑자들을 볼 수 있었다.
뭐, 부랑자라고 하기엔 깔끔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때는 일을 끝마친 노동자들이 하루의 노고를 풀기 위해 주점 같은 곳에 잘들 돌아다녔는데 일을 끝나고 마시는 술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알 사람은 알거다. 그들 역시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마시는 술이기에 얼마나 술술 잘 들어갔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술에 취한 그들이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하면 당연히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내가 있겠지. 그러면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의 반려자가 술에 취해 사리분별도 못하는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당신을 귀찮게 굴거나 되도 먹질 않는 떼를 쓴다면 어떡할 것인가?
"아니 이 양반이 술을 마셨으면 곱게 잠이나 잘 것이지, 왜 귀찮게 굴고 난리야?!"
100이면 약 70여명 정도의 반응은 이러할 것이다. 물론 둘의 입장을 모르는건 아니다. 하룻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가장이 일은 끝마친 후 피로를 풀기위해 혹은 친구들과의 우정도모를 위해 술을 마시고 돌아온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걸 부인이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까? 그건 위와 동일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과는 달리 가부장적인 면모도 많이 보였고, 그때의 가장들은 꽤나 많이 쿨(Cool)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더군다나 술을 먹으면 평소에 정신이 올바른 사람이라도 풀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가족 사이에 말다툼도 많았을 것이며 더욱이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른 상남자도 있었다. 뭐 그런 행동을 하는건 그 당시에는 필수조건이랄까, 물론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외국이야기니까 가능할지도?
아무튼, 그러한 일들이 한 두 번도 아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하면 일주일에 몇십 번씩 일어날 정도로 빈번하니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대통령이 어딨겠는가? 가만히 지켜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대통령은 어느 날 이러한 법을 개정하였다.
"네들 너무 술 먹고 싸워서 더 이상 못 지켜보겠음. 오늘부터 술 먹는 애들은 다 끌고가서 술로 담가버릴테니 알아서 하셈."
이 새로운 법이 개정되고나니 평소에 술을 즐겨마시던 알콜중독자들과 부랑자 혹은 한 가정의 광폭력주의 가정 혹은 노동자격 부랑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하루만에 자신들의 유일한 낙을 빼앗긴 셈이니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또 어딨겠는가? 나라도 집에 굴러다니는 18K 도금을 확실하게 바른 아이언 배트를 들고 항쟁을 일으켰을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이 법을 만든 나라와의 싸움을 선포하나, 법 앞에 주먹은 있어도 총 앞에는 마치 명경지수를 바라보는 한 스님의 머리에 맺힌 이슬마냥 고요했다.
그 후, 언제나 해가 늬엿늬엿 어깨너머로 붉은 흥얼거림이 바알갛게 들려오던 주점은 마치 벌써부터 밤이 된 듯 조용했다. 법이 개정된 이후로 주점을 찾는 이는 주인장 밖에 없었고, 그 주인장 역시 술을 판다는 이유로 경찰들에게 끌려가 술로 담겨진 후 중국에 밀매되기도 했다는 작은 설이 있지만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는게 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거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그 시간만 되면 북적거리던 마을도, 마치 5시간에 한 번 꼴로 마을에 들이닥치는 토네이도가 술의 'ㅅ' 자만 꺼내도 쓸어가는 듯 재미 없는 마을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옛날도 그랬듯 지금도 그랬듯 꼭 하지말라는 하는 아주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꼭 그런 친구들은 초반에 안 걸렸다가 나중에 그 행동을 따라한 친구가 걸려서 혼나듯, 물론 지금 상황에 비교하자면 술에 대신 담겨진다고 해야할까. 평소에도 술에 대한 애정이 자신의 마누라보다 도 헌신적이던 한 남자가 늦은 새벽녘에 이슬을 따라 흔들리던 나뭇잎 밑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집 뒷 편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던 그의 손에는 술병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병이 들려있었고 그는 행여 누가볼까 빠르게 병 주둥이를 자신의 주둥이와 맞춤한 뒤 꼴꼴 소리를 내며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마시며 기쁜 듯 '니나노~' 라는 콧노래를 부르더니 곧 정색을 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다음 날, 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 사이로 뭔가가 분주한 발걸음이 눈에 보였다. 혹시 어젯 밤 몰래 숨을 마신 그 남자를 잡으러 클로드(술의 장인)가 나타난 것일까? 하지만 아쉽게도 클로드가 아닌 평범한 알콜중독자들이였다. 한동안 술을 마시지못해 이성을 잃은 그들은 밤마다 건물 지붕 위로 올라와 울음소리를 내어 여러 사람들을 깨워 학살령이 일어났을 정도로 비범한 모습을 지닌 그들이 왜 이곳에 모인 것일까? 그들은 엄청나게 초췌해진 행색으로 곧 있으면 '비둘기야 밥 먹자' 를 외칠 것 같이 푹 파진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멈춘 그 자리엔 어젯 밤 그 남자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위에 쌓일대로 쌓인 네크로맨서들에게 어젯 밤 자신이 들고 있던 병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병을 나눠주며 이러한 말을 했다.
"절대로 이것은 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예술이며 저는 이 예술품을 만든 예술가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가실 때는 참관비로 120달러씩만 내세요."
마치 약장수마냥 올바른 행실로 돈을 쏙쏙 뽑아 주머니에 쳐 넣던 그는 준비해뒀던 병이 다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다 이내 그들이 한 눈을 판 사이에 냅다 줄행랑을 쳤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그 병을 사려던 사람들은 그의 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지자 몹시 광분했고, 급기야 주위에 병을 들고 있는 흥얼거리며 국거리 장단에 맞춰 도라지 타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병을 뺏는 것도 모자라 그냥 팔까지 수거해가는 집착을 보였다. 그 소동이 잠시동안 있었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았을턴데, 이 사람들이 정도를 모르고 계속 병을 빼앗고, 병은 빼앗는 것까진 좋은데 팔을 내놓으라는 사람의 말을 가뿐히 씹어넘기는 쿨함까지 겸비하니, 역시 그 시대의 사람들은 쿨함을 빼면 그저 술만 먹는 버러지인게 분명했다.
이 소동이 결국 경찰의 귀에 들려 대통령 귀에까지 아름답게 턴을 외치며 들어가자, 그들은 단체로 동물원에 팔려가는 돼지마냥 곧 있음 벌어지는 바베큐 파티에 오금이 저리다 못해 위험에 처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듯, 그들 역시 오금을 잘라 도망가려했으나 돼지는 철창을 못 지나간다. 멍청한 것, 아무튼 대통령 앞에 다리 잘린 돼지마냥 끌려간 그들은 자신들은 죄가 없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려했지만 역시 총 앞에는 모두 다 조용함의 미덕을 지키는 멋진 사람들이였다.
잠시 끌려온 그들을 관람하던 대통령은 뭔가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꽐라감을 느꼈고, 그 직감은 역시나 직감이였다. 금주법을 시행한지 꽤 오래되었건만, 끌려온 그들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하였고 그 모습에 대통령은 '이 새끼들은 도대체 뭐하는 새끼들인가.' 라며 혀를 끌끌차며 '주점이란 주점에 있는 주인장이란 주인장은 모조리 다 잡아가 술로 담가버렸는데, 어찌하여 술 냄새가 나는거임?' 이라고 묻자, 한 사내가 그 남자에게 산 병을 꺼낸다. 대통령은 그 병을 집으려했지만 옆에 편하게 앉아있던 비서가 '이런건 내가 만지는거임' 이라며 대통령을 밀치고 자신이 그 병을 줍는다. 병을 주운 비서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 사내를 보며 말했다.
"이거 빈 병인데?"
"물론 내용물은 제가 다 마셨지말입니다."
뿌듯해보이는 그의 미소를 끝으로, 중추신경계에 병의 파편이 박혀 운명하였다. 비서는 남은 희생양들에게 '너희들도 술이 되고 싶으면 계속 그래봐.' 라는 권유 아닌 명령 아닌 그냥 협박에, 그 모습을 천천히 3D로 시청하던 사내들은 벌벌 떨며 마치 꿀벌마냥 없는 날개를 흔들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약 2,000여개의 병을 꺼낸다. 그 수 많은 병들 중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비서는 대통령에게 '이거 그냥 토마토 주스임.' 이라 말하고, 또 다시 자신들을 농락한 아이들을 향해 병을 집어던지는 비서였다.
"좋은 말로 끝내려했건만, 어쩔 수 없이 나쁜 말로 끝내야되잖아!"
어처피 술로 담가버릴거였으면서 생색을 내는 비서를 뒤로 한 채, 대통령은 비서의 눈을 피해 바닥에 굴러다니는 병을 하나 인터셉트한 뒤 그 병에 담긴 내용물을 살짝 단 맛을 느낀다는 혀의 끝부분으로 살짝 병의 내용물을 쓰다듬었고 이내 그윽한 토마토의 맛 뒤로 꼬알라 꼬알라 꽐라 향의 짙은 술의 맛까지 느낀 대통령은 감히 놀란 표정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이런 획기적은 아이템을 만들었음?!"
이 말에 죽치고 앉아있던 사내 한 명이 소심스럽게 손을 올려 발언권을 취득한 뒤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말했고, 그 말은 들은 대통령은 지그시 눈을 감고 한 참동안 아무 말 없이 병에 담긴 내용물을 마시다 비서에게 걸려 빼앗긴 뒤 살짝 눈물을 닦아내며 그들에게 말했다.
"금주법을 시행한지 꽤 오랜 시간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술에 대한 미련과 고통이 더욱 심각했음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였음. 하지만 아직 법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술을 마신건 중형에 처해도 마땅한 일, 하지만 이 술은 왠지 버리면 아까울 것 같고 그렇다고해서 마실 수도 없는 노릇, 원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당장 금주법을 철회하고 이 술을 팔겠지만, 비서가 계속 눈치를 줘서 바로는 좀 그렇고 한 1년여간의 유예를 두고 만약 괜찮다면 금주법을 해체할 것임. 그러니까 결론은, 이 술 마시쪙!"
이렇게 해서 짧지만 긴 금주법은 1920년부터 약 13년동안 지속되다 1933년에 막을 내렸다. 어찌보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같으나, 현실은 범죄가 술과 밥을 말아먹 듯 아주 그냥 헤롤헤롱한 상태로 돌아다니니 사람 살리겠다고 만든 법이 도리어 사람을 밀어내는 꼴이니 그걸 탐탁치않게 여긴 비서는 대통령에게 '당장 해지해' 라며 정중히 부탁을 해, 1966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시의 금주법은 사라졌다. 어찌보면 이 법이 술과의 접촉을 끊기 위해 세웠는데 결국엔 다시 술로 인해 법이 사라지다니, 이게 무슨 웃지 못할 해프닝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뭐 좋게 좋게 끝났으니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된거 아닌가? 아 참, 그리고 그 후 그 술은 비서의 지배하에 사람들에게 팔렸는데, 이 술은 다른 술과는 달리 술을 먹고 난 뒤 몰아쳐오는 고통과 희락 사이의 숙취를 해소시키는 효능을 지닌건 아니고 그냥 뭔가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아 사람들 사이에선 '해장술' 로 익히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후에 이 술의 이름을 '블러디 메리' 라고 지었는데, 그 이름의 유래는 16세기 중반, 잉글랜드의 여왕이였던 '메리 튜더' 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 당시 메리 여왕은 사라졌던 가톨릭교를 부활시킨 후, 신교도를 무자비하게 박해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피에 물든 미치광이 살인마' 같다는 이유에서 '블러드 메리' 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뭐,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맛있으면 장땡이니까!
"블러디 메리, 마시쪙!"
자신의 주위에 블러디 메리로 가득한 병을 쌓아논 채, 유흥을 즐기는 비서를 뒤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P.s : 대학교 과제로 쓰인 글입니다.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 인데, 최근 칵테일에 관심이 생겨, 칵테일은 소스 삼아 끄적여보았습니다. 즐감하세요~!
헉이분 살아계셨네 ㄷ